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노동시장의 분절과 소득 양극화라는 사회적 문제를 두고 정부가 최저임금제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최저임금을 매년 15% 이상 3년 연속 올리고도 경제가 무사할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한마디로 정부의 대책은 원인 진단부터 실효성까지 부실 투성이의 위험한 대책이다.

임금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현상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1940년대부터 축소되고 안정적이던 미국의 소득격차는 1980년대부터 급격하게 확대됐다. 때문에 자본주의가 성숙되면 불평등이 감소한다고 했던 쿠즈네츠 곡선을 신봉했던 경제학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진보적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만은 이 현상을 두고 거대한 불일치 (The Great Divergence) 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이후 불평등에 관한 수많은 연구들이 행해졌고 도출된 결론은 ‘경제의 지식산업화와 글로벌화’가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었다.

즉, 안정된 일자리이던 선진국 제조업의 해외 이전과 함께 저임금 이민이 늘어난 것이 소득격차의 확대를 초래한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자 프리드만은 2000년 초에 중국과 인도 등이 글로벌 경제에 새로운 편입됨으로써 전 세계 경제활동 인구가 단 기간에 두 배가 되는 큰 변혁이 일어난 것이 숙련도가 낮은 저임금 근로자의 국제경쟁이 심화된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제조업에서 줄어든 일자리는 서비스업으로 대체되는데 금융, 법률, 의료 등 고소득의 지식기반 서비스업의 경우 교육수준이 낮은 노동자들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 대신 이들 저학력 노동자들은 부가 가치가 낮은 노동집약적 서비스업에만 종사함으로써 교육 격차에 의한 임금 격차의 확대가 야기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세대간 교육격차가 크고, 특히 장년층에서는 남녀 간에도 교육 격차 커서 소득격차가 선진국보다도 더 빠르게 확산될 구조를 갖고 있다.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또 하나의 주된 원인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일등 기업이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수퍼스타 경제화 (Superstar Economy) 현상이다. 스마트 폰만 해도 이익은 애플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창의성 기반의 지식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된 결과다. 과거와는 달리 신제품을 더 창조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인적 자산의 경쟁력이 자산과 자본의 경쟁력을 압도하기 때문에 초래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분석들은 결국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는 인적자원 개발을 위한 교육투자를 강화하는 것이 양극화의 궁극적 해결책임을 말해준다.

이러한 근원적인 이유를 도외시하고 현 정부는 소득격차의 원인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학관계에서만 찾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수익성은 주요 비교대상 국가들보다 훨씬 낮으며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의 인건비가 생산성에 비해 낮았다는 어떠한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생산성과 실질임금간의 상관관계는 완벽하리만큼 일치해 왔다. 오히려 2012년부터는 노동의 생산성이 줄고 있는데도 임금은 계속 상승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혹자는 대기업 정규직의 과다한 임금으로 영세기업의 근로자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사실이라 해도 300인 이상의 근로자의 비중이 12%에 불과하고 80%의 근로자가 100인 이하의 영세 사업장에서 근로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설사 대기업 근로자의 양보가 있더라도 영세 사업장의 근로자들에게 돌아갈 몫은 극히 적을 수밖에 없다.

북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최저임금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이는 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준다는 가장 기본적인 경제의 원리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높인다는 것은 그 만큼 급여를 줄 수 없는 저부가 가치 사업은 포기하라는 말이자 최저임금을 밑도는 생산성의 노동력 또한 경제에 참여하지 말라는 말이다. 최저임금이 높을수록 사업을 접어야 하는 영세업자가 많아지고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없는 청년들은 많아지게 된다. 모든 물가가 올라가니 수출경쟁력 또한 낮아진다. 이런 이유로 실업률을 높이는 가장 효율적 수단이 급격한 최저임금인상이다.

노동문제는 한쪽만 보고 결정하면 큰 부작용이 발생한다. 2015년 시행한 정년 연장이 지금 청년고용절벽으로 반격하고 있는 것이 명백한 증거다. 생산성을 높이는 교육개혁, 우수두뇌를 유치하는 이민개혁,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줄이는 노동시장 유연성 도입, 정치파업에 의한 생산성 유실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타협 등이 없이 기업의 비용만 증가시키는 일방적인 처사는 앞의 정년 연장과 같은 부작용을 수반하는 충격이 될 것이 자명하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과반에 가까운 고용이 500인 이상의 대기업에서 이루어지는 반면 우리는 60% 가까이가 29인 이하의 자영업 수준의 영세 작업장에 고용되고 있다. 그만큼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을 사업장이 OECD 선진국과는 비교할 수 없이 광범위하다는 말이다. 이런 후진적 고용구조와 생산성이 낮아지고 있는 와중에 급격히 인건비를 올리는 것은 자살적 행위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나라의 고용구조는 OECD의 선진국형이 아니라 남미나 부도난 그리스형에 가깝다. 정부는 착각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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