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 기업 밀집 지역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내수침체와 글로벌 보호무역의 장기화로 산업 현장에 비상이 걸렸으나, 각 경제 단체들의 요구 사항과 대선 후보들의 정치적 손익이 극명하게 엇갈려 차기 정부에서도 기업 정책의 혼선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대선후보 초청 각 경제단체들의 요구 사항을 정리하면, 이들은 한 목소리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강조하면서도 '중견기업 중심', '중소기업 중심' 등의 정책을 제안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먼저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중소기업인들이다. 중소기업단체연합은 지난 10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초청, "중소기업 중심의 바른시장 경제구조로 전환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문 후보는 이에 "정부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해 재벌의 탐욕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엄벌하겠다"면서 중소기업벤처부 설치를 공약으로 삼겠다고 화답했다. 

반면 다음날 11일 강연 예정이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중기연 계획을 돌연 취소하고 13일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하는 길을 택했다.

홍 후보는 이 자리에서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없애고 오히려 혜택을 줘야한다며 '기업 기(氣)살리기'를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은 민주노총, 전교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해법으로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주장했다.

이튿날 대한상의 행사에 참석한 안철수 후보는 '중소기업 중심' 가치에는 공감하면서도, "더 이상은 정부가 앞에서 끌고 가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며 방법론에서 차이를 보였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역시 중소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중소기업 중심을 강조하며 현재 중소기업청을 '창업중소기업부'로 승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중견기업연합회도 차기정부에 바라는 정책 제언을 발표하면서 '중견기업 중심'의 경제를 주장하며 나섰다. 

하지만 방법론에서는 차이를 보여, 정부의 '지원'이 아닌 중견기업의 글로벌 전문 기업화를 위한 장기적 '육성'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던 2015년 기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출은 각각11.0%, 6.8%로 대폭 감소한 데 비해 중견기업의 수출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928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는 실적을 내세웠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파로 정치활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어떤 의견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전경련은 앞서 혁신을 목표로 지난 2월부터 '기업 중심'의 단체로 거듭날 것을 선언하며 조직 개편과 예산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학과 특임교수는 "기업을 크기로 구분해서는 분열과 혼선만 야기할 뿐 제대로 된 경제 정책이 나올 수 없다"며 "모든 기업이 중심이 되는 차별 없는 정책이 이뤄져야 저성장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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