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2021년부터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인 보험부채를 장부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야 하는 새로운 회계기준이 시행되면서 보험사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과거 5% 이상의 고금리로 판매한 보험상품이 많은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더 많은 준비금을 쌓아야 해 타격이 예상된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부채를 기존의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새 회계기준(IFRS17)을 지난달 18일 확정했다.

현재는 최초 보험계약을 맺은 시점을 기준으로 보험부채를 계산하지만 2021년부터는 매 결산 시기에 실제 위험률과 시장금리로 보험부채를 측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과거 고금리로 금리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았던 생명보험회사들은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부채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

특히 국내 보험사의 부담이 예상된다. 국내 보험사는 단기적인 외형 성장 전략을 취하며 2000년대 중반까지도 5%대의 금리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았기 때문이다.

대형사도 예외는 아니다. 무디스 자료를 보면 2016말 기준으로 삼성, 한화는 6% 이상 고금리 확정이율형 상품 부채규모가 3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5년 6월 기준 전체 생보사의 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이 43%이고, 이중 금리가 5% 이상의 상품 비중이 31%에 달한다.

그러나 생보사의 운용수익률은 2014년 4.51%에서 2015년 4.01%, 2016년 9월 말 3.96%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금리가 낮아지는 바람에 보험료를 받아 채권 등에 투자해도 소비자에게 돌려줄 보험금조차 벌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 현재 생명보험사의 부채규모가 2021년까지 유지되고 할인율이 국고채 수익률(5년)에 유동성 프리미엄 등을 더한 수준이라고 가정할 경우 부채 증가 규모가 23조∼3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채가 늘어나면 보험금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도 하락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보험사들의 평균 지급여력비율(RBC)은 평균 258.8%다. 전 분기보다 13%포인트 나빠졌다. RBC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자본의 여력을 뜻한다.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는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보험사들이 적지 않다.

자본 건전성에 비상이 걸린 보험사들은 권고 기준을 맞추기 위해 속속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1분기 RBC가 124%인 KDB생명은 연내 매각에 앞서 대규모 희망퇴직과 지점 통폐합을 예고했다. 현재 인력을 3분의 1로 줄이고 지점도 50여개 줄인다는 방침이다.

RBC가 148%인 흥국생명 역시 지점 통폐합을 진행 중이다.

최근 우리,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은 KDB생명, 흥국생명, MG손보 등 RBC가 좋지 않은 회사의 방카슈랑스를 일부 제한하고 있다. 해당 회사들은 2분기 재무 건전성을 높여 방카슈랑스 제한을 해제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업황 불황과 IFRS17 도입, 온라인 시장 성장 등 영향으로 보험사들은 계속 몸집을 줄여나가는 추세다.

한편,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올 들어 이달까지 후순위채는 6260억원,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은 5650억원어치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후순위채의 발행규모는 농협생명이 5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하나생명 500억원, DGB생명 400억원 등으로 뒤를 이었다.

신종자본증권은 시장이 크지 않은 탓에 주로 대형사가 발행하는데 업계 2위인 한화생명이 5000억원 규모로 발행하며 국내 시장을 선점했다. 교보생명은 해외에서 5억달러(약 5600억원) 규모로 발행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보험산업은 사고에 대한 보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저축을 대신해서 시작했다"며 "저축성보험을 중심으로 한 외형 성장 전략을 취하며 단기성과에만 집중한 영업전략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보사들은 2005년까지도 5%의 고금리 상품을 팔았는데 대형 생보사들도 고금리 상품 비중이 40%에서 많게는 50%에 달해 역마진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대체투자 발굴을 통해 투자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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