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근하 기자] 최근 국내 제약사들의 행보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제약사 본연의 역할보다 수익성 확보에 치중하면서 의약품 이외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한 제약사의 음료 사업에 대해 물장사라고 치부하며 이 회사의 매출 성과를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약사의 외도를 지적하기에 앞서 이들이 처한 국내 상황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에는 평균 10년, 약 3조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조원 이상 매출을 기록한 국내 제약사는 녹십자·유한양행·광동제약 3곳에 불과하다. 신약 개발 투자여력이 충분한 기업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해도 신약 개발 성공확률이 낮은 것이 현실이며 성공했음에도 그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신약 가격을 보장받지 못하면 해외에 수출 할 때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다”면서 “또 다른 연구개발을 위한 의지도 여력도 생기지 않는다. 신약 개발이 경제적 실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사들이 연구개발에 소홀한 태도를 취한 것도 아니다. KDRA(한국신약연구개발조합)에 따르면 국내 임상 1상 성공률은 60%, 2상은 60%로 이 같은 수치는 세계적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평가다.

조헌제 KDRA 상무는 “높은 임상 성공률은 국내 기업들이 최선의 자세로 연구개발에 임해왔음을 뜻한다”면서 “국가는 이 생산성을 더욱 높이고 이를 위해 필요한 부분을 수용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때문에 제약사들이 음료나 화장품 영역으로 발걸음을 움직이는 데 대해 비난의 목소리만 높여서는 안된다. 의약품 개발에 비해 손 쉬운 수익구조를 가진 사업에서 얻은 수익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려는 시도로 풀이할 수도 있다. 

다만 이들의 ‘이유 있는 외도(?)’가 장기화되는 데 주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시장 환경의 어려움에 맞서기 위한 임시방편은 그 수준으로만 끝내야 한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