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국내 주요 은행 계열 금융지주회사들 자회사인 생명보험사들이 실적 부진에 역마진 우려까지 처하고 있다. 그간 금융지주사들은 은행이나 증권·카드 등의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 공격적으로 생명보험사를 인수합병(M&A)하거나 투자해왔다.

하나금융지주는 홍콩 HSBC와 공동으로 조인트벤처인 하나HSBC생명을 만들었고 우리은행은 영국 최대 보험사인 아비바와 합작해 우리아비바생명을 설립했다.

산은금융지주는 금호생명을 인수해 KDB생명을 인수했고,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지주 설립 전에 은행 계열사로 생보사(KB생명, 신한생명)를 보유하고 있었다. 기업은행은 연금 전문 보험사인 IBK연금보험을 설립했다. DGB금융지주는 우리아비바생명을 인수해 DGB생명을 만들었다.

지난 2013년 HSBC가 지분을 빼면서 하나금융지주가 HSBC 지분 100%를 보유해 하나생명이 됐다. 아비바도 우리아비바생명의 지분 47%를 농협에 매각했고, 농협이 이 지분을 DGB금융지주에 전량 매각했다.

그런데 이들 은행금융지주 계열 생보사 실적이 신통치 않다. 은행금융지주 계열 증권사가 증권업계 상위권을 싹쓸이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NH투자증권, 현대증권을 인수한 KB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증권업계에선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우등생이다.

그나마 신한생명이 6위로 선방하고 있고 KDB생명(9위), KB생명(19위), 하나생명(22위), DGB생명(21위) 등 10~20위권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산업은행 계열사인 KDB생명이다. KDB생명은 채권 운용에서 손실이 나며 1분기 기준 총자본이 5585억원으로 자본금 약 9%가 잠식됐다.1분기 227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 지급여력비율(RBC)은 124%로 당국 가이드라인 150%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하나생명은 작년 171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나 지난해말 금리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매도가능금융자산 평가손실이 391억원 가량 발생, 295억원의 총포괄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아직 손실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의미한다.

작년말 기준 100억원 이상의 결손금도 생긴 탓에 적립해야할 대손준비금 15억원도 적립하지 못하고 있다.

DGB생명도 1분기 순이익이 2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5%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0.91%로 1%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지난 1월 후순위채를 발행하며 RBC가 180%대로 오르긴 했으나 이자비용이 1년 전보다 2배 가량 늘어난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KB생명도 작년 127억원의 연결 순이익을 내긴 했으나 매도가능금융자산평가손실로 333억원의 총포괄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 RBC는 183.99%로 작년 3분기(235.26%)보다 크게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은행금융지주사들이 보험사 경영에 실패하는 이유를 영업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꼽았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다보니 설계사 판매조직이 약하고, 은행 창구를 통해 영업하는 방카슈랑스에 열을 올리게 되며 이는 결국 저축성보험 쏠림현상으로 이어져 역마진 위험이 커지는 악순환이 초래됐다.

이럴수록 보험 영업과 상품을 잘 이해하는 전문경영인이 필요한데, 보험사 경영은 대부분 비전문가인 은행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하나생명의 권오훈 사장은 하나은행 글로벌 사업부 부행장 출신이고, KDB생명 안양수 사장은 구조조정 전문가로서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은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을 늘리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며 “채널 전략을 방카슈랑스에서 탈피해 설계사, 다이렉트 등 다변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업계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보험사는 부실을 걷어내고 설계사 조직정비와 상품구성도 바꾸는 등 체질개선이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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