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84%의 지지율(갤럽 조사)을 누리며 순항하고 있다. 옛날 식으로 표현하면 백성들이 함포고복(含哺鼓腹)하는 태평성대에나 나올 법한 지지율이다. 대선 득표율 41.1%의 두 배가 넘는다. 대선 때 그의 정적인 홍준표나 안철수에게 표를 던졌던 유권자들도 지금은 상당수가 ‘대통령 문재인’을 지지한다는 의미다.

물론 이런 지지율이 계속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남의 잔치 상에 재를 뿌리거나 악담을 하려는 게 아니다. 지금의 지지율은 기대감이 반영된 수치이기에 하는 얘기다.

그 기대감은 취임 후 문 대통령이 보여준 일련의 행보에 근거한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 참모진 인선과 조직 개편, 4강 특사 파견, 일자리 위원회 설치 등 발 빠른 행보로 ‘준비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줬다. 때문에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이들에게도 “이 양반 그동안 준비를 많이 했네”라는 안도감 비슷한 것을 줬다.

여기에다 일종의 이미지 연출도 지지율 고공 행진에 기여했을 것이다. 이를테면 조국 민정수석 등과 셔츠 바람으로 산책하는 모습 같은 것들이다. 이는 ‘인상 비평’ 차원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어쨌든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호감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런 지지율이 마냥 지속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이끌어 가다 보면 자신을 지지했던 이들의 기대와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필연적으로 올 것이기 때문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결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반미 좀 하면 어때”라며 자주 외교를 표방했었다. 그런 그가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청을 받아들인 것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미국의 협조를 얻기 위한 일종의 거래였다”는 취지로 그 배경을 설명했다. 보다 큰 국익을 위한 결단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런 충정과는 아랑곳없이 노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급속히 와해됐다. 특히 한때 그를 열렬히 지지했던 반미자주파 운동권과 시민단체, 진보적 언론매체 등은 격렬한 비판 세력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이런 광경은 노 대통령의 집권 말기에 또 한 번 재연됐다. 노 대통령이 한미FTA라는 카드를 꺼내 들면서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친 것이다.

노 대통령도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FTA가 지지자들의 반발을 살 것임을 몰랐을 리는 없다. 그런데도 자신의 선택을 밀어붙인 것은 그것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머지않아 이런 종류의 결단을 요구하는 순간들이 다가올 것이다. 어쩌면 사드 문제나 위안부 협상 문제, 노사 문제 같은 것들이 그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결단의 순간에 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80%가 넘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 소식을 접하며 결단을 앞두고 고뇌하는 문 대통령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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