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린 금융증권부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채린 기자] 지난 1950년 미국의 사업가 프랭크 맥나마라가 사무실에 지갑을 둔 채 뉴욕 맨하탄의 유명 음식점에 갔다가 곤욕을 치룬 것을 계기로 발명된 ‘신용카드’. 지폐와 동전 등을 소지하지 않은 채 작은 플라스틱 카드를 내밀면 개인의 신용을 바탕으로 고객은 금전적 소비를 하고, 추후 카드 결제일에 맞춰 대금을 지불한다. 그러나 결제일까지 지불 금액을 마련하지 못한 채 카드빚에 허덕이는 사용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카드사가 제공하는 ‘리볼빙(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 서비스를 이용한다.

당장 눈앞에서 사라지는 돈이 없어서 일까. 과도한 채무로 인해 신용불량자를 목전에 둔 카드 사용자들이 있다. 적게는 사회초년생부터 많게는 가정을 둔 중년까지. 현재 국내 신용불량자 수는 300만을 넘어섰다. 과도한 채무에 허덕이던 이들의 눈에 자연스럽게 들어온 달콤한 유혹은 바로 카드사의 ‘리볼빙’.

각계 카드사들은 고객의 일시 상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 하에 카드 사용대금의 일정부분을 지불할 경우 나머지 금액을 대출 형태로 전환해 상환 기간을 연장시켜주는 이른바 ‘리볼빙’ 제도를 내세우고 있다.

카드수익은 신용판매수익과 카드대출수익, 기타카드수익으로 구분된다. 리볼빙 서비스는 이중 기타카드수익에 포함된다.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현대카드와 BC카드의 기타 카드수익은 각각 1359억1200만원, 1708억600만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리볼빙 서비스를 통해 카드사가 얻은 수익도 억단위를 넘나든다. KB국민카드 2,681억원, 현대카드 2,046억원, 신한카드 1,679억원, 삼성카드 1,446억원, 롯데카드 1,198억원, 하나카드 751억원, 우리카드 365억원 순이다.

이들 카드사 중 현대카드는 자사 내 홈페이지를 통해 카드대금이 부담될 때, 최소 10%부터 결제하는 방식의 리볼빙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유로운 결제 비율 조정, 연체 없이 안전한 신용 관리”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BC카드는 자사 내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의 한도 내에서 카드를 이용 후 미리 설정한 최소금액을 결제하면 나머지 결제대금을 다음 달로 자동 이월시켜준다면서 “회원의 신용상태를 유지해준다”고 명시하고 있다.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는 카드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얼핏 보기에 당장에 갚기 어려운 카드 대금의 결제일이 뒤로 밀리는 셈이니 금전적인 채무가 줄어든 듯한 효과를 준다.

그러나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남은 카드 대금에 이자가 붙는다. 실제로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한 직장인 김수현(가명)씨는 얼마 전 카드를 이용해 약 200만원을 결제했다. 이후 카드 결제일까지 김 씨는 대금을 마련할 수 없었고 고민 끝에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했다.

김 씨는 그 달에 100만원의 카드 대금을 결제했고 나머지 100만원은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해 다음 달로 이월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생겼다. 우선 이월한 100만원에 이자가 붙기 시작했다. 여기에 다음 달에 사용한 카드 대금 200만원이 더해지면서 악순환이 시작된 것.

최초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할 때까지만 해도 ‘금방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김 씨의 예상과는 달리 이자에 매달 원금인 카드 대금이 더해지면서 점점 빚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리볼빙 서비스는 잘 사용할 경우 “연체 없이 안전한 신용 관리”를 내세우는 현대카드와 “신용상태 유지”를 내세우는 BC카드의 말처럼 개인의 신용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애초에 카드 대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리볼빙 서비스는 오히려 본인의 재정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대변하듯 김 씨는 결국 신용불량자가 됐다. 신용불량자 수가 300만명이 넘어섰듯 이는 비단 김 씨의 문제만은 아니다. 채무와 관련된 각종 커뮤니티에는 “신용카드 리볼빙 서비스까지 이용하면서 연체를 하다 보니 결국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내용이 담긴 다수의 글도 게재돼 있다.

고객들의 채무를 덜어준다는 명목하게 제공되는 리볼빙 서비스의 이면에 보다 정확한 진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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