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국내를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인 현대ㆍ기아자동차가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글로벌 경기 침체, 대규모 강제리콜,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연이어 터져버린 악재의 여파로 판매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에 이어 꾸준히 2위를 유지해 오던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 역시 모진 풍파를 견뎌내지 못했고, 3위로 내려앉은 지 오래다.

글로벌 판매 실적도 신통치 않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현대ㆍ기아차의 해외 누적 총 판매량은 241만8556대로, 전년 동기 대비 8.2% 가량 쪼그라들었다.

80%에 가까운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 오던 안방시장에서의 명성도 빛이 바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수입차 포함)은 지난해 10월 사상 처음 60% 이하로 붕괴된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언제나 '내 편'이 돼줄 것이라 믿었던 국내 소비자들의 냉담한 반응에 현대ㆍ기아차도 적잖이 당황한 모양새다.

현대ㆍ기아차가 소비자 관심을 되찾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바로 물량공세. 올해 초 풀체인지 모델인 올 뉴 모닝과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쏘나타 뉴 라이즈, 프리미엄 포퍼먼스 세단 스팅어를 출격시켰다. 또 이달부터 현대차 코나, 기아차 스토닉, 제네시스 G70 등의 출시가 예고된 상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거들떠보지 않던 소형 SUV 시장으로의 진출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소형 SUV 시장을 '국산차 마이너 업체들만의 리그'로 남겨두려 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한 대가 아쉬운 상황에서 소형 SUV 시장 진출은 필수불가결한 일이 됐다.

하지만 현대ㆍ기아차가 간과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소비자 신뢰다.

회사가 판매 촉진을 위한 대대적인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는 동안, 현대ㆍ기아차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해져 갔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현대ㆍ기아차를 '흉기차'라 부르는 조롱 섞인 글이 뒤덮기 시작했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과 현대ㆍ기아차의 안일한 대처가 소비자 분노의 도화선이 됐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 2015년 미국에서 ‘세타2 엔진’ 장착 차량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지만, 국내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내수 역차별’이라는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에도 “국내 생산 차량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난 4월 뒤늦게 국내에서도 세타2 엔진이 장착된 17만여 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세타2 엔진 결함 여부에 대한 정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서둘러 리콜 의사를 밝혔던 만큼, '꼼수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했고 소비자들을 깊은 실망감에 빠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ㆍ기아차는 '세타2엔진' 리콜 계획을 밝히면서 "전체 차량에 대한 전수검사를 진행하고 문제가 있는 차량에 한해서만 리콜을 실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통상적인 리콜 방식에서 벗어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소비자 신뢰도는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한번 잃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할 만큼 힘들다.

하지만 현대ㆍ기아차는 무너진 소비자와의 관계 개선보다는, '휘황찬란'한 신차 라인업을 통해 스리슬쩍 부정 이슈를 덮는데 만 급급한 모습이다.

"누가 뭐래도 현대ㆍ기아차가 최고야"라는 말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은 이미 끝났다. 국산 마이너 업체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고 수입차들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기존 소비자들의 이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들의 오만함은 여전하다. 현대ㆍ기아차의 한 간부는 기자들 앞에서 경쟁 업체의 차를 "똥차"라고 표현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이제는 몽상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언제까지나 국내 소비자들이 현대ㆍ기아차를 믿고 선택할 것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현대ㆍ기아차는 무너진 소비자 신뢰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국내 소비자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불신을 종식시켜야만 '안방마님' 자리를 지켜낼 수 있고, 나아가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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