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정일 기자] "서울에 내 집 없으면 제주도나 가서 살지 뭐", "나도 나중에 제주도에서 살아야겠다"

최근 주변 지인들과 업계 미팅 자리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제주도라는 섬은 말만 들어도 가슴 벅차고 항상 설레인다. 뭔가 신비스럽기도 하고 가깝지만 한편으론 굉장히 먼 곳이다.

특히 현재 종편에서 방영돼 화제가 되고 있는 '효리네 민박'을 보면 제주도에 대한 도시 사람들의 동경은 더욱 부푼다. 매일 아침 문을 열고 나가면 넓은 잔디 마당과 그 위에서 뛰노는 애완견, 언제 봐도 깨끗하고 드넓은 바다가 내 집 앞에 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하지만 건설부동산 분야를 출입처로 두고 있는 기자는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직업 탓인지 이상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그들이 이상적인 꿈을 얘기할 때 제주도 땅값이 예전 같은 줄 아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현재 제주도 땅값은 지난 2010년 11월 이후 7년가량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평균 지가로 보면 2010년 ㎡당 1만9847원에서 2015년 2만6506원, 지난해 3만3839원에 이어 올해는 4만원을 훌쩍 넘겼다. 2배 가량 땅값이 뛴 것이다.

아파트 분양가 상승률로 따지면 좀 더 현실적인 수치가 나온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2013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제주 지역의 평균 아파트 분양가는 1억4250만원에서 2억5053만원으로 75.8%(1억802만원) 올랐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상승액이 1억원을 넘은 곳은 제주가 유일하다.

노형동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는 평당 분양가가 2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곳도 있다. 물론 서울 강남, 부산 해운대 등 대도시들과 비교해서는 저렴한 편이지만, 제주도 집값은 이제 여느 거점 도시와 맞먹는 수준이다.

더욱이 최근 제주도 부동산 시장은 외지인들의 무분별한 투자와 투기세력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다음 정부의 부동산 규제 칼날은 제주도를 겨냥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도시인들의 로망 제주. 환상의 섬 제주는 마냥 이상향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효리네 민박'의 주인공인 그도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말했다. 제주도에서 행복하고 여유롭게 생활을 할수 있는 이유는 "돈이 많아서"라고. 이제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는 이상과 더불어 현실도 함께 고민을 해야 하는 대목이 왠지 씁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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