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은 기업 경영자가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만 하는 시간이 아니다. 지난 반년을 뒤돌아보고 하반기 구상과 계획을 세우는 중간점검 시기다. 일종의 ‘작전 타임’인 셈이다. 이를 위해 경영자들은 독서 휴가로 심기일전하고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경영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이와 관련해 미국 투자전문 매체 밸류워크(Valuewalk)는 여름휴가를 앞두고 경영자들이 읽어야 할 책 10권을 최근 발표했다. 도서 선정은 미국 매릴랜드 대학교 로버트 H. 스미스 경영대학원이 진행했다.

선정된 도서 10권은 인간 행동을 심리학, 사회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규명하는 경제학인 행동경제학을 비롯해 기술혁신, 위기관리, 글로벌화, 미(美)-중(中)관계, 빈곤퇴치와 국가의 책임 등 주제가 다양하다. 특히 한국인 작가 한강이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Human Acts)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언두잉 프로젝트’(The Undoing Project: A Friendship that changed our minds)

(저자 마이클 루이스, 2016년 출간)

언두잉 프로젝트는 경제와 인간 심리간의 함수관계를 다룬 ‘행동경제학’ 서적이다. 마이클 루이스는 대니얼 카네만 美프린스턴대 교수와 행동경제학자 아모스 트버스키 연구를 토대로 인간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릇된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영자들은 소비자들의 비이성적 속성에 대비하는 경영전략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이스는 2003년 미국 메이저 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구단의 빌리 빈 단장을 다룬 저서 ‘머니볼’(Moneyball)로도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머니볼은 홈런이나 타율이 높은 타자보다 출루율이 높은 타자가 득점 확률이 높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빈 단장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는다는 경제학적 원칙을 야구단에 적용해 스타선수나 타율ㆍ홈런 등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저(低)비용ㆍ고(高)효율 구조로 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기술혁신은 어떻게 이뤄지나’(How Innovation Really Works: Using the Trillion Dollar R&D Fix to Drive Growth)

(저자 앤 마리 노트, 2017)

‘기술혁신은 어떻게 이뤄지나’는 투자자는 물론 경영자, 정책 입안자, 연구개발(R&D) 담당자들에게 필독서다. 앤 마리 노트는 미국 워싱턴대 올린(Olin) 경영대학원 소속 교수다. 그는 특정 기업이 연구개발(R&D)에 적절하게 투자하고 있는 지 여부와 투자 규모를 파악하는 이른바 ‘연구계수’(RQ:Research Quotient)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노트 교수는 R&D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위 50대 기업의 RQ가 나머지 기업보다 무려 800%나 높다는 점을 알아냈다. 그는 또 R&D를 외면하는 근시안적 정책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RQ를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기 관리경영 이야기’(Against the Gods, The Remarkable Story of Risk)

(저자 피터 번스타인, 1998)

기업 경영의 핵심은 위기(리스크:risk) 관리다. ‘투자의 대가’ 피터 번스타인이 쓴 이 책은 기업의 최대 골칫거리인 리스크 관리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정리한 점이 특징이다.

번스타인은 “리스크는 현대와 과거를 구분하는 중대 분수령”이라며 “미래에 일어날 것에 대비해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의사결정”인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대한 수렴(收斂)’(The Great Convergence: Information Technology and the New Globalization)

(저자 리처드 볼드윈, 2016)

'위대한 수렴’은 시대적 화두인 세계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 역작(力作)이다.

조지 H 부시 전(前) 미국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자문위원을 지낸 리처드 볼드윈은 현재 진행 중인 세계화는 1단계에 불과하며 앞으로 밀어닥칠 2단계 세계화가 지금보다 더 혹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볼드윈은 또 세계화의 2차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근로자들이 세계화의 파고를 이겨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H. 스미스 경영대학원 산하 ‘국제경영교육연구센터(CIBER) 소속 키슬라야 프라사드(Kislaya Prasad) 교수는 “글로벌화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지만 이미 대세로 자리 잡힌 글로벌화의 동력(動力)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라사드 교수는 또 “첨단 정보통신 기술에 힘입어 기술과 아이디어가 국경을 넘어 저임금국가로 옮아가고 있는 게 현실”며 “세계화는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도 예상하기 힘들고 통제할 수 없는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년이 온다’(Human Acts)

(저자 한강, 2017)

‘소년이 온다’는 소설가 한강이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번역소설이다. 2014년 창작과비평사에서 출판한 소설을 영어로 번역해 올해 출간한 작품이다.

마이클 푸 로버트 스미스 경영대학원 학과장은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의 내용을 다양한 각도에서 묘사했다”며 “원작을 영어로 번역했지만 시(詩)적인 언어로 잘 표현한 점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한강은 소설 '채식주의자'로 지난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분을 수상한 바 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은 영어로 번역된 비(非)영어권 소설에 주는 상이다.

▲‘가속화 시대에 살아남는 법’(An Optimistic Guide to Thriving in the Age of Acceleration)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 2016)

현 시대를 관통하는 화두는 단연 ‘가속화 시대’(the age of acceleration)다. 시대의 변화와 정보기술(IT) 발전이 너무 빠르게 진행돼 현기증이 날 정도다.

