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사진=이뉴스투데이>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법조인들이 경제현상이나 기업활동에 대하여 무지한 것이 사실이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 판사의 경제현실을 외면한 뜬금없는 판결이 나오는 이유다."

3일 <이뉴스투데이>가 만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 같은 한국의 현실에서 기업법을 수십여년 연구해온 몇 안 되는 학자 가운데 하나다. 

"30년간 법학을 공부했지만 법학을 하는 분들은 좀 답답하다"는 최 교수는 "특히 학문의 분화가 심해져서 사법시험 과목은 물론 로스쿨에서도 역사나 경제학을 강의하지 않는다"며 이 같이 토로했다. 

최근 기업법연구소를 이끌며 기업에 관한 포괄적인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그에게 '재벌오너 지배구조'를 적폐로 규정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업관에 대해 묻자 "오너 경영은 결코 적폐가 아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 교수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특히 재벌 상속자를 죄악시하는 정서를 가졌으나, 이는 법리적으로도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소수지분지배구조(Controlling Minority Structure, CMS)에 불과한 상황이다.

오너 가족들이 사익을 위해 ▲일감 몰아주기, ▲유가증권 저가 발행, ▲목적 불분명한 계열사 간 합병 등을 통해 소수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오히려 CMS 구조가 신뢰와 평판을 중시하고 조달비용의 극대화 및 강력한 부패청산을 통하여 대리인 비용을 능가하는 이익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그러면서 미국의 뉴스위크지가 지난 2011년 특별판을 통해 보도한 '어려운 시기에 가족경영 기업들이 더 나은 성과를 낸다(In hard times, family firms do better)'는 제목의 기사를 소개하며, 오직 국내에서만 "65%의 가혹한 상증세법의 규정으로 창업의욕과 기업가 정신을 말살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최 교수는 이어 "사익추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엄밀하게 감시하고 있고, 회사법상 수많은 제도가 보장되어 있는데도 기업가가 일생을 걸었던 결과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전시킬 기쁨을 박탈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반기업정서와 관련 "성장의 과실이 일부 기업에만 돌아가기 때문에 낙수효과는 전혀 없고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며 "낙수효과의 의미를 과거 개발시대의 대규모 고용효과 정도로 이해하기 때문에 그런 주장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고용효과를 누리려면 대기업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허용해야 하지만 "지금 대기업은 M&A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숨막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림이 없다는 얘기다.

또 4차산업과 관련해서도 "산업부나 미래부보다는 개별 기업이 훨씬 더 열심히 잘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헛발질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을 지적하며 "4차산업의 핵심 동력인 5G가 성공하려면 40조원대의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함에도, 통신비 인하를 골몰하는 것은 이것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통신업체들은 앞으로 7년간 200조원을, 일본 통신업체들은 2023년까지 5G 전국망 구축을 목표로 51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교수는 그럼에도 기업들이 사회적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는 국내법이 악법일지언정 법을 지킬 것과, 둘째로는 한국에서 태어난 기업가라면 일반인의 100배 이상에 달하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업의 평판은 벚꽃만큼이나 부서지기 쉽습니다. 갖고 있을 때는 아름다운 자산이지만 폭풍과도 같은 대중의 분노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수 있습니다. 개리 데이비스(Gary Davies) 맨체스터대 교수가 한 말입니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민간 부분에서 기업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것과 이를 위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최 교수는 "주무관청인 산업자원부 장관이 임명돼야 (전경련이 정치에 관여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정관변경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고 동시에 정부가 시행할 정책을 원활하고 자발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도 민간기업과 정부 간의 대화의 가교가 되는 전경련이 조속히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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