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인터넷은행 출범, 씨티은행의 지점 80% 폐쇄 소식 등으로 '오프라인 은행'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은행권에 확산하면서 은행원 '철밥통 신화'는 옛말이 되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인 4명 중 1명은 스마트폰 등을 통한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금융 거래를 손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레 금융권 일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을 계기로 국내 주요 은행들이 모바일 플랫폼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이 플랫폼 서비스로 탈바꿈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정보기술(IT)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고객을 뺏길 가능성이 크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및 금융지주회사들이 '플랫폼 차별화'를 경영목표로 모바일 시장 경쟁에 전투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모바일뱅킹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16년 3분기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 현황' 자료를 보면 하루 평균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뱅킹 이용건수는 5380만건으로 2분기보다 2.0%(107만건) 늘었다. 이는 모바일뱅킹을 포함한 전체 인터넷뱅킹 이용 건수의 61.5%에 해당한다. 모바일뱅킹 이용금액은 3조179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3%(1299억원) 증가했다.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도 크게 늘었다. 지난 3분기 스마트폰에 기반을 둔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은 전분기 대비 3.2%(226만명) 늘어난 7203만명을 기록했다. 모바일뱅킹 이용자는 2014년을 기점으로 PC 기반 인터넷뱅킹 가입자를 추월했다.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모바일 플랫폼을 내놓은 우리은행은 금융권 최초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을 내세워 차별화된 플랫폼 전략에 나서고 있다. 비대면 고객과의 접점을 확보하고자 메신저 기능을 물론이고 결제, 송금, 금융상담, 소상공인 직거래 가능한 위비마켓까지 위비톡 내에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렇듯 모바일 등을 통한 비대면 금융거래가 보편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은행들이 빠르게 영업지점 수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 영업력의 상징이었던 점포가 시간이 갈수록 은행의 고정비 부담을 키우는 짐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6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분기말 5935개였던 영업지점 수는 지난달말 5493개로 약 4년새 442개가 줄었다.

은행별로 보면 KEB하나은행의 폐점 수가 159개로 가장 많다. 이는 2015년 외환은행과 합병한 이후 중복점포를 대거 정리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123개의 영업점 문을 닫았다. 우리은행도 102개를 폐쇄했다.

서울 한 은행의 대출 상담 창구 모습.

신한은행(40개), 농협은행(28개), 기업은행(10개) 등은 비교적 적은 수의 영업점을 정리했다.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가 금융소비자들의 일상 생활에 녹아들기 시작하며 오프라인상에서 벌이는 몸집 경쟁은 무의미한 일이 돼 버렸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 통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만 12세 이상 인터넷 이용자 중 '인터넷뱅킹 이용자'(최근 1년간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전년보다 5.0%포인트 오른 57.5%로 집계됐다.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2010년 42.3%에 불과했지만 최근 수년간 스마트폰 보금으로 모바일뱅킹이 활성화되면서 2015년 52.5%에 이어 지난해 60%를 목전에 두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인해 은행들의 이자마진은 줄어들고 있지만 자산관리(WM) 등을 통한 비이자수익 창출 능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결국 은행들이 수익을 늘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핀테크로 대체할 수 있는 영업점 수를 줄여 고정비를 아끼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영업력의 판단 기준이었던 점포 수가 앞으로는 은행들의 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현재의 20세기형 소매 구조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정리해 나가느냐가 향후 은행권 생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영업점포가 사라지며 은행권 임직원 수도 줄어들고 있다.

2013년 9월말 9만1986명이었던 6대 은행 임직원 수는 지난해 9월말 8만9682명으로 3년새 2304명 감소했다.

최근 이러한 불안감에 핀테크 회사인 P2P 금융회사로 이직하려는 은행원이 늘어나고 있다. P2P 금융이란 돈이 필요한 사람이 전문 중개 업체를 통해 대출금액·사용처 등을 올리면 불특정 다수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서비스다.

테라펀딩·8퍼센트·피플펀드·펀다·렌딧·어니스트펀드 등 분야별 대표 P2P 금융사 6곳을 조사했더니 지난 6개월 사이 은행원 출신 직원 13명이 P2P 금융회사에 취업했다. 8퍼센트 이효진 대표는 "최근 채용 공고를 냈더니 50건이 넘는 은행원 지원서가 접수돼 놀랐다"고 말했다. 수시 채용 방식으로 직원을 뽑는 '렌딧'의 이미나 이사는 "최근 2~3개월 사이에 매달 대여섯 개 정도씩은 은행원 이력서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원 감소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은행권은 미국의 금리 인상, 탄핵 정국과 대선 등 대내외적으로 불안정하다. 실적 개선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예정으로 인력 감축 한파도 거세게 불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적 압박과 성과 평가 등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은행원이라는 직업이 안정적인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좋은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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