더욱이 국가와 기업의 명운을 바꾸고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이에 대해 독일 사회학자 하르트무트 로자는 “가속화는 우리 모두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비책을 주문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명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도 맥을 같이 한다. 그는 “가속화 시대를 맞아 기술발전 , 세계화, 기후변화가 사회제도를 바꾸고 있다”며 “기술적 진보에 보폭을 맞추지 못하면 경쟁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마크 웰먼 로버트 스미스 경영대학원 교수는 “급속한 기술발전을 사회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이른바 ‘사회적 지체'(social lag)가 만연한 게 현실”이라며 “시대와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자기 스스로 일에 높은 동기를 부여하며 시대 변화에 따른 새 기술을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매혹’(Enchantment: The Art of Changing Hearts, Minds, and Actions)

(저자 가이 가와사키, 2012)

책 제목만 보면 연애소설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매혹’은 다소 딱딱한 내용을 다룬 마케팅 서적이다. ‘(소비자) 감성과 사고, 행동을 바꾸게 만드는 기술’이라는 책 부제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책은 출간된 지 5년이 지났지만 마케팅 핵심 서적으로 평가 받는다. 미국 하와이주(州) 호놀룰루에서 태어난 일본계 미국인 가이 가와사키는 유명 마케팅 전문가다.

우리는 흔히 세계적 정보기술(IT) 업체 ‘애플’이라고 하면 ‘스티브 잡스’라는 절대적 존재를 떠올린다.

그러나 애플 제품이 ‘애플빠’(애플 마니아)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가와사키가 펼친 ‘에반젤리즘(evangelism:복음주의)마케팅’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大)를 졸업하고 UCLA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가와사키는 애플의 첫 컴퓨터 매킨토시에 매료돼 애플에 입사했다. 그는 입사후 애플 제품에 대한 에반젤리즘 마케팅을 펼쳤다. 그는 애플 제품이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매혹’과 ‘숭배’의 대상이라는 ‘애플 컬트'(Apple Cult)를 주도했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래지만 애플이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인기를 모으고 있는 브랜드로 자리잡은 데에는 가와사키의 마케팅 전략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천 개 제품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현실 속에서 이 책은 소비자에게 설명하거나 호소하는 데 그치지 말고 소비자를 매료시키는 상품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미국과 중국'(The Beautiful Country and the Middle Kingdom: America and China 1776 to the Present)

(저자 존 폼프렛, 2016)

오늘날 세계 경제는 미국과 중국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G2’(Group of 2:미(美)-중(中) 양국)가 세계적인 화두가 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저자 존 폼프렛은 대표적인 ‘중국통(通)’ 언론인이다. 폼프렛은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동아시아를 연구해 석사학위를 받은 뒤 1980년 중국 난징대에서 공부했다. 그는 베이징 주재 AP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1989년에 중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천안문 사태를 취재하기도 했다.

시계를 잠시 241년전으로 되돌려보자. 미국과 중국은 1776년부터 양국간 교류를 활발히 전개했다. 1776년은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해이기도 하다.

미국 탐험가 존 레드야드는 1776년 6월 제임스 쿡 선장의 항해선에 올라탔다. 그는 중국에 도착해 미국과 중국과의 교역을 시작했다.

그후 미국과 중국은 상호의존적 관계로 발전했다. 중국 노동자들이 1850년대 미국으로 대거 넘어 와 철도건설 등 서부개척시대의 중추역할을 했다. 그러나 미국은 1882년 중국인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든다며 미국내 중국인 이민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해 양국관계가 경색됐다.

미·중 관계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후 1979년 양국간 수교라는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그후 두 나라는 국제무대에서 여러 현안을 놓고 상호 협력과 견제를 끊임없이 거듭하는 등 ‘불편한 동반자’의 길을 걸어왔다.

폼프렛은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교류를 해온 미국과 중국이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단언한다. 특히 무역에 있어서 상대방으로부터 누리는 효과가 큰 만큼 쉽게 관계를 끈을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트럼피즘’(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맞서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 지를 점칠 수 있는 책이다.

▲‘모바일 경제’(Tap: Unlocking the Mobile Economy)

(저자 아닌디야 고세, 2017)

인도 출신 미국 학자 아닌디야 고세가 쓴 ‘모바일 경제’는 한국에는 이미 일반화된 모바일플랫폼과 경제와의 함수 관계를 다루고 있다. 모바일 경제는 스마트폰 등 휴대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생산하고 소비하는 경제를 말한다. 모바일 경제는 스마트폰에만 국한하지 않고 교통카드나 신용카드 등도 ‘이동하는(Mobile) 경제’로 여기는 추세다.

마케팅 전문가이기도 한 고세는 모바일 경제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심도있게 다뤘다.

▲‘책임의 시대’(The Age of Responsibility: Luck, Choice and the Welfare State)

(저자 야스차 몽크, 2017)

우리 속담에 ‘가난은 나랏님도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국가가 국민의 빈곤 퇴치를 모두 책임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가가 빈곤에 손 놓고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야스차 몽크는 ‘책임의 시대’를 통해 국민의 빈곤과 빈곤 타개를 위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는 데 노력했다.

미구은 지난 1970년대만 해도 자국민 빈곤을 해소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로널드 레이건이 1981년 제 40대 미국대통령이 되면서 빈곤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책이 크게 바뀌었다.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로 불리는 경제정책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레이거노믹스는 신자유주의에 토대를 두고 있다.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레이거노믹스는 개인이 자신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쉽게 설명하면 개인 능력에 따라 빈부 격차가 벌어지기 때문에 국가에 손을 내밀지 말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몽크는 국가가 빈곤퇴치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빈곤층이 능력 부족으로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빈곤층이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정부는 이들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역설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후 ‘복지’와 ‘분배’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시점에서 몽크의 ‘국가역할론(論)’은 빈곤퇴치에 대한 정부의 행보를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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