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가능성은 확인했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은 너무 멀리 있다. 이질적인 세력이 동거하고 있는 국민의당 앞에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2012년 중도 포기, 2017년 패배를 기록한 안철수 전 의원은 세번째 도전이 가능할까?

봄 날의 꿈처럼 사라진 대권의 꿈

그야말로 ‘일장춘몽(一場春夢)’이었다. 문재인 대항마로 선택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벚꽃이 피는 4월초 그야말로 지지율이 만개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양자대결’을 인위적으로 이끌어 낸 언론의 힘도 한 몫 했다. 안철수 후보 본인도 시종일관 ‘양자대결’을 외치며 필승론을 호소했다.

하지만 열흘 정도의 짧은 기간 부풀려진 꿈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한 순간 꿈처럼 사라졌다. 달콤했던 봄날의 꿈은 왜 산산히 흩날렸을까?

대선이 끝난지 한 달이 지났다. 그간 국민의당은 대선 패배를 분석하기 위해 토론회도 개최했다. 그러나 동상이몽은 여전한 듯 하다. 대선 과정에서의 오락가락 행보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안철수 후보의 결정적인 패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노력이 유권자들에게 먹히지 않았다. 이른바 ‘중도’를 표방하지만 그 중도의 개념에 대해 국민의당 스스로 정리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표적으로 사드 도입을 둘러싼 논쟁 국면에서 국민의당 입장은 강경한 반대 입장에서 대선 국면으로 넘어오면서 보수적 지지층을 잡기 위해 도입 찬성으로 선회했다. 이는 중도가 아니라 기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과 같은 보수적인 포지션이다.

2016년 총선에서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선전을 했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 모호한 스탠스로 일관했다. 안철수 후보가 “공과 과가 있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호남지역을 의식한다면 ‘과’를 언급한 것은 실책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 보수적 유권자를 의식한다면 나쁘지 않다.

‘중도’는 진보와 보수 양쪽 의견을 기계적으로 절반씩 조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는 대선 기간 내내 양쪽을 왔다갔다하며 확실한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국민의당 구성원들의 조합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호남지역 국회의원들과 나머지 수도권이나 비례국회의원들은 다소 지향점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대선이 끝난 후 국민의당이 개최한 대선 평가 토론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개혁적이어야 한다는 입장과 보수적인 입장이 혼재했다. 토론회에서는 이를 가리켜 ‘잡탕’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이 표현은 다소 과격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국민의당이 갖고 있는 한계를 보여주는 표현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가능성은 확인했지만, 확장성이 있을까?

안철수 후보의 득표를 살펴보면 이번 대선이 완전히 실패한 선거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즉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했다고 말할 수 있다.

우선 득표율 21.4%에 700만표에 육박하는 699만표를 획득했다. 이는 2위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의 785만표에 불과 86만표 정도 뒤진 수준이다. 또한 역대 제 3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과 득표수를 기록했다. 이전까지는 1997년 제 15대 대선에서 이인제 후보의 18.9%(493만표)가 최고였다. 이를 뛰어넘었다는 것만으로도 가능성은 확인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역별 득표 현황을 보면 일단 서울과 인천, 경기도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앞섰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서울 149만표, 경기도와 인천 223만표로 홍준표 후보의 136만표와 202만표를 앞질렀다.

하지만 기타 지역에서는 모두 3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고, 특히 지역기반인 호남에서는 210만표를 획득한 문재인 후보에 이어 95만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지만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압승을 거두었던 것과 비교하면 참패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연령대별 득표율은 다소 희망적이긴 하다. 29세 이하 17.9%, 30대 18.0%, 40대 22.2%를 획득해 홍준표 후보를 앞질렀다. 50대와 60대 이상은 25.4%와 23%로 홍준표 후보에게 뒤졌지만 전 연령대를 살펴보면 고르게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하면 모든 지역과 모든 연령대에서 고른 득표율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은 희망을 가져볼만한 하다.

정체성의 딜레마, 그래서 문제는 확장성

이처럼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은 기존 진보와 보수의 구도 속에서 전 지역과 연령대에서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고른 득표율을 얻어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향후 확장성이다.

일단 18대 대선과 19대 대선 유권자수는 4050만명과 4052만명으로 거의 비슷하다. 대신 투표율이 다소 올라가면서 총 투표자수는 200만명 정도 늘었다.

이를 토대로 분석해보면 문재인 후보의 경우 18대 대선 1470만표보다 130만표 정도 빠진 1342만표를 획득했다. 그야말로 진보와 보수세력의 양자대결로 치러진 선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진보적 유권자들이 19대 대선에서는 심상정 후보로 빠져나갔음을 알 수 있다. 심상정 후보는 17대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가 획득한 71만표에 비해 130만표 정도 늘어난 202만표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결국 안철수 후보는 기존 보수정당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층을 분할했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 실제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1577만표를 획득했는데, 19대 대선에서는 홍준표 후보 785만표, 안철수 후보 699만표, 유승민 후보 221만표로 세 후보의 표를 합산하면 1700만표 정도 된다. 투표자수가 200만명 늘어난 것과 기존 박근혜 후보의 득표수를 합치면 얼추 수렴하는 숫자다. 유권자들은 안철수 후보를 보수 후보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딜렘마가 발생한다.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개혁적인 정당으로 가야한다는 주장과 19대 대선에서 볼 수 있듯이 보수적인 포지션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상충된 입장에 서게 된다.

정동영, 천정배 등 국민의당 중진들은 개혁적 성향이다. 반면 안철수, 이태규, 이상돈 등은 보수적 색채를 갖고 있다. ‘잡탕’이라는 평가를 넘어 ‘중도’라는 정체성 획득이 가능할까?

눈 앞에 닥친 지방선거와 개헌은 어찌하오리까

정체성을 정립하는 문제도 골치 아프지만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도 문제다. 전국적으로,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득표했지만 그 수준이 너무 낮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예상보다 높아서 지지층 확장이 난제다.

앞서 언급했듯이 문재인 지지층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국민의당이 보수 정당으로 더 강하게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지지층을 공략하는 게 맞겠지만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호남 비토정서가 강하다.

국민의당 입장에서 확장해 나갈 영토가 별로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즉 전국적, 전연령대별로 고른 지지율을 획득했지만 이게 한계치일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존재한다. 또한 후보자 공천 과정은 무난하게 거쳐갈 수 있을까? 특히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북도지사 후보자 공천은 벌써부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안도 국민투표에 동시에 부쳐질 가능성이 크다.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와 4년 중임 대통령제가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당은 어느 정부 형태를 선택할까? 안철수 전 의원은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 의원들은 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파열음을 생기지 않을까?

‘잡탕’으로 비춰지는 당의 정체성, 3자분할에는 성공했지만 그 확장성이 막혀있다는 점, 중도를 표방했지만 국민의당이 지향하는 중도가 과연 무엇인지 불명확하다는 점, 이질적인 내부 구성원들의 동거,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내부 투쟁, 개헌을 앞둔 정부형태에 대한 입장 등 어느 하나 쉽지 않은 난제가 국민의당을 기다리고 있다.

안철수 전 의원의 세번째 도전은 이 모든 과제를 잘 해결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안철수 전 의원은 앞으로 국민의당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국민의당은 그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할까?

참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 권순욱의 '19대 대선 분석' 연재 순서
①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역사적 의미
② 문재인 대통령, 어떻게 만들어졌나
③ 깨진 콘크리트, 자유한국당의 운명은?
④ 절반의 성공,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
⑤ 바른정당, 실망은 이르다
⑥ 정의당은 과연 선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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