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기에 대한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박근혜 정부 공공개혁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새 정부가 폐지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남은 후속 조치들이 어떻게 진행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위원회가 산업·수출입·기업은행 등 기타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성과연봉제 철회를 허용하는 정부 방침을 동일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1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이 이전 임금체계로 환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공운위 의결은 공기업, 준정부기관에만 해당돼 산은, 수은, 기은과 같은 금융권 기타공공기관들은 성과연봉제 철회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다.

금융위는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 개혁'의 일환으로 금융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추진해 왔지만 대부분의 기관에서 노사 합의 없이 제도 개편이 추진돼 반발이 거세던 상황이다.

정부가 성과연봉제에 대한 방침을 전환하자 자산관리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준정부기관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기타공공기관들은 속속 성과연봉제에 대한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기관들은 사내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뒤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임금체계 변경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노사 합의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예금보험공사와 주택금융공사도 기존 임금체계 변경 위한 노사간 재협의를 준비 중이다.

향후 공공기관들은 임금체계 전환 방식을 놓고 노조와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공공기관 노조의 경우 임금체계를 기존의 방식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성과에 따른 보상이 이뤄지는 임금 체계의 필요성은 있다는 입장이다.

은행권도 성과연봉제 폐지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 주도로 추진되던 은행권 성과연봉제도 추진 동력이 사라졌다.대신 시중 은행들은 성과주의 문화 자체는 필요하다고 보고 성과를 반영한 직무급 도입 등을 고민하고 있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 확대를 도입했던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최근 관련 논의를 중단했다.

금융위는 금융권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추진 동력으로 삼아 민간 영역까지 확산시켜 나간다는 계획 하에 지난해 시중은행의 성과연봉제를 독려했다.

하지만 노조가 이사회 의결만 거친 성과연봉제 도입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데다,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까지 나오면서 제도 시행에 제동이 걸렸다.

여기에 새 정부가 지난 16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철회 방침을 결정하면서 은행권 성과연봉제 논의도 사실상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하지만 은행권 임금체계 개편 문제가 완전 사라진 건 아니다. 직무급제 등 새 정부의 노동정책 과제가 구체화되는 시점에서 다시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성과연봉제냐, 성과에 기반한 시스템이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런 제도의 도입 자체를 놓고 은행권 내부의 의견은 여전히 갈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모든 직원이 투자상품 판매 업무에 몰리고, 절차가 복잡하고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은 여신 업무는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며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은행권에 그대로 도입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권 한 관계자는 "연공서열에 따라 급여가 계속 올라가는 경직적인 임금체계는 금융산업의 발전에도 걸림돌이 된다"며 "성과에 기반한 보상 체계를 도입하는 문제는 향후에도 논의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은행원들의 고임금 체계로 인한 경쟁력 저하 등을 감안할 때 어떤 형태로든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계속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노력과 성과에 상응해 정당한 보상을 받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와 보상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며 성과연봉제 대신 '임금체계 유연성 제고' 및 '직무급제 도입'을 강조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도 "성과에 기초하지 않고 어떻게 인센티브를 주고 경쟁력 있는 조직을 운영할 수 있겠느냐"며 "성과를 반영한 시스템 자체는 정부가 나서지 말고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공직사회 성과연봉제 전면폐지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성과연봉제 폐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편, 성과연봉제를 조기에 도입한 기관 등에 대해 지급됐던 인센티브 반납을 원칙으로 삼았는데 현실적으로 이를 회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6일 오후 김용진 2차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관련 후속조치방안'을 의결했다.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갈등을 조속히 해소하고 보수체계 합리화를 노사가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과 동시에 이 같은 수순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도 노조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된 성과 연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관이 자율적으로 보수체계를 권고안 이전으로 환원하거나 권고안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는 이미 지급한 조기이행 성과급과 우수기관 성과급은 노사 협의 등을 통해 반납하는 것이 원칙이다.

양대노총도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 인센티브 1600억원을 전액 환수하고 비정규직 처우개선, 공공부문 청년 고용 확대등 공익 목적으로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며 "인센티브는 박근혜 정권이 제시한 '독이 든 사과'"라고 주장했다.

새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도 같은 주장을 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센티브 환수는)사회적 대타협의 첫 출발"이라며 "공공부문 노조의 제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추가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국책연구기관에 직무급제 도입 관련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다.

다만 직무급제 역시 성과연봉제와 마찬가지로 직무 가치를 과연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란이 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알바노조, 청년전태일 등 6개 단체는 "직무급 형태는 해당 직무의 가치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에 있어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직무 간 차등의 합리성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해 대안적 임금체계로서는 비판적 평가를 받아 왔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오히려 다른 노동에 대한 다른 임금을 합리화하는 정책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비판이 특히 컸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도 같은 주장을 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센티브 환수는 사회적 대타협의 첫 출발"이라며 "공공부문 노조의 제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추가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월급 통장을 통해 지급된 인센티브를 과연 어떤 방식으로 다시 되돌리느냐 하는 것이다. 재산이 많아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근로자가 아니고서야 인센티브를 생활비 등으로 다 써버렸을 경우에는 토해내기가 쉽지 않기 떄문이다.

게다가 해당 기관에는 노조원 뿐 아니라 비노조 직원도 존재한다. 노조가 반납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해서 비노조 직원도 이에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기관의 재원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한  만큼 정부와 관계없이 노사 간 합의로 결정할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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