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조선·해운업 불황으로 한국선급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하게 추락하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0년 호황기 10%대를 자랑하던 한국선급의 시장점유율이 한진해운 파산 등 해운업 불황과 함께 5%로 추락하는 과정에서 해운업의 특수성을 무시한 정부의 보여주기식 행정이 찬물을 끼얹은 것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2014년 6월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와 정치권은 한국선급을 참사의 책임자로 지목하고 독점 체제를 깨겠다면서 프랑스선급인 뷰로베리타스(Bureau Veritas·BV) 정부 대행 검사권을 부여했으나, 정부 조사 결과 사실 관계가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선급측은 지난 2015년 1월 세월호의 선박 복원성 검사 당시 "선실의 무게가 늘기 때문에 화물을 덜 싣고, 평형수를 더 채워 넣으라"는 조치를 내린 바 있으며, 이 같은 규정을 위반해 3608톤의 화물을 추가로 실은 상태에서도 운항허가를 내린 해운조합의 책임이 크다는 점이 드러났다.

'선급'은 국제 선급룰에 따라 배의 구조, 설비를 검사하고 공인하는 기관으로 1760년 영국 보험업자들이 자국 상선에 안전등급을 매기면서 출발한 민간 기업체다. 한국선급은 지난 1960년 허동식 박사가 기술원 2명과 함께 출범시킨 국적선급으로 국제선급연합회(IACS) 회원사다. 

국제선급연합회(IACS)에는 현재 미국(ABS) 프랑스(BV) 중국(CCS) 노르웨이(DnV) 독일(GL) 영국(LR) 일본(NK) 이탈리아(RINA) 러시아(RS) 폴란드(PRS) 등 11곳이, 준회원으로 인도(IRS) 크로아티아(CRS) 등 2곳이 가입해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당시 한국선급의 독점 논란이 일었던 것 자체가 코미디였다"며 "선급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세계의 선주와 화주 그리고 조선소라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상대로하기 때문에 태생부터 완전 경쟁체제 하에 있는 민간 부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13개 회원사의 소속 국가 모두 자국의 조선·해운 산업 보호 목적으로 '1국가, 1선급사' 체제를 유지해오고 있으며, 배를 발주하는 과정에서 선주들 역시 자국적 선급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애시당초 독점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이 관계자는 "전세계 선박의 90%를 두고 이들 13개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에 얼마 되지 않는 정부 용역을 맡았다는 이유로 오해를 받은 측면이 있다"며 "한국선급측이 받는 검사 수수료 역시 30% 이상 저렴한 가격"고 비판했다. 

한국선급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부검사로 인한 수입은 전체 매출의 5% 정도에 불과하다"며 "현재 그리스 싱가포르 등 65개의 IACS 비회원국들의 정부 검사를 대행하는 동시에 검사품질을 높이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강화하는 등 대비를 해왔다"며 "정부검사권 개방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해양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오해가 문제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해사기구(IMO) 규제 등에 대한 공동대응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가운데 하나다.

이정기 한국선급 회장은 "한국선급이 외국선급과의 치킨게임에서 패하면 우리나라 해양산업의 보호막이자 지킴이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며 "선급이 단순한 선박검사 기관에 머물지 않고 외국선급들과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논란으로 선급시장 개방의 의미가 오도된 측면도 있다"며 "프랑스 정부도 상호개방의 원칙으로 향후 시장을 개방해야 하기 때문에, 이제는 대책이 필요한 상황으로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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