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1958년 7월 28일 출생인 유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동대학원 경제학 석사를 거친 뒤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노트르담대, 케임브리지대, 리츠메이칸대 교수를 거쳐 2000년부터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 이태구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과거의 틀 안에서는 천재들도 혁신(Breakthrough)을 해내기 어렵다. 우수한 인력자원이 대기업으로만 몰리고 있지만 이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 틀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이 바로 혁신이자 경제민주화다."

17일 <이뉴스투데이>가 만난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59)는 "한국사회 연구기관 대부분이 권력과 자본에 유착되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독립된 연구기관이 너무나 부족한 실정이어서 국민 입장에서 삶의 문제와 직결된 현실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만든 지식협동조합 이사장을 5년째 맡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지난 2013년 유 교수가 발품 팔아 만든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형 연구원으로 정치, 경제, 안보 등 분야를 넘나드는 활발한 활동으로 진보성향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로 통한다.

이와 함께 유 교수는 지난 2015년 8월 설립된 주빌리은행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 은행은 돈이 안 되는 가장 나쁜 채권만 골라 사들여 소각함으로 '사람을 살리는 은행'으로 알려져 있다.  

유 교수는 "주빌리는 상근 직원 5명으로 구성된 작은 시민단체라 보면 된다"며 "2012년 미국 시민단체 '월가를 점령하라'가 시작한 채무 탕감 운동인 '롤링주빌리 프로젝트'를 모방한 성격"이라고 소개했다.

쉽게 말해 채무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면 어떤 형태로든지 국가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부실채권 시장에서 이러한 위험성이 있는 '악성채권'을 골라 매입해 없애는 일을 주요 업무로 하는 비영리단체다. 

'주빌리'는 50년마다 죄를 사하거나 채무를 탕감해주는 기독교의 전통으로부터 유래된 말로 350억원의 부채를 탕감한 미국의 '롤링주빌리'보다 한국의 주빌리은행이 동일한 기간 20배에 가까운 6300억원 상당의 악성부채를 탕감했다는 부분에서 유 교수의 눈이 빛났다.

이 같은 성공 비결에 대해 유 교수는 "실제 모금을 통해 부실채권을 사들인 부분은 적었으나 금융회사들이 열악한 채권을 무상으로 기부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가계부채 해결도 기본적으로 이와 유사한 방법을 통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직접 채무를 판단하는 것은 형평성 등의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빌리은행과 같은 민간단체가 공익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유종일 교수가 이런 활동을 하게 된 배경은 그의 복지철학이 예방적 복지에 방점이 찍혀져 있기 때문이었다.

유 교수는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라며 "복지로 해결할 수 잇는 문제를 대출로 해결하는 상황을 먼저 차단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예방적 복지와 소득주도 성장은 다르지 않느냐는 반론에 "소득(Income)이 아닌 임금(wage) 주도성장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며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장관이 이런 저런 소득 전부를 소득주도성장에 불필요하게 포함시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서구에서는 노동조합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임금을 평준화 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기업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산별교섭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복지정책을 어떻게든 적극적으로 펼쳐야 경제적 약자에 비빌 언덕이 생긴다는 철학으로, 구매력이 올라가면 공급도 자연히 따라 올 것이라는 주장에서는 확신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재벌문제와 관련 "단순히 갑질이나 총수의 전횡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되며, 한국사회 성장시스템으로서 현재의 재벌 체제가 과연 옳은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 교수는 "대기업그룹이 현재 우수한 인적 자원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는데, 과거의 시스템 안에서 천재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혁신을 이뤄내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기득권을 전반적으로 해체해서 새로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법이며 경제민주화가 이 모든 변화의 원칙이자 토대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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