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DB>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동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삼성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기준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전원일치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인하한 뒤 지난해 7월부터 13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가게 됐다.

이와 함께 수출과 투자의 호조로 국내 경기가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성장률도 당초 2.6%에서 2.8%로 올렸다.

경제를 이렇게 낙관적으로 보면서 왜 기준금리를 13개월째 그대로 묶어두고 있는 걸까

한은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묶어둔 것은 수출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가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기 활성화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한국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크고 연준을 비롯한 글로벌 통화정책 스탠스 변화, 한국 신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의 복합적 요인이 기준금리 동결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 직후 내놓은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국내경제는 소비 증가세가 여전히 미흡했지만 수출과 투자가 개선되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며 "고용 면에서는 전년동기대비 취업자수 증가세가 둔화됐으나 고용률과 실업률은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내경제는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며, 금년중 GDP 성장률은 4월 전망치(2.6%)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출이 세계경제의 회복 등에 힘입어 개선세를 지속하고 내수도 경제주체들의 심리 개선 등으로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세계경제 회복세에 대해선 "국제금융시장은 유가 등락,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변동성이 다소 확대됐지만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나타냈다"며 "앞으로 세계경제의 회복세는 미국 정부 정책방향 및 연준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보호무역주의 확산 움직임, 국제유가 향방 등에 영향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물가에 대해서는 "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 가격의 상승 등으로 물가안정목표인 2% 수준의 오름세를 지속했고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1%대 중반을 지속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 수준에서 등락하겠으며 연간 전체로는 4월 전망수준(1.9%)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 금통위는 그러면서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국내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나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주요국과의 교역여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확고한 동결 의지를 보인 지난 5월 금통위 때와 달리 이번에는 '견실한 성장세'라는 표현을 여러차례 사용하고,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축소 필요성을 언급하며 인상 쪽으로 한발 더 나간 모습을 보였다.

사실 한국의 통화정책은 선택지가 별로 없다. 인상 시기만 놓고 저울질 할 뿐이다.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가 같아진 상황에서 미국이 추가로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자산축소(9월)도 예고한 상태라 외국인 자금 유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내수가 부진하기는 하지만 투자와 수출의 양호한 흐름에 힘입어 국내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고 이를 반영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전망(2.6%)에서 0.2% 추가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성장세가 확대된다면 금리를 조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6월 말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 드라기 총재 발언이 적절한 예"라면서 "성장세가 확대되면 별도의 조치가 없더라도 통화정책이 좀 더 완화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기존 수준의 통화정책 스탠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완화 정도의 축소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긴축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럽중앙은행 뿐만 아니라 다수의 중앙은행들이 비슷한 상황 처해 있다. 성장세가 뚜렷해 진다면 완화정도의 축소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도 이런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금리인상 시그널이라고 해석되는 것에 강한 경계감을 나타내면서도 몇 개월 후에는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 이 총재가 금리인상이 가계부채로 인한 금융안정을 저해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힌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금리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의 주요 근거가 가계부채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서 금융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상환 능력이 양호한 계층에 주로 분포돼 있고 국내 금융기관의 충격 흡수력과 자본의 건전성 등의 측면이 상당히 양호한 상황이기 때문에 시스템리스크를 우려할 상황은 아직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글로벌 주요국 물가가 중앙은행 목표수준에 미달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의 고용여건 개선에도 임금이 오르지 않는 문제와 관련해 "미래 물가상황을 보고 하기 때문에 현재 수준이 지금의 통화정책 결정을 제약하는 요인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미국이 수차례 금리를 인상하고 ECB도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도 이런 인식에 따른 것"이라며 "물가가 여전히 낮지만 미래 물가상황을 보고 통화정책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사정이 있지만 국내 임금상승 경로는 그들과 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8%로 0.2%포인트 상향조정했다. 한은은 또 이전에 비해 국내 경기회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추가 상향 가능성, 마의 3% 달성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년도 성장률은 2.8%,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종전 전망과 같은 1.9%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앞서 지난 4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6%로 올린 바 있다. 이번에 추가로 2.8%로 올려 두번 연속 상향조정한 것이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두번 연속 올린 것은 2010년(4.6→5.2→5.9%) 이후 처음이다. 

이 총재는 특히 이번에 제시한 2.8%가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을 감안하지 않은 목표치라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발목 잡혀 있는 추가경정 예산안이 언제 통과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를 감안할 경우엔 2.8% 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더욱이 한국은행은 국내 분석기관 중에서도 보수적인 전망으로 유명하다.

이 총재는 "이번 전망치에는 추경 통과 시점의 불확실성 때문에 추경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정부 계획대로 국회를 통과해 집행된다면 금년 성장률을 추가로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구체적으로 추경이 성장에 어느정도 영향을 줄지는 추경 편성 내역이나 집행 시기, 집행의 속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은이 추경을 제외하고도 2.8%의 성장률을 제시한 데다 이날 이주열 총재가 여러차례 '견실한 경제성장'을 강조한 것을 감안하면 일각에서는 3% 도달 가능성도 열어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서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교보증권 백윤민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지난 4월에 이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8%로 상향 조정하면서 추경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라는 점을 밝혔다"며 "향후 추경안 통과 여부에 따라 추가적인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 가능성도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행의 국내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은 이전에 비해 더욱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