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칠러생산라인 <사진제공=LG전자>

[이뉴스투데이 강민수 기자] “칠러사업은 전형적인 B2B사업으로 고객과 장기적인 시야와 긴 호흡을 필요로 합니다. 자사도 긴 호흡을 가지고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평택에 투자했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기보다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박영수 LG전자 칠러사업담당 상무)

27일 서울에서 버스로 약 1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LG전자 칠러 공장. 이 공장은 대형상가를 비롯해 오피스 시설, 발전소 등에 들어가는 냉난방기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주요 생산 품목은 ▲터보 냉동기 ▲흡수식 냉온수기 ▲스크류 냉동기 ▲공조기 등이다. LG전자는 이곳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국내시장은 물론 글로벌 주요 시장에 공급한다.

LG전자는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전북 전주에 있었던 칠러 공장을 지난 해 11월 현재 위치인 평택으로 이전했다. 14만8000제곱미터에 달하는 대지 위에 들어선 사업장은 전주에 있던 공장에 비해 약 2.5배 넓다. 신공장은 제품의 설계부터 제작, 테스트, 출하에 이르는 전 공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지리적으로는 인근에 평택항이 위치하고 있어 수출 물량을 항구까지 운송하는 데도 강점이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평택공장의 연간 최대 생산량은 냉동기 기준으로 1천 대 수준"이라며 "냉동기에 연결되는 실내기 등 부속 제품을 모두 포함하는 경우 2천 대까지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택공장의 생산능력이 기존 전주공장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덕분에 대형 프로젝트의 수주도 적기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생산 설비를 확대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공장 투어에 앞서 칠러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다.

박영수 LG전자 칠러사업담당 상무는 "칠러란 물을 냉각시켜 차가운 바람을 만들어 대형 건물 등에 시원한 바람을 공급하는 냉각 설비를 말한다"며 "시원한 바람을 만드는 과정에서 흡수한 열을 배출해야 하는데, 외부 공기를 이용해 열을 배출하는 공랭식과 물을 이용해 열을 배출하는 수랭식 칠러로 나뉜다"고 운을 뗏다.

"자사는 지난 2011년 LG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며 칠러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며 "이로써 소형에어컨에서 대형까지 이르게 되는 냉난방사업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는 국내 유일 통합 솔루션을 가지는 전문회사가 됐다"며 "특히 작년 말 평택으로 옮기면서 제품성능 측정과 연구개발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감행했는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로봇자동용접 <사진제공=LG전자>

생산동에 들어서자 대형 크레인들이 눈에 띄었다. 생산동은 총 면적이 축구장 4개 넓이와 비슷하며 5개의 생산 구역으로 구분돼 있다. 각 구역은 가로, 세로가 각각 190m, 30m에 달한다. 각 생산 구역의 위쪽에는 최대 50톤까지 들어올릴 수 있는 대형 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칠러는 완제품의 무게가 최대 50톤에 달하는 제품으로 크레인을 사용해야만 옮길 수 있다.

칠러는 100% 주문제작 방식이고 제품에 따라 용접 위치가 달라 공정 자동화가 쉽지 않은 제품이다. LG전자는 제조 공정의 핵심인 용접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평택에 있는 LG전자 생산기술원과 협력해 지난 3월 칠러 용접 로봇을 생산현장에 도입했다.

용접 과정에서 발생하는 빛과 열 때문에 작업자가 피로를 느낄 수 있었는데, 용접 로봇의 도입은 작업자들의 근무여건을 크게 개선했다. LG전자는 칠러 공정에 최적화된 용접 자동화를 위해 ▲제품을 고정하는 장치 ▲제품을 이동시키는 장치 ▲로봇을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등을 독자 개발했다.

생산공정의 마지막 단계는 제품에 색을 입히는 도장 공정이다. 제품의 크기가 큰 만큼 도장 설비도 거대하다. 높이가 9m에 달하는 도장 설비는 최대 50톤 규모의 대형 제품까지 작업이 가능하다. 에어리스 스프레이 방식으로 색을 입히는데, 고압 펌프와 건조 설비를 이용한다. 고압 펌프가 색상이 입혀진 미세한 입자들을 뿜어내는 방식으로 제품에 색을 입힌 후 열을 가해 건조시키는 원리다. LG전자는 도장 품질을 고르게 하기 위해 적정 건조 온도인 60℃로 유지해주는 자동화 건조 설비를 적용했다.

LG전자 평택 현장 관계자는 "에어리스 스프레이 방식은 제품 규모가 큰 칠러 생산에 최적화된 방식"이라며 "분진과 유해물질이 배출되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칠러는 엄격한 성능시험을 통과해야 완성된다. LG전자는 정확한 성능시험을 위해 생산공정 마지막 단계에 총 6개의 시운전 설비를 구축했다. 이 설비는 최대 3천냉동 톤(1냉동 톤은 24시간 안에 0℃ 물 1톤을 얼음으로 만드는 냉동 능력) 용량의 제품까지 자체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다.

현장 관계자는 "제품이 당초 설계한 대로 작동하고 최상의 성능을 내는지, 혹은 향후 있을지 모르는 오류를 사전에 테스트를 한다"며 "제품의 신뢰성은 LG전자가 평택에 신공장을 지으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칠러의 특성상 생산 과정에서 생긴 작은 오차로 인해 실제 성능이 큰 차이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산현장은 여러 공정들이 하나의 라인(Line)에서 이뤄지는 컨베이어 방식이 아니라 숙련된 작업자들이 제품 하나에 대한 전체 공정을 책임지는 셀(Cell) 생산방식이다. 칠러 생산은 고객이 원하는 사양에 맞춰 설계부터 생산, 검사, 시운전이 이뤄지는 점과, 제품의 크기, 생산공정 등을 감안하면 컨베이어 방식보다는 셀 방식이 적합하다는게 LG전자측의 설명이다.

현장 관계자는 "생산현장 작업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9년에 달한다"며 "신입사원이 교육을 마치고 생산현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려면 약 5년이 걸릴 정도다. 작업자 한 명 한 명이 모두 칠러 생산의 달인인 셈"이라고 말했다.

칠러연구시험동 <사진제공=LG전자>

생산동 옆에는 칠러 연구시험동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은 개발중인 칠러에 적용할 핵심 신기술과 시제품을 테스트하는 곳이다.

LG전자는 공장을 평택으로 이전하기 전에는 생산동에서 연구시험을 함께 진행했지만, 신공장을 지으면서 연구시험을 위한 전용공간을 새롭게 만들었다. 차세대 칠러 기술 확보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포석이다. 이 곳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성능평가 설비들이 있었다. 특히 터보 냉동기에서 냉매를 순환시켜주는 핵심 부품인 ‘임펠러(Impeller)’의 성능을 평가하는 설비는 세계 칠러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LG전자 평택 칠러 공장만 확보하고 있다.

장진희 LG전자 칠러선행연구팀장 수석연구위원(부사장)은 “평택공장은 칠러 개발과 생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췄다”며 “오차율 ‘제로’의 1등 품질을 앞세워 글로벌 칠러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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