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글로벌 판매부진에 이어 대규모 리콜 사태에 휘말리는 등 잇딴 악재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이 같은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는 만큼, 국내 대표 자동차 업체인 현대·기아차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 7일 세타2엔진을 장착한 그랜저(HG)·쏘나타(YF)·K7(VG)·K5(TF)·스포티지(SL) 등 5개 차종 총 17만1348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계획을 발표했다.

현대·기아차는 하루 전인 6일 국토교통부에 리콜계획서를 자진 제출했다.

계획서에 따르면 회사는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된 세타2엔진을 장착하고 있는 차량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한다. 이후 문제가 확인된 차량을 대상으로 내달 22일부터 새롭게 개선된 엔진을 무상 교체해 준다.

회사 측이 자발적으로 결함을 인정했지만, 이번 리콜 사태의 여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의 결함 조사 결과가 나오기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리콜 계획서를 서둘러 제출한 점과 미국시장보다 뒤늦게 리콜을 시작한다는 부분에서 '늑장 대응'·'내수 역차별'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리콜 규모는 최근 5년간 단일 사안으로 리콜된 사례 가운데 현대차 아반떼 등 19개 차종(82만5000대·2013년), 르노삼성 SM5·SM3(39만2000대·2015년)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리콜 차량의 수리비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이번 리콜 사태가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브랜딩해 온 '품질경영'에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한편에서는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66.3%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에 따르면 국산차와 수입차의 3월 내수 판매량은 각각 14만5903대, 2만2080대 총 16만7983대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총 11만1386대를 팔았다.

2009년 76.8%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최고점을 찍은 현대·기아차의 영향력은 2014년 70%대 아래로 떨어진 이후 매년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5년 67.7% ▲2016년 65.8%로 점유율이 감소세를 보이자 올해 G70과 스팅어, 소형 SUV 등 신차 라인업을 새롭게 확보해 내수 입지를 확대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리콜로 인한 소비자 반감과 신뢰도 하락이 판매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목소리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20일 중국 전용 경제형 패밀리 세단 '올 뉴 위에동(영문명 첼레스타)'을 출시한 바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해외시장에서의 판매부진도 현대·기아차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우선 중국시장의 경우 사드(THH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영향으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지난달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7만2032대(현대차 5만6026대, 기아차 1만6006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52.2% 줄어든 수치다.

또 지난 2월 중국 판매실적인 9만1222대와 비교할 때 21% 가량 쪼그라들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각각 중국 전략형 모델인 '올 뉴 위에동'와 'KX7'을 투입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신차 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중국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중국 시장 내 판매량이 줄자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12일간 중국 창저우 4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회사 측은 "라인 점검을 통해 가동률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판매급감과 미뤄볼 때 사드 보복 여파로 재고가 쌓여 가동을 잠시 중단했다는 분석이 높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냉담해진 한·중 관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대·기아차가 추가적으로 중국공장 가동을 멈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오는 8월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차의 중국 충징 5공장의 가동 여부도 희미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기아차의 중요 마켓 중 하나인 미국에서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회사의 지난달 미국시장 실적은 11만869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현대차는 6만9265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3월 판매한 7만5310대보다 8% 줄었다. 같은 기간 동안 기아차는 4만9429대를 팔았다. 이는 전년 동기(5만8279대)보다 15.2% 감소했다.

특히 올해 1월부터 3월까지의 미국시장 누적 판매량은 26만6520대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판매한 31만9651대보다 7.2% 줄어든 실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대·기아차가 올해 목표로 설정한 글로벌 825만대 판매 달성에 차질을 빚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현재 상황은 점입가경이라고 할 수 있다"며 "과거 내수 최강자였던 현대·기아차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까지 발생했다. 또 중국과 미국 등 해외 중요 시장에서의 판매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올 한 해 내수는 물론, 글로벌 경기가 침체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현대·기아차가 이 같은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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