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기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사진=이뉴스투데이 이태구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대기업 대 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눠졌던 산업지형이 중견기업법이 제정된 2014년 이후부터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앞으로의 기업정책은 기업의 크기가 아닌 산업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11일 <이뉴스투데이>가 만난 이동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견기업을 강하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지난 4월 중견기업연구원 제2대 원장에 취임한 이 교수는 기업가정신과 혁신성장이론 전문가로 ▲중견기업 성장촉진 정책 ▲명문장수기업 ▲기업승계를 위한 차등의결권제 등 한국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 정책 연구에 매진해오고 있다.  

이 교수는 "전체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이 대기업의 50~60% 이하인 반면, 중견기업의 임금은 70~80%가 된다"며 "이런 상황임에도 중견기업 수는 0.04%에 지나지 않아 이 비율을 늘리는 것이야말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던 미국도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가장 많이 회복됐으며, 독일과 같은 중견기업이 탄탄한 나라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전환해 정상궤도에 올라섰다는 것.

이 교수는 "한국에서는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사업체의 수의 99%이고 고용의 88%를 차지한다 해서 흔히들 99-88이라고 하지만 독일의 경우는 99-70 정도에 불과하다"며 "같은 유럽 내에서도 중견그룹이 얕은 이탈리아(99-81)의 경우에는 경제적 고전을 면치 못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99% 속에도 엄청나게 다양한 중소기업들이 있음에도 지금까지는 같은 대상으로 취급되며 지원을 받아 왔다”며 “중소벤처기업부의 탄생과 함께 ‘'지금까지 불필요한 지원은 없었는가?' 냉정하게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된 만큼 정부 각 부처에서 이뤄진 중복지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중소기업부는 소상공인 문제에 더 신경을 쓰는 동시에,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키우는 업무는 결국 산업부에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미래부, 산업부, 중소벤처부가 이제는 4차 혁명에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며 "복지정책은 약자를 위해, 중소벤처부는 견실한 중소기업을 많이 만들기 위한 각각의 역할을 할 때 포퓰리즘과 부처 이기주의가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기는 교수는 그러면서 "우리 경제가 당면한 큰 문제로 한국만큼 경영권 행사와 기업 승계가 어려운 나라가 없다는 점"이라며 "4차 혁명을 이끄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오너십’으로 모험적 기업가 정신을 보장하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구글의 공동창업자들이 현재 1000배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3월 미국 IPO 상장 신화를 이룬 스냅챗(Snapchat) 역시 창업자 2명도 본인들 소유 주식을 제외한 모든 신주를 무의결권으로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차등의결권의 장점은 외부 자금을 조달할 때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미국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당해 기업공개(IPO)를 한 미국 회사 중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기업 비중은 2005년 1%에서 2015년 13.5%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 "단기적 이윤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자신들이 경영진에 쫓겨날 위험성이 없기에 창조적 파괴와 기업가정신 발현이 가능해진다"며 "경영권이나 기업승계의 문제는 1%의 대기업에 국한되지 않는 시장에 참가한 99%를 중소·중견기업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복지나 노동을 강조하는 것만큼 이제는 기업인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해졌다"며 "기업승계를 나쁜 것으로 규정하는 근거 없는 감정싸움에서 벗어나 정치권에서부터 허심탄회한 논의가 진행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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