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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금융 당국이 ‘수수료 적정성 심사제’ 도입을 검토하면서 앞으로 은행 등 금융권 수수료 인상 관행에 제동이 걸릴 예정이다.

한국 씨티은행은 지난 3월부터 신규 고객에 대해 통장잔고가 1000만 원 미만시 매달 5000 원씩 계좌유지 수수료를 받고있다.신한·국민·우리 등 시중 은행들은 지난해 현금인출기 수수료를 줄줄이 올려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던 바 있다.

최근에도 일부 은행들이 창구거래 수수료, 통장 거래 수수료 등 새로운 수수료 신설을 검토하다 논란을 빚었다.이처럼 국내 시중은행 18곳이 최근 신설하거나 인상한 수수료 항목은 모두 160건에 달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집에서 제시한 수수료 적정성 심사제 도입 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금융당국도 은행의 수수료 인상 움직임을 더는 방치하기가 어렵게 됐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금융수수료 인상요인을 사전에 꼼꼼히 따져보는 '적정성 심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못했지만 금융수수료 적정성 심사 제도 도입은 수수료 신설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판매, 송금, 환전 등 수수료 대상 범위를 어디까지 포함시키고 어떻게 심사제에 반영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공약을 효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당장 제도를 손보기란 쉽지 않다.은행의 수수료 인상 자율결정이 총리훈령으로 운영되고 있어서다.

다만, 훈령에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행정지도가 가능하도록 정해져 있다. 금융당국이 소비자 권익을 크게 침해하는 부당한 수수료 인상 사례 등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행정지도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다 이번 '수수료 적정성 심사제 도입'을 두고 은행권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계좌 자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고객에게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며 "이러한 수수료 정책은 국내 정서에는 아직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등한시하고 소비자의 부담을 증가시켜 손쉽게 수익을 올리려는 수수료 인상은 사실상 부당행위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금융소비자들 사이에 존재한다는 점을 (은행권도)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 심사제에 대한 반응도 크게 엇갈린다.

은행권은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 수수료 수익이 적은 편인데다 정부의 무리한 개입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은행 수수료는 미국, 영국,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종류도 다양하지 않고 금액도 적은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작년 12월 발표한 은행 수수료 국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송금 수수료는 창구를 이용할 때 500~3000원으로 미국(35달러, 약 4만원), 영국(25파운드, 약 3만5000원), 일본(648~864엔, 약 6500~8799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한 송금 수수료 역시 업무 마감 전에 0~1200원, 마감 후에 500~1600원으로 일본(270~432엔)의 절발을 밑돌았다. 

계좌유지 수수료, 창구 이용 수수료 등 새로운 수수료 도입을 검토하고 있던 은행들은 정부의 개입이 최소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수수료를 제한하지 않더라도 적정성 심사 제도는 규제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사들의 분위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투명성을 제고하고 공공성을 위한 기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는 공감하지만 수수료를 낮추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은 시장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수수료 규제로 작용할 경우 운신의 폭이 좁아져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의 수수료 도입 자유는 보장하되 매뉴얼 등을 만들어 소비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원가를 반영한 수수료의 체계를 바로 잡아야 하는 부분이며 차별화된 가격을 적용하도록 하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현재 국내 은행 수수료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이 제도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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