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모든 직원들은 지금 복도로 모여주세요."

지난 11일 오후 4시, 김성호 파워프라자 대표(58·사진)는 전 직원들을 향해 이렇게 얘기하면서 두툼한 쇼핑백을 들고 나갔다. 그러고 나선 50명이 되는 직원들 한명 한명씩 이름을 부르며 쇼핑백에 빼곡히 쌓여 있는 '돈 봉투'를 꺼내 나눠주기 시작했다.

9일 치뤄진 제19대 대통령선거의 직원 투표율이 100%를 달성한 것에 대한 포상이 이뤄진 것이다. 사무실 게시판에는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현황'과 직원들의 투표 인증샷이 붙어 있었다.

김 대표는 "한 명도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할 경우, 개인당 50만원씩 보너스를 지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라며 머쓱해 했다.

통상 '엔지지어' 출신들이 갖고 있는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무너져 버렸다. 김 대표는 이런 '인간미 넘치는' 삶의 철학을 바탕으로 기계가 아닌, 인간 중심의 '전기자동차'를 만들어 온 것이다.   

김성호 파워프라자 대표(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제19대 대선 자체 투표율 100%' 달성을 기념해 서울 가산동 소재 본사 사무실 복도에서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사진=이세정기자>

김 대표가 운영 중인 파워프라자는 지난 1993년 창립됐다. 약 23년간 산업용 변압기(파워서플라이) 700여종을 개발한 파워프라자는 '국내 산업용 파워서플라이의 대표주자'로 자리를 잡아왔다.

하지만 김 대표는 2007년 돌연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산업용 부품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이나 대만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며 "미래 산업에 투자하기 위해 찾은 해답이 전기차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비단 '돈'만 쫒아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그는 "인간의 삶은 자아를 성숙시키고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의미 있는 일을 찾다가 '친환경 경영'을 선언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인간과 환경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게 그의 철학이다.

지난 3월 개최된 '2017 서울모터쇼'에서도 인간을 중시하는 가치관은 확연히 드러났다. 당시 파워프라자는 모터쇼 슬로건으로 '띵크 휴먼 테크놀로지, e-드라이브 바이 유어셀프(Think Human Technology, e-Drive by yourself)'를 내걸었다.

김 대표는 "기계가 중심이 아닌 인간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생각 아래, 핸들 콘트롤링 만큼은 인간의 감각기관을 통하고자 했다"며 "기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운전이 회사가 지향하는 미래형 자동차"라고 강조했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전기차 개발에 몰두하면서 성과는 눈에 띄게 늘었다. 2009년 국내 1호 개조전기 화물차 피스를 탄생시킨 김 대표는 2010년 로드스터 전기차 '예쁘자나R'을 개발했다. 가장 최근 선보인 모델로는 더욱 세련된 외관 디자인으로 업그레이 된 '예쁘자나R2'가 있다.

화물차 0.5톤과 1톤 2종과 예쁘자나를 포함해 3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확보 중이다.

시장 반응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총 29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파워프라자는 11일 기준 기준 총 39대의 계약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올해 50대 판매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드스터 전기차인 예쁘자나R2 <사진제공=파워프라자>

하지만 김 대표가 바라보는 국내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주도적으로 지휘하고 있지만 정작 국가적 차원의 지원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관련 중소·중견기업을 대상하는 정부 보조금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물론, AS와 충전소 등 각종 인프라 구축과 폐기물 처리법 등 전기차 관련 법규, 세금체계 등 전면적인 개조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전기차 산업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그는 전기차 산업이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가 '자율주행차'로 급작스럽게 노선을 바꾼 것에 대해 걱정스러운 기색을 내비췄다.

김 대표는 "최근까지 전기차를 강조하던 정부가 갑작스럽게 4차 산업혁명과 자율주행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면서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필연적으로 인간성 상실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인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김 대표는 자율주행차 시장에는 뛰어들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그는 "무엇보다 인간의 테크놀로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과거 인간은 사냥이라던지 농사, 건축 등의 여러 가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가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전문화되면서 현재 남아있는 인간의 기술은 운전 뿐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대표는 "기계가 처리해주는 프로세스에 익숙해져서는 안된다"며 "적어도 스티어링 휠과 가속페달, 브레이크페달 조작은 인간이 직접 조작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최근 김 대표는 외식업에도 진출했다. 친환경농법으로 재배된 건강한 식재료만 사용하는 식당을 오픈한 것이다.

전기차와는 거리가 멀지만 '친환경'을 통해 인간성을 강조하는 그의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사업이다.

유전자조작식품(GMO)이 식탁에 오르는 것을 금지하는 한편,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계절온'은 현재 목동과 금천구 총 2곳에 매장을 운영 중이다.

김 대표는 트렌드를 쫒아가기 보다는, '인간'과 '휴머니즘', '환경'이라는 최우선인 가치 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그의 도전은 현재 진행 중이다.

한편 청주대학교 전자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대진전자 대표를 거쳐 현재 파워프라자 대표로 근무 중이다. 또 한국전기자동차개조산업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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