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철 실장이 엠리퍼를 실행한 뒤 주요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근하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근하 기자] # A씨는 지난 밤 카카오톡 채팅방을 실수로 나가버렸다. 그 탓에 오랜 시간 간직하고 싶었던 대화, 사진 모두 잃었다.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간절하다. 

# B씨는 기존에 쓰던 단말기를 중고 판매하려 한다. 휴대폰을 초기화 하긴 했으나 혹여 남았을지도 모를 카카오톡 내용이 신경 쓰인다. 그는 완전한 삭제 방법을 찾고 싶다.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주요 소통 통로다. 대다수가 카카오톡을 통해 대화를 주고 받고 있으며 사진·동영상·음성 등으로 전송 콘텐츠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때로는 오랫동안 보관하고 싶은 내용이 있기도 완전히 지워버리고 싶은 내용이 있기도 하다. 다만 전문가에게 스마트폰을 맡기지 않는 이상 복구도 삭제도 어렵다는 게 함정이다.

그러나 더 이상 스마트폰을 누군가에게 맡기지 않고도 내 손으로 카카오톡 데이터를 복구·삭제할 수 있게 됐다. 포렌식 솔루션 전문기업 인즈시스템이 개발한 카카오톡 복구·삭제 프로그램 MREAPER(엠리퍼)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 30일 조민철 인즈시스템 전략기획실장을 만나 MREAPER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즈시스템은 디지털 포렌식 솔루션 전문 개발업체다. 포렌식은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분석할 증거자료를 수집하는 행위를 뜻한다. MREAPER는 우리가 보유한 포렌식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조민철 실장은 MREAPER의 개요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인즈시스템은 이미 2014년 1월에 KAMAS(카마스)라는 데이터 복구 프로그램을 출시한 바 있다. 한 달 여전에 서비스가 중단됐으나 그 전까지 이용자는 월 평균 3000명을 기록했다. KAMAS가 데이터 복구만 가능한 프로그램이었던 반면 MREAPER는 삭제도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된 프로그램이다. 카카오톡만을 대상으로 한다.

조 실장은 “흔히 스마트폰 데이터 복구를 위해서는 업체에 맡겨야 하는데 최대 1주일이 걸리며 평균 35~50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 외에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우리 회사는) 일반인도 적은 비용으로 쉽게 복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했고 카마스와 엠리퍼가 그 결과물이다”라고 말했다.

카마스의 가격은 10만원. 엠리퍼는 지난달 25일에 출시됐으며 가격은 아직 미정이다. 인즈시스템은 엠리퍼 출시를 맞아 당분간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화면에 나타난 카카오톡 데이터 중 삭제하고 싶은 부분을 선택하면 된다. <사진=이근하 기자>

엠리퍼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인즈시스템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을 다운받은 PC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원하는 카카오톡 내용을 복구하거나 선택적으로 삭제할 수 있다. 현재 서비스가 가능한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7.0 누가 이전 단말기다. iOS 단말기는 아직 삭제 기능만 가능하다.

스마트폰 상태별로 복구할 수 있는 정도의 차이는 있다. 많이 사용한 휴대폰일수록 복구 가능성이 다소 떨어지며 최대 2년 전 데이터까지 복구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최근 데이터가 복구되지 않는 상황도 발생한다.

데이터 삭제 여부는 삭제 기능을 사용한 뒤 복구를 시키면 확인할 수 있다. 이 때 데이터가 복구되지 않는다면 100% 삭제된 것이다.

지워진 데이터를 엠리퍼로 복구시킨 모습이다. <사진=이근하 기자>

엠리퍼가 이용자에게 가져다 줄 편의성이 분명한 것은 사실이나 악용 사례를 우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일례로 분실한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카카오톡 데이터를 쉽게 복구할 수 있다면 정보 유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 실장은 “데이터 복구 이전에 스마트폰이 본인 소유인지를 확인한다. 그 과정이 없으면 복구가 되지 않는다. 또 스마트폰 소유자의 동의 없는 서비스 이용은 잘못된 행위라고 프로그램 라이센스에 명기돼있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우리가 걱정하는 부분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직접 파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즈시스템은 수사기관이 범죄 증거를 찾을 수 있도록 포렌식 서비스를 납품하는 회사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프로그램으로 증거가 사라질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언급한 부분에 대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중요 데이터를 은폐했을 때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업데이트로 추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즈시스템은 올해 엠리퍼라는 브랜드 아래 여러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엠리퍼를 대중들에게 알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조 실장은 “사람들이 엠리퍼에 대해 ‘다른 곳은 제공 안하는 기능들인데 괜찮네’라고 평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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