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희 시인

[이뉴스투데이 송덕만 기자]봄볕 울타리 아래 살포시 고개내민 연초록 아기손 봉숭아 채송화 맨드라미 아장거리는 앞마당에 봄소식과 함께 애틋한 고향 내음을 오롯이 살려낸 현직 교사의 시집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전직 교사 출신 천영희(69) 시인이 펴낸 '내시는 연둣빛' (문화발전소)이라는 시집을 통해 고향의 소소한 일상과 풍경에서부터 부모님을 그리는 시인의 관심사가 투영된 고향의 4계절의 체험과 서정적 감성이 투영돼 있다.

천 시인은 책 서두에 "봄볕에 아장거리며 나온 시 한포기를 마른가슴에 빛줄기 같은 아니 수줍은 속풀이 같은 넋두리를 한포기 풀잎을 가꾸듯 정성스레 심어본다"며 "내 시의 숲에는 장미처럼 화사한 꽃보다 하찮은 잡초가 무성할 지 모르나 따사로운 눈길로 봐 달라"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이번 시집에서 천 시인은 과거 회상과 기억 그리고 기억속의 사람과 자연을 고향에 대한 추억을 노래하면서 유년의 기억과 자연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간과 존재를 사색시켜 주고 있다.

1부 '앞마당의 봄' 2부 '꽃잎이 눈물로 그렁그렁 매달렸구나' 3부 '저 귀뚜라미소리, 이별을 고하는 소리' 4부 '아버지의 땀냄새가 그립다' 5부 '추억의 청춘가를 부른다' 등으로 구성된 시집에는 '봄의 발자국 소리'를 비롯한 118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고샅길 돌아 고즈넉이 자리잡은 고향집 황토벽 낡은 나무 기둥에 올망졸망 매달린 상추 쑥갓 종자씨 봉지가  어느새 텃밭에  슬그머니 내려와 움을 틔웠지

장독대 항아리에는 어머니의 손맛에 간장이 진하게 익어가고 해 그늘 질 때면 굴뚝에 피어나는 연기처럼 그윽한 쌀밥냄새 허기진 배 채우며 평상 위에서

애기꽃 피웠지

그믐달 기우는 깊은 밤이면

한 뭉친 가슴앓이 물레돌려 실타래로 풀어내는 어머니의 한숨소리

식솔의 무게에 펑크난 자전거 바퀴처럼 흐트러져 아랫목에 누워 콜록거리는 아버지의 창백한 얼굴

고향집 댓돌위에 햇볕을 쬐고 있는 하얀 고무신이 스치는 아픈 추억으로 아른거린다 (고향집110P

목포대 명예교수인 허형만 시인은 해설을 통해 "천영희 시인은 맑고 순수한 영혼에서 울리는 언어"라고 전제한 뒤 "천영희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한점 티없이 맑은 노랫소리가 울리는 것 같은 어린소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허형만 시인은 "천영희 시인의 맑고 순수한 영혼에서 울리는 언어를 듣고 있는 그순간만큼은 아무리시에 관한 요구조건과 비평의 방법이 홍수처럼 난무한다 해도 능히 이겨낼수 있는 힘을 가졌다"며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을 뜨게 해줬다"고 극찬했다.

전남 나주가 고향인 천 시인은 2015년 종합계간지 포스트모던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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