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장미대선’으로 일컬어지던 제 19대 대통령 선거가 문재인 대통령 탄생으로 막을 내렸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보궐선거 성격을 가진 이번 대선은 많은 역사적 의미를 남겼다.

우선 한국의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 간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두 차례 교차하면서 절차적 민주주의가 한층 진일보했다. 1960년 4.19혁명으로 수립된 윤보선 대통령과 장면 총리의 민주당 정부는 박정희의 군사쿠데타로 무너지며 정권교체의 역사적 의미가 퇴색됐다. 이로 인해 한국 정치는 이승만(12년)-박정희(18년)-전두환(8년)으로 이어지는 ‘독재체제’의 연속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후 직선제 쟁취로 실시된 1987년 13대 대선에서는 전두환씨의 친구인 노태우씨가, 이어 1992년에는 노태우의 민정당과 3당 합당을 감행한 김영삼 전 대통령이 14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국 정치는 보수파 정당의 집권이 계속됐다. 노태우 정권과 김영삼 정권은 그 시대의 한계 속에서 나름의 역사적 과제를 수행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있지만, 보수정당 우위의 역사를 이어갔다.

1997년 제 15대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으로 평화적이고 수평적인 정권교체에 성공하며 민주정부 1기를 열었고, 16대 노무현 대통령이 2기를 이어갔다.

이어 17대와 18대 대선에서는 또 다시 보수정당의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며 역정권교체가 이루어졌고, 이번 19대 대선에서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하며 보수와 진보가 교대로 정권을 맡게 됐다. 이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평화롭게 정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음을 증명하고 있으며, 민주주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나 유럽 수준까지 도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대만을 제외하고는 한국 민주주의에 필적할만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미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역사적 의미로는 ‘무혈혁명에 의한 정권교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미완의 혁명으로 끝난 1960년의 4.19혁명, 1970년대의 유신체제에 저항한 반독재투쟁,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 직선제를 쟁취했지만 정권교체에 실패한 1987년 6.10항쟁 등은 모두 시민들이 피를 흘렸던 역사다. 하지만 2016년 11월 혁명은 엄청난 집회 참가자 숫자에도 불구하고 돌멩이 하나 등장하지 않았고, 당연히 누구 하나 다친 사람 없이 평화롭게 혁명을 완성했다. 이 같은 혁명의 결과물로 정권이 교체됐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미가 있고, 그리고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사례를 남겼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서방의 자유 민주주의 위기가 절망적인 수준이고 좀먹는 국가주의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민중의 힘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제시한 반가운 사례”라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극우 성향의 트럼프가 당선되고, 유럽 곳곳에서도 국가주의가 득세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세계적인 퇴행 흐름을 막아내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선은 그동안 한국 정치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던 ‘지역주의’와 ‘색깔론’이 부분적이나마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가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지역주의를 자극하며 경남에서도 우위를 나타냈지만 그 위력은 과거에 비해 약화됐다. 특유의 색깔론도 문재인 후보 측의 역공으로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축소됐다.

이는 기존 양당체제에 도전장을 던진 안철수 후보의 등장이 남긴 긍정적 영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호남지역을 발판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호남지역에서 압도적으로 패배했고, 영남지역에서는 기존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어느 정도 득표를 하면서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평가는 향후 안철수씨와 국민의당이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9대 대통령 선거는 한국 민주주의가 오랜 독재체제의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독재자들의 정당성을 포장하기 위한 장식품으로 존재했던 헌법이 많은 시민들에게 내면화되며 한국 민주주의를 절차적 측면 뿐만 아니라 그 실질적 내용도 진일보하고 있음을 증명하기에 충분한 선거였다.

대한민국 주권자들 스스로 자랑스러워할만한 선거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 권순욱의 '19대 대선 분석' 연재 순서 
② 문재인 대통령, 어떻게 만들어졌나
③ 자유한국당, 미래는 있나?
④ 격랑속으로 들어가는 국민의당
⑤ 바른정당, 실망은 이르다
⑥ 정의당은 과연 선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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