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외국계 금융회사들이 국내에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철수에 나서고 있다.반면 한국시장 현지화에 성공한 일부 외국계 금융회사는 사업확장에 나서는 등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은행 지점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다.

국내 진출 37개 외국 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8034억 원으로 전년에 기록한 1조1926억 원에 비해 30% 이상 급감했다.당기순이익 1~5위권 은행 모두 전년 대비 실적이 악화됐다.

국내 시장의 상황이 어려워지자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은행 등 외국계 은행의 철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

홍콩상하이은행(HSBC) 순이익은 같은 기간 1379억원에서 1226억원으로 감소했다. JP모건체이스의 지난해 순이익은 1642억원으로 전년(1943억원)에 비해 11% 감소했다.전년에 1000억원 이상의 순익을 냈던 미쓰비시도쿄UFJ은행(974억원)과 미즈호은행(843억원) 순이익도 큰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중국공상은행 당기순이익은 492억원으로 전년(940억원)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총자산도 소폭 줄었다. 37개 외국은행 한국 지점의 실질총자산은 2015년 270조원에서 지난해 265조원으로 떨어졌다.

특히 중국계 은행들은 과거 한국에서 자금을 조달해 중국에서 운용해 높은 수익을 올려왔지만 중국 경기 둔화로 위안화 자금운용시장이 축소되면서 수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갈수록 국내 시장에서 올리는 이익 규모가 줄어들면서 외국계 은행 철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은행(영국), 바클레이스은행(영국), RBS피엘씨은행(영국), BBVA은행(스페인), UBS(스위스)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거나 철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 시장 수익성이 둔화되는 데다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은행 자본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실적이 별로 좋지 않은 본점에서 조달하는 내부금리가 오르고 자산운용 수익률도 떨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외국은행 한국 지점들의 마진이 확 줄었다"고 설명했다.

(좌)중국공상은행 서울지점, (우)여의도 알리안츠생명 본사

보험시장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새 회계기준에 대한 부담으로 영국 푸르덴셜 그룹은 미래에셋생명에 PCA생명을 넘기고 한국시장서 철수했다.

독일 알리안츠그룹도 알리안츠생명을 안방보험에 매각했다.

반면 한국진출 1호 보험사인 라이나생명은 매년 2000억 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올해로 진출 30년을 맞았다.

라이나생명의 모기업인 시그나그룹 데이비드 코다니 회장은 한국시장에서 성공요인으로 현지화를 꼽고 앞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외국은행은 물론 증권·보험 업체들이 잇달아 철수하면서 금융위원회는 로펌, 금융감독원,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외국계 금융회사 비즈니스 애로 해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외국은행 달래기에 나선 상태다.

한 가지 위안거리는 유럽계 은행 철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과 아시아계 은행을 중심으로 국내에 새롭게 진출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 인도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느가라은행, 중국광대은행이 서울 지점을 열었다.

올해 들어선 지난 2월 미국 3대 신탁은행 중 하나인 노던트러스트가 서울지점을 개점했다. 중국광대은행은 갑기금을 기존 402억원에서 557억원을 추가 증액하며 국내 영업 확대에 나섰다. 갑기금은 외국은행의 국내 지점이 본사에서 지점 영업에 쓰기 위해 들여오는 돈이다.

한편, 국내에서 영업을 하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올해도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을 본사로 송금한 것으로 나타나 국부 유출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의 작년 순이익은 920억원으로,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 대한 배당액 비율)이 97.8%에 달했다. 벌어들인 수익 대부분을 본사로 회수해 간 셈이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도 지난달 23일 이사회를 열어 이익잉여금 600억원을 본사로 송금하기로 의결하고, 같은 날 바로 집행까지 마쳤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작년 604억3300만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배당성향은 무려 99.3%다.

프랑스 투자은행 비엔피파리바(BNP Paribas)증권의 서울지점은 41억7142만원을 결산배당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비엔피파리바증권 서울지점은 작년에 46억3500만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배당성향은 90%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서울지점도 결산배당금으로 18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작년 216억83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배당성향은 83% 수준.

과다한 비용을 송금하면 경영 지표가 악화될 수 있고, 이는 점포폐쇄와 인력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외국계 금융사의 과다한 배당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또한 외국계 금융사들은 배당 뿐 아니라 IT 인프라 구축이나 경영자문료 등의 해외용역비 명목으로 본국에 송금하는 비용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당금으로 송금할 경우 법인세(24.2%)와 배당소득세(15.4%) 등을 납부해야 하지만, 해외용역비의 경우 부가가치세 10%만 납부하면 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일반적인 경영 관행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조세 회피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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