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에 위치한 성동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사진 출처=성동조선해양>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대형 조선3사의 연이은 수주 소식과 함께 조선업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나, 국내 중소조선사들은 심각한 고사(枯死) 상태를 못 벗어나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과 산업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1년 동안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협력사 가운데 133개가 도산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업체의 종업원수도 2만여명이 감소해 지난해 직접고용 6만2000명에서 4만9000명으로 21% 격감한 직접고용 일자리 감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순홍 카이스트 해양시스템공학대학원 교수는 "2008년 결성된 한국중소형조선협회 소속 조선전업 중소기업 12곳 가운데 목포의 고려조선만 정상 가동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는 일본의 조선전업 중소기업들이 불황을 딛고 부활한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주)21세기조선, C&중공업, 녹봉조선, 신우조선해양공업, 동방조선, 일흥조선, 세광조선, 세광중공업, YS중공업, 대형조선, 진세조선 등 11개 중소기업이 사라졌다는 것.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고용구조는 사내협력사 또는 기자재업체의 기능인력이 전체의 80%를 넘는 특성을 가진다"며 "그 어떤 좋은 일자리도 폐업 앞에는 맥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소조선업계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선수환급보증금(RG, Refund Guarantee) 문제다. 은행권은 기술력을 갖춘 우량 기자재 업체도 조선업종이라는 이유로 대출을 기피하고 있다.

부산의 마스텍중공업은 지난 1월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선 건조를 수주하고도 금융권의 계약이행보증을 받지 못해 낙찰지 지위를 취소당하고 75억원 상당의 조달청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올해 17개 국책·시중은행들이 발급한 RG는 1조4200억원(35건)으로 집계됐으나 전체 금액의 99%에 달하는 1조4059억원이 현대중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에 집중됐다.

강기성 금속노조 성동조선 지회장은 "외국의 선사들도 한국의 조선업 구조조정을 주시하고 있다"며 "은행권이 RG발급을 기피하다보니 선주들도 의구심 때문에 발주를 망설이게 된다"며 "정부가 지원책 없이 희생만 강요하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김동중 부경대학교 교수는 "고용 창출 효과가 높고 주력 선종에서는 외국 경쟁업체에 비해 인력과 기술적 측면에서 절대적 우위를 가졌음에도 국내 7~8개 중소 조선소 가운데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형조선시장은 척수 기준 전 세계 신조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부문을 차지한다"며 "이 시장이 중국 등 경쟁국에 의하여 점유될 경우 대형 조선산업에도 부메랑이 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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