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2012년 여름 카카오가 '게임하기' 플랫폼을 통해 모바일 게임을 공급하면서 '애니팡 신드롬'을 일으키자 게임시장의 문법이 새롭게 쓰였다.

기존 PC 온라인게임 시장은 개발사들이 수년간 공들여 만든, 고도화된 게임을 배급사들이 선택해 게임 이용층에게 공급하며 형성됐다. 국내 잠재적인 게임 이용층 규모는 300만명 정도로 추산됐다. 게임을 만드는 이들도, 배급하는 이들도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했고 이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로직과 게임성을 갖춘 '명품 게임'을 마니아 층에게 선보이는데 주력했다.

반면 '애니팡 신드롬' 이후 모바일 게임 시장은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게임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1인 벤처가 만든 간단한 아이디어 기반의 창작 게임이 수천명대 직원을 보유한 대기업 배급사가 공들여 선정한 게임을 대중성 측면에서 압도하는 '역전'도 종종 벌어졌다.

게임 안하던 사람들도 게임을 하게 되니, 시장의 잠재적 이용층은 300만명에서 3000만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게임사들도 짧은 호흡을 통해 게임을 만들어 시장에 내보낼 수 있게 됐다. 도전의 문턱이 낮아지고, 게임 시장은 '기회의 땅'이 된 듯 했다.

배성곤 스프링컴즈 대표는 "모바일 게임이 주류가 된 지 4년여만에 게임 시장은 PC 온라인게임이 주도하던 기존 시장과 비슷한 형태의 성격으로 회귀했다"고 진단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도 점차 고도화하면서 아이디어 기반의 캐주얼 게임을 미드코어 장르가 대체하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등 코어 장르가 시장 주류로 부상하는 등 PC 온라인게임이 선행했던 것과 같은 길을 갔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도 보다 화려한 그래픽과 방대한 콘텐츠를 탑재한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 층이 주류를 차지했고,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게임사들은 연간 단위의 제작기간이 필요한 게임을 만드는 세상이 됐다.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기존 PC 온라인게임 시장의 강자들이 전열을 재정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중견-벤처 업체들의 설자리는 좀체 찾기 어렵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개발사들의 도산 소식이 들려오는 실정이다.

배성곤 대표가 지난해 6월 설립한 스프링컴즈는 4명의 개발자를 포함해 7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업체다. '글로벌 라이트게임 퍼블리셔'를 모토로 한다. 유니티나 언리얼 엔진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트렌드인데, 이 회사 개발자들은 코코스 2D 엔진으로 캐주얼 게임을 빠른 시간에 저용량으로 개발하는데 능숙하다.

처녀작인 '쥬얼스 템플 퀘스트'를 시작으로 총 7종의 게임을 개발해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를 통해 글로벌 론칭했는데, 출범 1년만에 이 회사의 게임들은 누적 1200만 다운로드, 100만명을 넘어서는 일간 방문자를 기록하고 있다. 여느 게임들처럼 게임 출시에 발맞춘 대규모 마케팅도 없고, 게임 진행 중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광고를 통한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

종업원 규모로만 한정지으면 영세한 규모의 회사이나 이 회사 제품군의 다운로드 실적은 여느 중견기업들의 그것을 뛰어넘고 있고 안정적인 흑자경영이 가능한 토대도 마련했다.   

배 대표가 상장게임사 액토즈소프트에서 마케팅 총괄 부사장 직을 역임하며 '파이널 판타지 14' 등 국제 게임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선굵은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것을 감안하면 창업 후 선보인 이같은 사업모델은 다소 의외의 방식이다.

"이미 고도화되고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에선 답을 찾을 수 없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다릅니다. 4년전 국내 시장에서 카카오 게임 플랫폼이 열리며 비(非) 게이머들이 게임 시장으로 유입됐듯 글로벌 시장에선 스마트폰 보급율이 아직도 증가하고 있고 간단한 수준의 게임에 갓 입문하는 초심자들도 많습니다.

우리 게임들 대부분은 앱마켓을 통해 받은 후 네트워크 접속이 없이도 즐길 수 있습니다. 항공기에 탑승한 채 여행하면서도 즐길 수 있는 '손안의 오락실'과 같은 개념이지요."

소규모 자본과 소수정예로 출범한 회사인 것을 감안하면 단시간 내에 달성한 이같은 성과는 이례적이다. 배대표는 이같은 성과의 비결로 '완성도'와 '디테일'을 꼽았다.

"라이트한 게임을 만든다고 게임까지 대충 만든다고 생각하면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스리매칭 방식의 퍼즐 게임을 만들어도 개발자는 블록버스터급 MMORPG를 만드는 마음으로 임해야겠지요.  

국내와 다른 해외 네트워크 환경과 폰 사양을 감안하면 개발 과정에서의 용량 관리 또한 중요합니다. 유니티 엔진으로 게임을 개발할 경우 엔진 그 자체로 15메가바이트 정도의 용량을 소모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코코스2D 엔진은 리소스 활용에 최적화된 엔진입니다. 모든 게임을 20메가바이트 이내의 용량으로 개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거나 '피처드(featured)' 메뉴를 따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둘 다 현실적으로 간단치 않습니다. 일반 메뉴로만 짧게 노출되더라도, 우리가 선보이는 게임이 어떠한 장르의 게임이며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 지를 직관적이고 명쾌하게 표현할 수 있는 아이콘을 구성하면 이용자 접점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을 지켜서, 게임성을 끌어올리고 이용자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직관적인 장치를 갖춘 후에 마케팅 플랜이 따라야 그 효과 또한 극대화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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