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세정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반듯하게 잘 닦여진 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가끔씩 지루함이 엄습해 오기 마련이다.

이럴 때면 도심을 벗어나 모래 먼지가 휘날리는 자갈밭을 내달리거나, 혹은 시원한 계곡을 거칠게 건너는 상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상상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이 있다.

특히 한번이라도 오프로드에서의 짜릿한 손맛을 느껴본 이들이라면 험로 주행에 대한 갈증이 뜨거울 것이다.

평범한 일상, 평범한 운전에 무료함을 느끼던 기자 역시 색다른 도전을 찾아 헤매던 찰나에 '지프 캠프 2017(Jeep Camp 2017)'에 참가하게 됐다.

지난 3일 강원도 횡성 소재의 웰리힐리파크에서 열린 '지프 캠프 2017'는 국내 최대 정통 오프로드 드라이빙 챌린지 축제로 꼽힌다.

무엇보다 오프로드 드라이빙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기자는 횡성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막겼다.

이날 시승한 차는 지프 브랜드의 정통 오프로더인 '랭글러 스포츠'였다.

검은색의 랭글러 스포츠는 의기양양하면서도 마초적인 자태를 뽐냈다. 시승차는 3.6리터 가솔린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모델.

흔히 볼 수 있는 국방색의 '군용 레토나'와는 다른 남성미가 느껴졌다. 특히 여자인 기자가 몰기에는 힘에 부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랭글러 스포츠의 외관은 랭글러 특유의 직사각형 바디, 원형 헤드 램프와 7 슬롯 그릴 등 한 눈에 지프임을 알 수 있는 고유의 DNA를 계승하고 있다.

설계 때부터 험로 주행용으로 특화된 랭글러는 스포츠, 루비콘, 언리미티드 루비콘, 언리미티드 사하라 등의 모델로 구성된다. 엔트리급인 랭글러 스포츠는 2도어 모델로, 단계별로 개폐할 수 있는 접이식 선라이더 소프트탑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제공=지프>

운전석에 앉아 스티어링 휠(핸들)을 잡아봤다.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좋았다. 의자는 다소 딱딱한 감이 들었다. 하지만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최적화된 시트 포지션 덕분에 왠지 모를 자신감이 붙기도 했다.

동승한 인스트럭터가 시승 코스를 물었다.  

이날 준비된 코스는 ▲나무다리와 V자 계곡, 시소, 트랙션 등 다양한 장애물을 통과하는 '챌린지 파크' ▲스키 슬로프를 따라 정상까지 올라가는 '피크 코스' ▲랭글러로만 도전할 수 있는 '와일드 코스' ▲지프 보유자들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전용 시설인 '지프 오너스 파크' 등으로 구성됐다.

랭글러를 타는 만큼, 오직 랭글러만이 갈 수 있는 '와일드 코스'를 골랐다.

랭글러는 타 모델과 다르게 수동으로 사륜구동을 설정해야 한다. 기어를 N(중립)에 두고 기어레버 왼쪽에 위치한 트랜스퍼 레버를 조작했다.

브레이크를 밟고 레버를 아래쪽으로 당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인스트럭터는 있는 힘껏 레버를 당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젖 먹던 힘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많은 힘을 들인 후에야 동력을 4륜 로우(4L)로 전환할 수 있었다.

기계판에는 앞바퀴와 뒷바퀴에 각각 독립적인 제동을 주는 '자세제어장치'가 해제됐다는 표시등과 4WD 표시등에 각각 불이 들어왔다.

와일드 코스로 진입하기 전, 챌린지 파크의 초반부를 통과했다.

가장 먼저 만난 코스는 돌계단이었다. 인스트럭터는 가속페달을 은근히 밟아 1500~2000 RPM을 유지하고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야 이 코스를 통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돌계단에 진입했다. 계단을 넘을때마다 약간의 흔들림은 있었지만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했다. 엄청난 차량 흔들림이 발생할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어진 와일드 코스는 풀이 우거지고 급격한 경사의 산기슭이었다. 진흙과 바위는 뒤엉켜 있었고 움푹 패인 웅덩이도 많았다. 특히 거의 눕다시피 언덕길을 오르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손에 땀이 베어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길이 아니지만, 인스트럭터의 지시에 따라 부드럽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

반전이 일어났다. 치고나가는 느낌이 그 어떤 차종보다 인상적이었다. 깊은 웅덩이를 지나갈때도 안정감은 단연 최고였다. 상체의 흔들림이 거의 없었던 탓에 몸의 긴장은 금새 풀어졌다.

밤새 내린 비로 길이 미끄러워 보였지만 랭글러 스포츠는 차분하게 주행을 이어나갔다.

기계식으로 작동하는 랭글러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강제로 제동력을 분배하며 노면 상태에 최적화된 주행을 제공해 줬기 때문.

또 묵직한 스티어링 휠은 미끄러운 진흙길에서도 단단하게 차체를 잡아주는 듯 했다.

약 4km 정도의 와일드 코스를 주행하는 동안 삐져나온 나뭇가지가 창문과 차체를 연신 두드렸지만, 차 내부에는 적막감만 멤돌았다.

뒷 좌석에 동승한 타 매체 기자들 역시 "승차감이 최고다", "괜히 오프로드의 대명사가 아니다"는 감탄사를 쏟아냈다.

<사진제공=지프>

마지막 코스는 물웅덩이었다. 일자형과 S자형 코스 중 물보라를 시원하게 일으킬 수 있는 직진 코스를 선택했다. 바퀴가 거의 잠길만한 수심이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통과했다.

운전을 마치고 차에서 내려 랭글러를 살펴봤다. 검은색 외관에 튀긴 흙탕물이 이렇게도 멋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내심 감탄했다.

랭글러 스포츠는 마초적인 남성미를 물씬 풍기지만, 동시에 여성들도 별다른 노하우 없이 오프로드를 타며 '걸크러쉬' 매력을 뽐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랭글러 스포츠의 국내 소비자 가격은 부가세 포함 39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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