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볼보코리아>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이 차는 스웨디시 라이프스타일(Swedish Lifestyle)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졌습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가족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가족과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특별한 차, 든든한 사륜구동을 갖췄지만 너무 무겁지 않은 차, 안전을 기본으로 하는 차, 바로 '크로스 컨트리'입니다"

'크로스 컨트리(Cross Country)' 미디어 시승 행사장에서 만난 이만식 볼보자동차코리아 상무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세그먼트를 탄생시켰다는 자부심도 느껴졌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웨디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길 원하는 자, 세련된 디자인은 포기하라"다.

볼보의 플래그십 모델인 크로스 컨트리는 볼보의 왜건 'V90'을 토대로 한다. 땅에서 차 밑바닥까지 높이(지상고)는 V90보다 높아 넉넉한 시야를 확보했고 넓은 적재공간과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확보했다고 회사는 자부했다.

특히 한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최초로 광고 모델을 기용한 볼보는 '크로스 컨트리 알리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배우 김혜수를 발탁했다는 점에서도 볼보가 이 차에 거는 기대를 엿볼 수 있다.

<사진제공=볼보코리아>

세단과 SUV의 장점만을 모았다는 점에 대해 궁금증을 품고 행사장에 들어섰지만, 실제로 마주한 크로스 컨트리는 낯설음 그 자체였다.

왜건형 모델의 경우 한국시장에서 유독 인기가 없는 세그먼트다. '레어템(rare와 item의 합성어. 희귀한 물건을 가리키는 말)'인 만큼 도로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종이 아니다.

안 그래도 낯선데, 길어진 전장과 높아진 전고 때문에 그 모양새는 더욱 희안했다. 세단 위에 SUV를 얹은 느낌이 강했다.

좋게 표현하면 '독특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V90과 비교할 때 전장과 전고는 각각 4mm, 70mm 늘어났다. 크로스 컨트리의 전장과 전폭, 전고는 4940㎜, 1880㎜, 1545㎜다. 축거는 2941㎜다. 웬만한 대형 SUV와 맞먹는 길이지만, 보고 있자니 어색함만 밀려왔다.

높아진 지상고는 의아한 모양새를 완성시키는 데 한 몫 했다. 최저 지상고는 210mm로, 일반적인 SUV와 비슷한 수준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길쭉한 세단이 땅 위에 우뚝 솟아있는 듯하다. 세련미보다는 오히려 무뚝뚝함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인상을 줬다.

이리저리 둘러보고 난 뒤 기자의 입에서 "서울 시내는 몰라도, 좁은 골목에서는 운전 못 하겠다"는 혼잣말이 툭 튀어나왔다.

부담스러운 첫 인상 때문이었을까. 운전석에 앉은 기자의 손에는 축축한 땀이 베어나왔다. 차의 길이와 회전각도 등 감이 도무지 잡히지 않았다. 자칫하면 차를 긁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상고를 높였다고는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넓은 시야가 확보되지는 않은 점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시승 초반에는 사이드미러(도어미러)와 백미러(리어 뷰 미러)를 계속해서 살펴야 했고 연신 고개를 '빼꼼 빼꼼' 내밀어야 했다.

디자인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충분히 박수 쳐 줄만 했다.

미디어 시승코스는 경기도 가평 아난티 펜트하우스에서 여주 저류지까지 왕복 160km 구간으로, 중미산의 와인딩 코너와 직선 코스인 중부내륙고속도로, 오프로드(비포장도로)까지 다양한 코스로 마련됐다.

운전석 문을 열고 시트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몸이 밀착되는 느낌이 좋았다. 세단의 안락함이 느껴졌다.

볼보의 새 엔진인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2.0리터 4기통 D5 트윈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한 크로스 컨트리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디젤차의 단점으로 꼽히는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최소화돼 거슬리지 않았다.

<사진제공=볼보코리아>

아난티 펜트하우스를 빠져나오자 곧바로 구불구불한 중미산 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코스 초입에서 들어서자 '덩치가 이렇게나 큰데 주행 퍼포먼스를 체험해 볼 수 있을까'는 의구심이 들었다. 오르막 구간에서 최대한 속도를 낮추며 핸들을 꺾었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코너링 구간에서 밀리는 느낌이 전혀 없었고 안정적이었다. 핸들 반응 속도는 빠르고 정확했다. 속도를 조금 높여봤다. 여전히 높은 접지력을 발휘했다. 다만 내리막길에서는 밀리는 느낌이 들어 퍼포먼스를 즐기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직선도로에서는 주행모드를 '다이내믹 모드'로 변경하고 마음 편히 가속페달을 밟았다. 앞이 뻥 뚫린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신나게 속도를 내다보니 금새 시속 200km를 넘었다. 하지만 체감 속도는 훨씬 낮았다. 그만큼 잘 만들어진 차라는 이야기다.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48.9㎏.m의 제원상 수치와 달리 아무리 밟아도 시속 230km대까지 도달하지는 못했다.

핸들은 묵직했다. 높은 속도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았다. 풍절음은 크지 않았다. 동승자와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았다.

크로스 컨트리의 진가는 오프로드에서 돋보였다. 주행모드를 '오프로드'로 바꾸고 돌과 자갈이 깔려있는 갈대밭을 달렸다. 앞차가 지나가고 난 뒤 흙먼지가 날려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기자는 우왕좌왕했지만 크로스 컨트리는 차분히 돌길을 헤치고 나갔다.

지상고가 높은 덕분에 돌과 자갈을 밟고 지나가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특히 코스 도중 툭 튀어나온 부분을 미처 보지 못하고 시속 60km로 지나치자 '쾅'하는 충돌이 발생했다. 곧바로 안전벨트가 자동으로 조여지며 운전자의 몸을 시트에 최대한 밀착시켜줬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오프로드 시승이 끝나고 운전자 교대 때 차 밑바닥을 살폈지만 크게 긁힌 흔적은 없었다.

와인딩 코스와 오프로드 코스 등으로 심신이 피로해졌다. 아난티 펜트하우스로 돌아가는 길이 한없이 멀게만 느껴졌다.

고급 트림인 '크로스 컨트리 프로'에는 안마 기능이 탑재돼 있다. 등과 목, 엉덩이 부분을 부드럽게 마사지 해주자 피로가 어느 정도 가시는 듯 했다. 볼보의 섬세한 감성을 느끼기 충분했다.

익숙하지 않은 외관 디자인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하지만 크로스 컨트리는 어떤 환경에도 최적화된 주행성능을 발휘한다. 또 최대 1526L(기본용량 560L)의 넉넉한 적재 공간을 확보해 많은 짐을 실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

플래그십 SUV인 만큼, 반자율주행기술인 '파일럿 어시스트2'와 도로이탈보호 시스템, 시티 세이프티,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이 편의·안전사양으로는 적용됐다.

크로스 컨트리는 두 가지 트림으로 구성된다. 기본 모델은 6990만원, 프로 모델은 76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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