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근하 기자] 프로바이오틱스와 보툴리눔.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균들이지만 최근 제약업계 소모전의 중심에 있다는 점은 유사하다.

지난 16일 일동바이오사이언스(개발 당시 일동제약)는 쎌바이오텍과의 ‘4중 코팅 유산균 및 제조방법’ 특허 무효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고 밝혔다. 이 소송전은 2014년 쎌바이오텍이 일동바이오사이언스가 보유한 4중 코팅 특허가 무효라고 주장한 데서 시작됐다.

쎌바이오텍은 4중 코팅 특허가 2002년 공개된 타인 명의의 선행특허(제2002-0063978호)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의 논리대로라면 쎌바이오텍의 듀얼 코팅기술은 8~10중 코팅 특허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코팅 기술은 유산균이 안전하게 장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겹겹이 포장하는 것으로,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이다.

약 3년간 이어진 법적 전쟁은 일동바이오사이언스의 승리로 끝이 났으나 판결내용에 대한 해석 차이는 분명했다. 일동은 승소 소식을 전하며 “(판결내용은) 일동바이오사이언스의 4중 코팅 유산균 및 제조방법 특허의 진보성, 즉 기술적 특징과 효과의 현저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쎌바이오텍은 코팅순서의 차이를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일 뿐 여타 코팅방법 보다 우월한 기술력을 입증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코팅기술에 대한 우열을 가려낸 결과로 비춰진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코팅 방법의 고유성을 인정한 것이며 우월성을 따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업계 소모전은 비단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도 있다.

대웅제약은 용인시 처인구 인근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찾았다고 발표했고,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를 훔쳐간 것이라고 맞서고 있는 게 골자다. 메디톡스가 이달 초 미국에서 대웅제약을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해 이 분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 같은 다툼을 하는 곳이 제약업계 뿐 이겠느냐 싶지만, 제약산업 육성을 외치고 있는 업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건 사실이다.

의약품 제조 기술이나 원천에 기업의 사활이 걸렸음을 감안해도 과한 분쟁과 비난이 오히려 역풍으로 이어질까 염려스럽다. 글로벌 진출 단계를 밟고 있는 제약사들의 이미지가 실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자 나보타(대웅제약 보톡스 균주 제품)의 미국 허가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국가 중 하나다. 전 세계 파이프라인이 7000개인 가운데 우리나라는 1000개를 보유 중이며, 서울의 임상 인프라는 세계 2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칫 장기 소모전이 산업 성장을 저해해 해당 제약사는 물론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불러올 수 도 있다. 특히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대립이 ‘난타전’이라고 표현되고 있다는 것은 이들을 객관적으로 지켜보고 있던 이들조차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를 물고 헐뜯는 데 들이는 그 힘을 보다 생산적인 곳에 쓰는 건 어떨까 싶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