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22일 찾은 동국제강 당진 후판공장. 회색 빛의 공장 외벽에는 알록달록한 그림이 그려져있다. 흑자경영을 염원하며 공장 오른편 부지에 마련된 우리에는 '흑자네' 염소 가족들이 뛰놀고 있다.

그동안 하늘을 누렇게 뒤덮었던 미세먼지는 간만에 걷혔고 푸른 하늘이 펼쳐졌다. 바람도 선선하다.

10여년 넘게 꿈꿔온 숙원사업의 결실을 맺는 날이라서일까. 차가운 '철'을 다루는 공장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모르게 들뜬 분위기다.

당진 후판공장은 흑자경영을 염원하며 지난 2014년부터 흑자네 염소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이세정 기자>

이날 당진공장에서는 브라질 CSP 슬래브 입고 기념식이 열렸다. 동국제강이 1954년 설립된 이후 63년 만에 첫 자체 고로 생산 슬래브를 사용하게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슬래브. 익숙하기보단 낯설다. 슬래브는 용광로에서 나온 쇳물을 철판과 같은 형태로 만든 것이다.

브라질 CSP제철소에서 생산된 슬래브 5만8751톤은 49일간의 긴 항해를 마치고 당진항 부두에 발을 내딛었다.

당진공장에서는 이 슬래브를 1.2㎞에 이르는 생산 라인을 거쳐 후판으로 가공한다. 알맞은 크기로 자르고 누르는 공정을 통해 제각기 다양한 크기의 후판이 탄생된다.

위험한 공정이 이뤄지는 곳이니 만큼, 작업복을 걸치고 안전모를 쓴 다음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공장 출입구에는 직원이 다부진 자세로 서 있다. "안전"이라는 구호를 외쳐야 비로소 공장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린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동안 귀가 먹먹해진다. "쉬익 쉬익..쏴...드르륵 드르륵" 기계들이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

장입된 슬래브를 압연에 필요한 온도까지 가열하는 '리히팅 퍼니스(REHEATING FURNACE)'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이세정 기자>

계단을 오르고 나니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리히팅 퍼니스(REHEATING FURNACE)'다. 장입된 슬래브를 압연에 필요한 온도까지 가열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평균 1170도, 최대 1250도의 온도로 달궈져야 하는 슬래브는 좌우로 이동하기를 반복했고 하얀 김이 기계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피니싱 밀(FINISHING MILL)'은 가열된 슬래브를 열간 상태에서 협력사들이 요구하는 크기의 후판으로 압연하는 작업이다. <사진=이세정 기자>

빨갛게 달아오른 슬래브는 곧바로 '피니싱 밀(FINISHING MILL)'로 옮겨졌다. 퍼니싱 밀은 가열된 슬래브를 열간 상태에서 협력사들이 요구하는 크기의 후판으로 누르는 작업을 의미한다. 최대 1만1000톤의 압력으로 슬래브를 누를 수 있다.

뜨거운 슬래브에 힘을 가해 누르고 찬 물을 뿌려 열기를 가라앉힌다. 이 과정은 슬래브가 원하는 크기로 변신할 때까지 반복된다.

이 구간을 지나가자 후끈한 열기가 올라왔다. 하지만 곧바로 차가운 물방울과 바람이 튀어올랐다. 상상했던 것보다 다이내믹한 움직임이었다.

'엣저 밀(EDGER MILL)'과 '프리 레벨러(PRE-LEVELER)' 단계 <사진=이세정 기자>

다음 공정은 '엣저 밀(EDGER MILL)'이다. 납작하게 눌러진 날판의 가장자리 부분을 수직으로 눌러 평평하게 만든다. 이어 물 속에 넣어 빠르게 식히는 과정(수냉)에서 균일하게 냉각될 수 있도록 날판의 평탄도를 교정하는 '프리 레벨러(PRE-LEVELER)' 단계를 거쳤다.

압연시 발생한 제품 내부의 잔류 응력을 제거해 평탄도를 확보하는 '핫 레벨러(HOT LEVELER)' 단계도 진행됐다.

마지막 단계인 '멀픽(Mulpic)'에서는 강력한 수냉설비를 통해 강도높은 정밀제어 열가공처리(TMCP) 제품을 생산한다.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친 후판은 쿨링 베드(Cooling Bed)에서 냉각된다. <사진=이세정 기자>

수차례 공정을 거친 제품은 쿨링 베드(Cooling Bed)에서 냉각된다. 쿨링 베드에 옮겨진 후판은 불량 체크를 거쳐 수요자가 원하는 크기와 길이로 가공되고 출하를 기다린다.

열을 식히기 위해 제품을 받치고 있는 기계가 쉴새 없이 움직였고 '끼익 끼익'하는 굉음을 냈다.

20여분의 짧은 시간 동안 슬래브는 뜨겁고 고된 과정을 거쳐 납작하지만, 더욱 단단해진 후판으로 변신했다.

쿨링 베드에 옮겨진 후판. <사진=이세정 기자>

동국제강은 이번에 입고된 5만8751톤을 시작으로, 올해 당진공장에 총 25만~30만톤을 들여올 예정이다. 특히 2018년에는 최대 60만톤으로 입고 물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회사는 일반강보다는 고급강 생산 비중을 끌어올리면서 2017년까지 후판 고급강 판매 비중을 30%로 높인다는 전략을 안정적으로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불가능은 없다는 신념으로 브라질 CSP프로젝트에 도전했고 글로벌 철강벨트를 완성했다"며 "자체 슬래브 조달과 외부 판매를 통해 매출 증대와 시너지로 지속적인 흑자경영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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