[김민구칼럼] 현대기아차 ‘뜨거운 냄비’에서 탈출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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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칼럼] 현대기아차 ‘뜨거운 냄비’에서 탈출하려면
  • 김민구 기자
  • 승인 2017.07.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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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설가 대니얼 퀸(Daniel Quinn)이 1992년 발표한 소설 ‘이시마엘’(Ishmael)의 한 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개구리는 끓는 물이 담긴 냄비에 넣으면 재빨리 냄비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러나 찬물에 넣고 온도를 조금씩 올리면 개구리가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해 결국 뜨거운 물에 익혀 죽게 된다.”

고전적인 얘기처럼 자주 인용되는 이 말은 위기 불감증을 꼬집는 대표적인 예다. 사람들이 갑작스런 변화에는 반응하지만 환경이 서서히 변하면 눈치 채지 못하고 안주하다가 화(禍)를 당한다는 뜻이다. 

현대기아차 모습을 지켜보면  '끓는 물속 개구리'와 똑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16만2500여 대로 2010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적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 자동차 생산 규모는 지난해 인도에 밀려 세계 6위로 떨어졌고 올해는 멕시코에도 추월당해 7위로 떨어질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2분기 중국시장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0% 이상 줄어드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우리 자동차산업의 위기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들려오지만 현대기아차 노조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다. 설마 회사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겠느냐며 이들은 올해에도 축제를 벌일 태세다.  이들 노조가 올해에도 파업에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양대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임단협 교섭 결렬로 6년 연속 자동차 생산라인을 세우는 셈이다.

특히 현대차 노조만 살펴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파업은 현대차에게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한 이후  파업을 밥 먹듯이 했다. 이들이 지난 30년간 파업을 하지 않은 해는 1994년, 2009~2011년 등 4년뿐이었다.  오죽했으면 ‘현대차=노조파업’ 라는  굴욕적인 지적이 나올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지 않았던가. 현대차 노조는 '파업 불패' 30여년의 신화를 일궈냈지만 이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는 관객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 어렵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철학적 빈곤에 국민들이 외면한 것이다. 이쯤 되면 '흥행 실패'나 진배없다.

현대기아차의 하투(夏鬪)는 마치 타조가 머리를 모래 속에 처박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타조가 두려움에 머리를 모래에 파묻는 것처럼 이들 노조는 눈앞에 놓인 절체절명의 위기를 외면하고  ‘마이웨이’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는 소중한 생명과 직결되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자동차 산업에 '무결점 주의‘가 중요한 점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품질 완벽주의’와는 일찌감치 담을 쌓았다.

차량 결함으로 올해 현대·기아차가 리콜을 해야 할 차량 규모가 무려 109만대에 이른다는  환경부 발표 자료는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로 우뚝 선 현대기아차가 품질이 불량한 차량을 시장에 대거 쏟아내는 모습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심각한 배신행위임에 틀림없다.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은 일반인들에게는 억대연봉자가 투정을 부리는 것으로 비쳐진다. 불량제품에 대해 사측은 물론 노조도 철저한 반성과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는 얘기가 크게 들리지 않는다. 이는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파업의 머리띠를 두르기 보다는 소비자 앞에 무릎을 꿇고 석고대죄를 하는 모습을 먼저 보였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파업으로 소비자를 볼모로 삼고 흥정을 하는 치킨게임에 들어갔다.

파업의 머리띠를 동여매는 이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들은 파업을 하면 소비자들이 차량을 구입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착각은 자유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들어간 지 오래다. ‘무결점 차량’을 시장에 내놔도 잘 팔린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가운데 '리콜 왕(王)'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현대차 제품이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이번 기회에 경제공부도 해보기 바란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는 현대기아차 생산 차질에 휘파람을 부르는 대체재(代替財)가 수두룩하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 외국 자동차 업체 얘기다.

현대기아차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 이들 수입차 업체들에게 현대기아차 파업은 천우신조(天佑神助)다.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은 이른바 ‘가성비’가 뛰어난 이들 수입차 업체들은 현대기아차 파업이 더욱 오래가기를 기원하며 고사를 지낼지도 모른다.  현대기아차로서는 스스로 자신들의 설 땅을 좁혀놓는 우(遇)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현대기아차 노조의 행보는 마치 연암(燕巖)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발 한 번 잘못 디디면 그대로 황천길로 향할지 모르는 위기를 느껴야 한다는 얘기다.

‘끓는 물 속 개구리’인 현대기아차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 변변한 스포츠카 하나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세계 스포츠카 제조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차량을 선보이기는커녕 소비자들을 스포츠카와 ‘스포츠 루킹 카(looking car)'’라는 용어의 혼란에 빠뜨렸다.

중국 등 자동차 후발국이 생산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력으로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무대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현대기아차가 포뮬러 원(Formula One: 미국 스포츠카 경주 대회)에 자체 생산한 최고급 스포츠카를 선보이는 기술적 혁신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설상가상으로 현대기아차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업체들이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의 43%를 생산했다는 미국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보고서가 이를 입증하고 있지 않는가.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고급 스포츠카를 만들 수 있는 첨단 기술력도 부족한 데다 이제는 미래형 자동차인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에게 뒤처지는 슬픈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와 미래에서 세계적 지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현대기아차에게 파업은 사치나 마찬가지다. 이들 노조가 소비자를 상대로 펼치는 치졸한 볼모도 이제 약발을 다했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품질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경영진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생산라인에 서있는 자신들의 잘못도 크다는 겸허한 반성과 성찰이 절실하다.

제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자동차 시장도 초경쟁시대를 맞은 상황에서 이들이 외치는 구호는 한가롭기 짝이 없다.  소비자에 외면당하고 차세대 첨단기술을 갖추지 못한다면 현대기아차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한 방에 훅 갈수 있다는 얘기다.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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