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 최근 한 국내 항공사의 객실승무원(스튜어드·스튜어디스)으로 최종 합격한 박씨(27세·여)는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 약 2년 간의 인턴(수습)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 박씨는 "2년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할 경우, 이전 경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항공사들이 짧게는 8개월, 길게는 24개월의 인턴 기간을 거친 객실승무원들만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고 있는 것과 관련,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항공사 측은 "객실승무원은 일반 사무직과 다른 특수성을 가지고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국항공사나 다른 업종에 비해 인턴 기간이 긴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에어서울 등 8개 국적사는 객실승무원에게 인턴 기간을 부여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객실승무원 채용 전형의 최종 합격자들에게 '인턴 객실승무원'이라는 직함을 준다. 2년간의 인턴 과정을 거친 이들은 결격사유가 없는 한 대부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아시아나항공은 객실승무원들의 인턴 기간을 1년으로 한다. 인턴사원으로 1년간 근무를 마치면 근무성적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저가항공사(LCC)들도 이와 비슷하다. 각 항공사들의 인턴 기간을 살펴보면 ▲제주항공 2년 ▲진에어 2년 ▲에어부산 2년 ▲에어서울 1년 ▲티웨이항공 1년 ▲이스타항공 8개월이다.
인턴 객실승무원은 회사의 복리후생과 교육과정, 근무형태 등 여러가지 부분에서 정규직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계약직인 만큼 급여수준이 정규직에 비해 낮다.
A 항공사에서 1년째 인턴으로 근무 중인 한 객실승무원(여·23)은 "정규직들과 똑같이 근무하고 있지만, 인턴이라는 이유만으로 적은 월급을 받고 있다"며 "입사 동기들 역시 인턴 기간이 과도하다고 토로한다"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형 인턴'이라는 개념이 없는 해외 항공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해외 항공사들의 경우 객실승무원이 필수적으로 훈련받아야 하는 교육과정만 거치면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합격 발표 후 정규직 채용까지 6개월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일례로, 말레이시아 국적사이자 아시아 최대 LCC인 에어아시아는 최종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2~3개월간의 트레이닝과 몇 차례 시험비행을 실시한다. 해당 과정을 마친 훈련생은 인턴 기간 없이 곧바로 객실 승무원으로 투입된다. 정규직 채용까지 길어야 5개월 가량 소요될 뿐이다.
이와 함께 인턴 과정을 마치지 못하고 중도 퇴사할 경우, 타 항공사에서 경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점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B 항공사에서 인턴 기간을 마치지 못하고 퇴사한 이씨(여·28)는 "9개월 가량 인턴으로 근무하던 중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퇴사하게 됐다"며 "이후 타 항공사에 입사지원을 하려고 보니 경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씨는 "일반인의 경우 객실승무원들이 긴 인턴 기간을 거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 항공사들 사이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항공업계만의 '공공연한 비밀'이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내 항공업계는 "객실승무원은 고객 서비스와 기내 안전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지고 있어 교육 기간이 일반 직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항공사 한 관계자는 "객실승무원의 경우 법정훈련 시간인 18시간 외에도 꾸준한 정기 훈련을 받아야 하고, 재교육을 통해 업무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저가항공사 관계자 역시 "인턴 과정을 수료한 직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이전의 경력을 인정받는다"며 "안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긴 교육시간은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인턴 기간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존재한다.
해외항공사 한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장기간 인턴을 두는 것은 국내 항공사만의 특이한 문화"라면서 "객실승무원은 고객 최접점에서 일하는 만큼, 항공사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비정상적으로 긴 인턴 기간에 대해 '오래 버티며 일 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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