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역사는 18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의 카를 프리드리히 벤츠가 가솔린 엔진을 이용한 삼륜차를 발명하면서 자동차산업의 시작을 알렸다.

130년이 넘는 역사를 거치는 동안 자동차산업은 끊임없는 성장과 발전을 이룩해왔다.

진화를 거듭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하나의 생활공간으로까지 부상했고 가솔린과 디젤, LPG에 한정됐던 연료는 전기와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까지로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현대인의 생활에 있어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로 자리잡은 자동차. 하지만 많은 자동차 회사들은 사업에 뛰어든 초기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은 것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도요타, 포드 등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물론,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는 국산 자동차 업체들까지 시장에 정착하기 위한 '신의 한수'가 있었다.

본지는 자동차 역사상 '한 획'을 그은 명차들의 역사를 되짚어 보며 탄생배경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프라이드 1세대 <사진제공=기아차>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한국 국민들의 기억 속에 첫 번째 '국민차'로 각인된 차량이 있다. 올해로 '30살'이 된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다.

약간의 허풍을 더해 '(차를 가지고 있는)한 집 걸러 한 대는 프라이드'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던 시대가 있었다.

프라이드가 등장한 시기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연평균 10%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보이던 때다.

서민들의 주머니는 넉넉해졌고 생활수준도 덩달아 올라갔다. 부담스럽지 않은 판매가와 높은 연료 효율성, 적절한 시기 등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진 덕분에 프라이드는 '국민차'로 급부상했다.

특히 프라이드는 '자동차산업 합리화 조치'로 인해 7년이란 시간 동안 승용차를 생산하지 못 했던 기아차를 단숨에 궤도 위에 올려놓은 상징적인 모델로도 꼽히고 있다. 

1981년 2월 28일 정부는 '자동차산업 합리화 조치'를 발표했다. 1979년 '제2차 오일쇼크'를 겪은 박정희 정부는 자동차 수요 억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산차 업체들을 통폐합시켰다.

기아차(당시 기아산업) 역시 자동차산업 합리화 조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기아차는 이 조치에 따라 트럭과 버스만을 생산할 수 있었다. 승용차와 픽업트럽의 생산은 허용되지 않았다.

1987년 2월 28일 이 조치가 해체됐지만, 많은 이들은 이 시기를 '대한국민 자동차 산업의 최대 암흑기'로 기억한다. 또 이 때 벌어진 기아차와 현대차의 판매격차는 여전히 메꿔지지 않고 있어 기아차에게는 '통한의 시기'로 여겨진다.

기아차는 1987년 3월 5일 1세대 프라이드(Y)를 세상에 내놓는다. 자동차산업 합리화 조치가 시작되기 이전 프라이드에 대한 개발을 완료했기 때문에 빠른 출시가 가능했다.

일본의 마쓰다가 설계를, 기아차가 생산을, 미국의 포드가 판매를 담당한 3사의 합작을 통해 탄생했다.

생산 초기에는 3도어 해치백만 있었다. 하지만 1988년 6월에 5도어 해치백을, 1990년 11월 4도어 세단인 프라이드 베타를, 1992년 2월 3도어 해치백 밴을, 1996년 1월 5도어인 스테이션 왜건이 잇따라 출시하며 승승장구 했다.

'국민차'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치솟은 인기에 기아차는 당초 프라이드의 후속 모델로 계획한 아벨라를 고급차로 변경·출시했고 프라이드는 계속해서 판매대수를 늘려나갔다.

하지만 프라이드는 1993년 출시된 현대차의 '엑센트(X3)'와 경쟁을 시작하며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또 1999년 11월 아벨라와 프라이드의 통합 후속 모델인 '리오'가 출시되며 악영향을 받게 된다.

이후 90년대 중반부터 급격한 경영악화를 겪은 기아차는 결국 1999년 현대차에 인수됐고, 이 여파로 프라이드 역시 2000년 2월 단종됐다.

1세대 프라이드는 13년간 단 한번의 풀체인지(완전변경)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불구, 국내시장에서 70만6128대라는 이례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2세대 프라이드 <사진제공=기아차>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던 프라이드는 2005년 4월 2세대(JB)로 부활한다.

리오의 후속 차종으로 출시됐지만, 다시 프라이드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계기에 대해 당시 기아차는 "많은 국민들이 '프라이드'라는 차명을 튼튼하고 경제적인 자동차의 대명사로 기억하고 있어 프라이드의 이름을 다시 살리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2세대 프라이드는 국내에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12만9217대가 판매됐다.

이후 기아차는 3세대 프라이드(UB)를 2011년 9월 출시한다. 기아차는 2009년 준대형 세단 K7을 시작으로 영문자 K와 차급을 의미하는 숫자를 더해 차명을 정하는 K시리즈를 선보였으나, 고객들의 선호에 따라 소형차 프라이드는 이름을 남기기로 결정했다.

기아차는 2014년 12월 부분적으로 상품성을 개선한 더 뉴 프라이드를 선보였고 출시 30년만인 지난 2월 글로벌 누적판매 600만대를 돌파하는 기념을 토했다.

프라이드의 활약으로 소형차가 국산차 시장의 주류였던 시절도 있지만, 이제는 옛 위상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다양한 세제혜택을 받는 경차와 높은 상품성의 준중형차 사이에 끼인 소형차를 찾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

하지만 기아차는 올해 9월 '4세대 프라이드'의 출시를 통해 소형차 시장의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기아차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모델이자 소형차 시장의 한 획을 그은 프라이드가 또 다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제이콥 재비츠 센터에서 개막한 '2017 뉴욕 국제 오토쇼(이하 뉴욕모터쇼)'에서 4세대 신형 프라이드(현지명 리오)를 공개했다. <사진제공=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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