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 코스피 상장을 단행한 후 기념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는 넷마블 임직원들. 넷마블은 국내 인터넷-게임 섹터에서 코스피에 직상장하는 첫 사례가 됐다.

[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네이버가 코스피 시가총액 탑5 기업으로 자리잡은데 이어 인터넷-게임 섹터의 간판급 기업들이 코스피에 속속 정착해 주목받고 있다. 넷마블이 게임사 중 최초로 코스피에 직상장한데 이어 엔씨도 '리니지M'의 출시로 기업가치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카카오도 3분기 중 코스피 이전을 확정했다. 인터넷 대장주 네이버의 뒤를 넷마블-엔씨-카카오 3각 편대가 뒤따르게 된 것이다.

인터넷-게임 섹터 기업들 중 절대 다수가 코스닥에서 스몰캡으로 분류되는데 비해 코스피에 입성했거나 이전이 예정된 4개사는 시장 경쟁에서 승리해 '규모의 경제'를 구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넷마블과 엔씨는 정부 규제 리스크와 수명 주기가 짧은 모바일 게임의 흥행 사이클이, 카카오는 동종 업계 선두 네이버와의 경쟁에서 뚜렷한 열세를 보이는 점이 기업 가치 평가에서 약점으로 꼽힌다. 이들이 이같은 제약을 극복해 인터넷-게임 섹터가 국내 증시 '1부리그' 격인 코스피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질지 눈길을 모은다. 

네이버는 20일 거래 마감 기준 시가총액 28조5457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5위를 기록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네이버를 앞선 회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삼성전자 우량주 등 4개사에 불과하다. 삼성, 현대, SK 등 국내 3대 재벌가의 주력 기업들을 제외하면 네이버의 시가총액을 앞서는 곳이 없는 셈이다.  네이버의 주가는 지난 9일 97만5000원을 기록, 시가총액 32조원 규모를 이루기도 했다.

네이버는 코스피로 이전하기 직전이었던 2008년 11월 경 코스닥에서 6조원 가량의 시가총액을 기록, 코스닥 대장주로 군림했다. 한게임과의 분할이 이뤄지기 이전인 당시 NHN은 포털 사업부문의 네이버, 게임사업 부문의 한게임이 각 부문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과시했다.

당시만 해도 NHN의 사업 경쟁력은 '국내 한정' 이었으나 이후 한게임을 분할해 고스톱-포커류 사업 규제 리스크에서 벗어났고 라인을 통해 일본-동남아 시장을 석권, 숙원인 해외 확장에 성공했다. 코스피 이전 효과와 체질 개선 성공에 힘입어 시가총액이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인터넷-게임 섹터에서 최초로 코스피에 직상장한 넷마블게임즈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이날 기준 시가총액 13조 490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26위를 기록했다. 지난 5월 12일 상장직후 시가총액 순위에서 엘지전자를 앞서며 21위에 올라 주목받기도 했다.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3위권 배급사로 위상을 굳혔는데, 핵심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의 해외 확장,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 등 차기작의 성공 여부에 따라 기업 가치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여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엔씨는 시가총액 7조 9164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39위에 올랐다. 이 회사는 넷마블 상장 이전 기준 코스피에 상장한 유일한 게임사였다. 코스닥에 우선 상장한 후 '리니지' 단일 게임 매출에만 의존하던 이 회사는 2003년 5월에 코스피 이전을 단행했다. 그 해 10월 출시 예정이었던 '리니지2'를 통해 수익 다변화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넷마블과 엔씨는 '리니지' 시리즈를 모바일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핵심게임들이 정부와 앱마켓의 규제에 발목이 잡히며 기업가치 평가 극대화에 차질을 빚는 양상이다. 넷마블은 '리니지2 레불루션'의 게임 내 거래소 기능이 청소년에게 사행성을 조장한다고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판정하자 해당 기능을 삭제했다.  

넷마블은 그동안 거래소에서 교환단위로 이용했던 유료 재화 '블루다이아' 대신 신규 재화 '그린다이아'로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개편을 단행,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21일 출시하는 '리니지M'에 거래소 기능을 포함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거래소 기능을 포함시키고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출시하는 것도 가능하나, 이 경우 성인게임을 제공하지 않는 애플의 정책 탓에 앱스토어 출시가 불가능하다.

추후 거래소 기능을 게임에 추가할 여지가 있으나, 당초 기대와 달리 자유로운 아이템 거래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이 회사의 주가가 이날 급락하는 배경이 됐다. 엔씨의 시가총액은 최근 9조3527억원까지 상승, '리니지M' 출시 후 시가총액 10조원대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샀다.

엔씨의 주가는 '리니지M'에 거래소 기능이 탑재되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전일 대비 11.41% 하락한 36만1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카카오는 최근 코스피 이전을 추진하며 주가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일 거래마감 기준 시가총액이 6조8798억원에 달한다. 인터넷 대장주 격인 네이버가 2008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하던 시기의 시가총액과 비슷한 규모다.

카카오는 지난 14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코스닥 조건부 상장 폐지와 코스피 이전 상장 승인 안건을 승인했다. 지난달 25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는데, 오는 23일까지 상장 예비심사를 완료하고 3분기 중 코스피에 입성한다.

카카오는 셀트리온에 이어 코스닥 시가총액 2위 업체다. 현재 수준의 시가총액을 유지하면 코스피 입성 직후 40위권 기업이 될 전망이다. 선두권과는 거리가 머나, 코스피 상장사가 700여개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순위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코스피 이전상장으로 카카오의 수급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카카오가 이전 상장을 단행한 후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나, "코스닥에서 최상위권 기업으로 누리던 주목과 관심이 소멸되고 네이버와의 경쟁 열위가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 및 서비스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점도 카카오의 가치 평가 극대화에 제약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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