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호영 기자] "가족이 쓰는 가방이라고 생각하고 만들고 팔 때 답이 있습니다. 부담없이 멜 수 있는 가격대지만 바로 제 가족이 아끼는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싶을 정도의 가방을 만들자고 하루에도 여러번 다짐하며 달려왔습니다"

양경태(44) 동대문 남평화상가 '채움153' 대표는 "판매와 소비는 동전의 양면"이라며 "특히 동대문 시장에서는 판매자와 소비자도 다르게 보지 않는다"고 했다. 배경엔 제조와 판매, 그리고 소비까지 한 곳에서 이뤄지는 동대문 상권의 특성이 자리하고 있다. 

양 대표는 학창시절 십대 때부터 동대문에서 가방을 만들던 아버지를 도와 가방 제조를 배웠고 20년 전인 1997년 상점 점원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동대문 시장과의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됐다. 양 대표에게 동대문 시장은 삶 그 자체다. 

그러던 중 2009년 11월 점원 생활을 접고 양 대표의 상점을 열었다. 물건없이 개업부터 먼저 했다. 첫 주문이 들어오기 전 한달간 아버지와 밤새 초도 물량을 만들었다. 재단하고 가방을 직접 만들었고 주문 물량을 맞추느라 거의 반년간을 무릎 나온 작업복만 입고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같은 열정은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당시엔 특이하고 예쁜 가방만 보면 '저 가방 어떻게 만들었지, 더 독특한 가방을 만들 수는 없을까' 생각만 하고 살았다. 

어느 상점이든 그렇겠지만 특히 도매시장에서는 무조건 많이 파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소매 고객으로부터 반품이라든지 제품 클레임없이 재주문을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

양 대표는 "적절한 가격대 좋은 품질을 원하는 고객과 많은 이윤을 남기려는 판매자가 서로를 생각하면 거의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 가성비를 중시하는데 동대문 고객들에게 좋은 제품이란 적정 가격대에 원하는 것을 고루 갖춘 제품"이라고 했다. 

오늘의 양 대표를 키운 것은 바로 동대문이다. 양 대표가 있는 남평화상가는 가방 전문 도매 상가만 250여곳이다. 

그는 사업 초창기 3∼4곳 거래처와 거래를 유지하면서 정말 큰 돈도 만져봤다. 뿌듯했던 순간도 있다. 아내가 양 대표를 동대문까지 차로 태워다주며 가방 싣고 판매처로 옮기던 차량을 보고 "언제 우리는 저렇게 많은 가방을 팔지"라며 부러워하는 말을 던졌는데 알고 보니 그게 바로 양 대표의 제품이던 기억이 있다. 

양 대표는 시장에 책가방 판매 트렌드를 불러일으키기도 있다. 2010년 당시 양 대표가 직접 만든 책가방은 단가가 비쌌다. 직접 이것 저것 아이디어를 내 레인 커버도 만들고 한 가지라도 다르게 만들려고 무던히 애썼다. 고객들은 그런 노력을 알아봐줬다.  

처음엔 주변에서 도매상이 값비싼 가격대에 책가방을 취급하는 것을 의아하게 여기다가 곧 반응을 보고 대세라고 판단, 상가에 책가방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유명 브랜드를 찾기 보다는 자신의 감성과 선호에 따라 제품에 대한 주관이 뚜렷한 요즘 10대들의 소비력이 힘이 돼준 셈이다. 이제는 두 딸과 아들이 양 대표가 직접 만든 책가방을 메고 있다. 

양 대표는 "비싼 제품이 그에 걸맞는 값어치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그러면서도 또 다른 중요한 가치가 있다. 바로 선택의 다양성"이라고 했다. 

이어 "부담스럽지 않게 편하게 쓸 수 있는 저렴한 가격대 적정 수준의 제품도 소비자 선택이라는 면에선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양 대표가 지금까지 바라보고 달려온 것도 이같은 제품의 독특함이었다. 거기엔 지지치 않는 열의가 필요하다. 그는 "가방 개발 하나만 일례로 들면 특이한 가방만 보면 제가 만든 가방을 쥐어주며 맞바꾸자고 할 정도로 열의가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개발의 시작점"이라고 했다. 

양 대표는 "시장에선 지적재산권을 주장할 수 없다. 독특하게 만들어낸 가방도 어느새 다른 상점의 엇비슷한 제품들로 마주하게 된다"며 "저도 다른 물건에서 아이디어를 얻곤 한다"고 했다. 

그는 "애초부터 전혀 새롭고 다른 것은 없다. 칼로 베듯 이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다"며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보며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동대문 시장에서 최고의 선으로서 소비자 선택이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방향에 대한 고민은 병행돼야 한다고 양 대표는 강조했다. 

양 대표는 "제조자만의 독특한 가방은 대단한 노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차별화 경쟁이 아니라 매출이 좋은 제품 일색으로 잘 나가는 몇 가지 제품간 가격 경쟁으로 방향을 잡는 것 같다. 안타깝다"고 했다. 

또한 "가장 좋은 것은 차별화된 제품이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여러 조건을 갖추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의식적이고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여러 정부 지원이 많이 시도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시장과 상권을 살리기 위해 가닥을 잡아야 한다"며 "지금도 상점을 여는 청년들이 많은데 혹여 사업을 접더라도 재기하는 길을 넓히는 지원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대표는 전안법과 정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이 문제에 관한한 결국 소비자에 답이 있다"고 했다. 그는 "KC 인증도 강제할 게 아니라 인증을 받은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각각 다른 필요와 가치에서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저만의 브랜드, 제 브랜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대단한 명품, 제품이 아니더라도 제가 직접 만든 제품에 제 브랜드를 붙여 가족과도 같은 고객들이 멜 수 있는 좋은 가방을 자부심으로 만들어 팔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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