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동전없는 사회’ 시범사업 실시한 가운데 지난 19일 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소공점에서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이 동전적립카드로 적립 시연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은행>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퇴근길 편의점에 들른 회사원 정모씨(32 여)는 식료품을 구매하고 계산대에 2000원을 냈다. 1600원짜리 식료품 잔돈 400원은 그가 내민 스마트폰에 저장된 카드사 애플리케이션(앱) 바코드를 스캔하니 고스란히 적립됐다. 곧바로 카드 포인트로 400원이 쌓였다. 동전 없이 현금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이처럼 앞으로 편의점,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산 뒤 잔돈을 곧바로 교통카드나 카드·유통회사 포인트 등으로 받을 수 있다. 일생생활에서 동전이 사라지는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가 20일 첫발을 뗐다.

한국은행은 지난 19일 "동전 사용 및 휴대에 따른 국민들의 불편을 완화하고 유통 및 관리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동전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동전없는 사회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생긴 잔돈을 교통카드 등 선불전자지급수단에 적립하는 사업이다.

이번 사업은 20일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CU, 세븐일레븐, 위드미, 이마트, 롯데마트 등 5개 유통업체 2만3000여개 매장에서 거스름돈을 적립할 수 있다.

적립 수단은 ▲T머니(한국스마트카드) ▲캐시비(이비카드) ▲하나머니(하나카드) ▲신한FAN머니(신한카드) ▲네이버페이포인트(네이버) ▲L포인트(롯데멤버스) ▲SSG머니(신세계I&C) 등 7종류다.

이중 신한FAN머니(5월 중)와 L포인트(7월 중)는 전산시스템 준비 관계로 5월 이후 사용이 가능하다.

적립금은 대중교통 또는 해당 카드사의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하나머니와 신한FAN머니의 경우 모바일 계좌입금도 가능하다.

한은은 동전없는사회 사업을 통해 연간 600억원에 달하는 동전 제조비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동전없는 사회' 사업이 첫 발을 뗏지만 연간 600억원에 달하는 동전 발행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의문 부호가 붙는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매장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금 사용 비율이 더 높은 곳은 전통시장이나 노점 등에서는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전 거래가 빈번한 자판기, 코인세탁소, 셀프세차장 등에서도 적립이 불가능하다.

<제공=한국은행>

또 시범사업에는 7개 선불전자지급사업자가 참여하고 있는데 유통업체마다 사용 가능한 결제수단이 정해져 있다는 문제도 있다.

CU의 경우 T머니, 캐시비, 하나머니, 신한FAN머니 등 4개 적립수단만 이용 가능하다. 세븐일레븐(캐시비, 네이버페이포인트, L포인트), 위드미(SSG머니), 이마트(SSG머니), 롯데마트(L포인트) 등도 사용할 수 있는 적립 수단이 정해져 있다.

결제수단별로 환불 방법이 다른 점도 혼선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

티머니의 경우 편의점, 지하철 티머니 서비스 데스크 등에서 환불받을 수 있지만 환불 금액에 제한이 있다. 신한FAN머니는 모바일 계좌입금 방식을 이용해야 한다. L포인트의 경우 콜센터에 신청해야 계좌로 입금받을 수 있다.

한은은 향후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자유롭게 거스름돈 적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시범사업을 거쳐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를 구현할 방침이다. 우선 올 하반기(7∼12월) 대상 업종을 약국, 커피전문점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금 계산 뒤 잔돈을 개인의 은행 계좌로 직접 송금하는 방안도 도입할 계획이다. 설문조사에서도 잔돈 적립 수단으로 계좌 입금(40.7%)을 선호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다만 이 방식이 현실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차현진 한은 금융결제국장은 "단말기 설치 비용이 드는 것 때문에 전통시장 등에 설치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큰 무리없이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에 있다"고 밝혔다.

차 국장은 "지금은 시범사업이다보니 선불카드업체와 유통업체가 개별적으로 붙어있는데 앞으로는 어떤 카드를 어떤 편의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끔 사업자들이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행은 ‘동전없는 사회’가 도입돼도 당장, 동전 사용을 금지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실제,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는 ‘현금없는 사회’를 목표로 현금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은행 박이락 금융결제국장은 "우리나라가 현금 없는 사회로 바로 가기엔 아직 법적으로 제약이 많다"며 “먼저, 이에 대한 법적 재정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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