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G20 정상회의를 전후로 미국이 러시아가 건설 중인 가스파이프라인을 제재할 의지를 보이면서 에너지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13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이프라인의 보강, 수리, 확장 시 미국산 철강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한편, 미국 상원은 지난 13일 러시아 에너지 수출 파이프라인을 지원하는 기업을 표적으로 하는 제재법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승인했다.

이번 제제 법안은 자국에서 진행되지 않고, 미국 사람들과 관계가 없으며, 달러화로 거래되지 않는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에 제제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러시아의 유럽행 가스관 사업인 '노드스트림2'에 참가 중인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법안 통과에 반발하며 외교부 장관 명의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의 가스공급을 제한해 미국산 액화 천연가스의 유럽 수출을 늘리려는 '꼼수'이자 '내정개입'이라는 항의였다.

'노드스트림2'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를 통과하지 않는 대안으로 등장한 가스관 사업으로 러시아 비보르크에서 출발해 발트해 해저를 지나 독일까지로 이어지는 경로다. 

2014년 크림 병합 이루 미국과 EU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였으나 러시아의 에너지 파이프라인이 제재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아 왔다.

이에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동유럽국가들은 러시아가 노드스트림2를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이후 핀란드, 스웨덴을 경유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노드스트림 2 프로젝트 경로도. 기존에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의 경제구역(EEZ,)을 경유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이들 국가들의 반대로 핀란드, 스웨덴을 경유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노드스트림2 사업에 미온적이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7일~8일 열린 정상회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별다른 메시지를 보내지 않자 유럽 기업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사업에 참가 중인 이자벨 코셰 엔지 사장은 지난 10일 파이낸셜타임즈 인터뷰를 통해 "유럽의 지도자들이 G20 정상회담에서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전달했기를 바란다"고 말했으나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노드스트림2'에는 유럽 에너지 기업인 쉘과 엔지·OMV 등이 투자를 진행해오고 있다.

비단 러시아와를 비롯한 유럽뿐만 아니라 중국 등 대륙으로 연결된 국가들에게 파이프라인 건설은 에너지 안보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지만 번번히 좌초하며 국제 분쟁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파이프라인의 경우 해상을 통한 자유로운 이동보다 정치·군사적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마될 가능성이 크다"며 "에너지 수출 강국을 꿈꾸는 미국으로서는 이러한 여건을 적절히 이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현재 연 4000억㎥의 천연가스를 소비하는 가운데 40% 상당인 1600억㎥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한다.

반면 셰일가스 생산량 증대와 단가 하락에 힘입어, 1975년부터 금지된 원유 및 가스 수출 규제가 40년 만에 풀리자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유럽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4월 처음으로 폴란드에 LNG를 수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대해 "미국인의 일자리를 떠받치고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문제 컨설팅회사 '아날리티카'의 니코스차포스 대표는 "오는 2020년까지 유럽국가들이 기존의 소비량의 절반을 ‘미국산’으로 대체하게 되면, 러시아는 가스공급을 앞세워 유럽을 압박할 수 있는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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