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중국 시장 진출 초기 어려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소비자 시장을 타깃으로 접근했는데, 이같은 방식의 시장 진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경쟁자가 속속 등장하는 등 당초 예상을 벗어난 변수가 있었습니다."

조영탁 휴넷 대표가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5년 전이다. 2012년 9월 북경에 중국 사업본부를 설립하며 현지 사업을 본격화했다. 익히 알려진 것 처럼 휴넷은 평생교육 전문기업으로 국내 시장에 입지를 확고히 다진 회사다.

99년 설립 후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직장인 교육프로그램, 국내 최초의 온라인 MBA '휴넷 MBA', CEO 대상 영상 서비스 '휴넷 CEO' 등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 다진 기반, 이를 통한 노하우를 토대로 최대 시장 중국에 도전장을 낸 것인데, 이를 통해 어떠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적지 않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휴넷은 修耐(Xiunai, 슈나이)라는 중국 브랜드 명을 내걸고 현지 사업에 나섰다. '인내심을 가지고 수련하고 닦는다'는 의미다. 세계 명문대학의 MBA와 동일한 커리큘럼을 5개월에 수료하는 중국판 '휴넷 온라인 MBA', 북경대와 함께 운영하는 '북경대-휴넷 공상관리과정' 등을 운영했다.

조영탁 대표가 "중국 인재교육은 이제 막 태동기를 맞았다"고 할 만큼 진출 시기도 적절하고 잠재적인 시장 규모도 방대하다. 그러다 앞서 조 대표가 언급한 것 처럼 소비자 대상의 프로그램을 독자 운영하기엔 어려움이 적지 않다.

조 대표는 현지 주력 사업 모델을 기업 교육 쪽으로 전환했다. 현지 기업교육 1위 업체 '시대광화', 기업교육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업체 '운학당' 등의 기업들과 제휴해 사업을 확장했다. 아모레피시픽, SPC, 롯데, 현대자동차 등 현지 한국 기업들, 글로벌 기업 아벤느의 직원 교육을 수주해 직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교육 영역은 교육사업에 특화한 전문가의 영업, 대상자에 특화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자본만 있어서 되는 영역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선행해온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에 주력하다 이제 순수 중국 현지 기업들 대상의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현지 기업을 상대로 교육 프로그램을 철저히 현지화해야 하는 만큼 이 또한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사업을 정착시키면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확장도 가능하다.

"2016년이 되기까지 30억원 가량을 현지 시장에 투입했는데, 그 해에 최초로 연간 단위 손익분기점을 넘었습니다. 손익분기를 넘은 지난해 부터 올해까진 추가 투자가 없었지만 내년부턴 다시 추가 투자를 단행, 현지 인력을 확충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조 대표는 "중국 시장에 진출한 후 한국에서 중국을 오간 것이 100여회는 된다"고 말했다. 한국과 상이한 현지 교육사업 환경을 분석하고 급변화는 트렌드에 맞춰 미래사업을 설계했다. 우리 나라는 자원도 기술도 없어, 기업도 정부도 인재교육에 열을 올렸다. 오프라인-온라인-이러닝-에듀테크-모바일 등 다섯 단계에 걸쳐 교육사업이 발전해 왔다.

"중국은 78년부터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됐는데, 우리보다 산업화 사이클이 10년 정도 늦었습니다. 내수 중심 시장에서 글로벌 확장을 염두에 둔 경제체제로 막 전환했고, 이와 관련한 인재교육 시장도 막 형성됐습니다. 한국과 달리 교육 시장이 오프라인 시장에서 곧바로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시장으로 진화했다는 점이 주요한 특징입니다."

중국 내수 시장에 보급된 스마트폰은 총 8억대 가량으로 추산된다. 데스크탑 PC를 건너띄고 스마트폰 보급 확산이 이뤄졌는데, 이같은 특성을 감안해 현지 교육 사업을 설계하고 시장 공략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 사업의 추세는 지역을 막론하고 '짤강'에 맞춰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보다 짧은 시간에 임팩트 있게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학습하는데 초점을 둬야 합니다. 한국에서 성공했던 '마이크로 러닝' 모델이 중국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선 보다 더 적극적으로 도입될 필요가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기업들, 중국 등 세계 각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에듀테크를 기반으로 혁신시키는 것이 조 대표와 휴넷의 목표다. 변곡점에 선 교육사업 시장에서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중국에 이어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글로벌 확장을 꿈꾸고 있는 휴넷은 독특한 기업문화를 갖춘 회사로 꼽힌다. 이 회사 취업규칙은 '만 100세'를 정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면 생물학적 연령을 떠나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팀원들간 협의가 되면 주어진 연차일수에 상관없이 무제한 사용이 가능한 '자율휴가', 회사이익 일정액을 출연해 퇴직한 임직원들에게 연금형태로 지급하는 '직원행복기금', 5년에 한 번 씩 한 달 간 주어지는 유급 학습휴가 등 다른 회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시스템들이 갖춰져 있다.

"정년제도는 연공서열에 바탕한 급여체계인데, 통상 65세를 그 한계선으로 하는 것이 사회적 통념입니다. 생산성이 나이에 비례하지 않지만 능력이 되는 사람에겐 기회를 주는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100세 정년은 정년이 없는 회사라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이를 명문화 했습니다."

조 대표에 따르면 이 회사 직원들의 평균이직율은 연간 6%다. 최근 대졸자들이 1년에 30% 가량 이직을 선택하는 것에 비하면 꽤 안정적이다. 직원행복기금의 경우 조 대표가 "이같은 모델을 전체 사회에 확산시키고 싶다"고 표현할만큼 애착을 갖고 있는 제도다.

직원들에게 충분한 복지와 동기 부여, 고용 안정성이 주어지면 창의성 등 업무 퀄리티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는 것이 조 대표의 믿음이다. 조 대표와 휴넷 임직원들이 소망하는 것 처럼 글로벌 인재 교육 시장에서 이정표를 만드는 기업이 될 수 있을지 눈길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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