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과연 친기업적인 대통령일까? 문 대통령의 방미 행보를 전하는 뉴스를 접하고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워싱턴에서 가진 경제사절단과의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은 저를 '친노동' 쪽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맞다. 내가 노동변호사를 오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한편으로 저는 '친기업' 쪽이기도 하다"며 "기업의 고문변호사도 오랫동안 많이 했다"고 했다. 또 "기업과 노동이 상생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우리나라가 진짜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새 정부의 개혁 방향에 대한 기업인들의 의구심과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에서 나왔을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도 웃음으로 화답해 현장의 분위기는 훈훈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소식에도 불구하고 "나는 친기업적"이라는 문 대통령의 고백(?)에 "아하, 그랬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추진되고 있는 일련의 정책들이 띄고 있는 반시장적 성격 때문이다. 

통신비 인하, 실손보험료 인하,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조치는 한결같이 기업들의 가격 결정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들이다. 그리고 가격 결정의 자유야말로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이다. '기업자유의 제한'과 '친기업'은 분명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물론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도 정부가 가격 결정에 개입하는 사례는 많이 있다. 다만 그것은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의 실패 같은 경우로 한정돼야 한다.

지금 정부가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는 세 가지 가격은 시장의 실패가 있다는 증거가 없다. 그보다는 '가계 부담 경감'이라고 하는 복지정책적 목표에서 나온 시책이다. 다시 말해 재정이 부담해야 할 일을 기업에게 전가한 셈이다.

문 대통령의 자칭 '친기업' 발언에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움직임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전문경영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집단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각 그룹의 경영전략과 의사결정 구조는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없지 않았다"며 지배구조에 칼을 대겠다는 의중을 비쳤다.

하지만 기업지배구조에 모범 답안은 찾기 어렵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돼 왔다. 이탈리아처럼 가족 경영이 주류를 이루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일본의 도요타, 미국의 포드처럼 상황에 따라 전문경영인과 오너 경영인 체제를 오가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특정한 지배구조를 강요하는 것은 사회공학적 발상에 의한 오만일 수 있다.

방미 기간에 ‘친기업’을 선언한 문 대통령은 귀국하는 대로 또 다시 기업인들과 만나겠다고 했다. 일단 기업인들과 자주 만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그것이 실질적인 소통으로 이어지려면 현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과 '기업의 자유'라는 문제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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