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 전경 <사진 출처=삼성중공업>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조선업에서 지속된 불황이 산업 기술 경쟁력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중·일 3강 구도로 변해버린 시장 상황에 기술경쟁력까지 선점당하면 순식간에 3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하고 있다.

21일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형 조선3사의 특허출원을 집계한 결과, 3사의 특허출원이 동시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조선분야의 핵심인 선박분야(IPC B63)의 특허출원 건수는 2301건에 그쳐, 2014년 3692건의 6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원 건수는 현대중공업이 834건으로 출원 4년 연속 감소, 대우조선해양도 2013년 1856건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861건, 삼성중공업 역시 898건에 머물고 말았다.

이는 전체적으로 전년에 비해 평균 25.4% 급감한 수치로 지지부진한 구조조정과 불황의 여파가 전체 산업 기술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허법 전문가인 오승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경제가 불황일 경우에 오히려 특허출원이 많은 경우도 있다"면서 "출원이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지만 신규 출원이 급강하는 현상은 그 산업 내 경쟁이 활발하지 않아 발명과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권영호 특허청 차세대수송심사과장은 "기업들이 경영난으로 위험을 줄이려 하다보니까 도전적 R&D보다는 핵심 기술위주로 특허를 출원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는 장기적으로는 기술 경쟁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에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 조선업계는 한국이 머뭇거리던 1~2년 사이 합병, 공동 출자 등을 통한 대형화 작업을 마무리하고 2015년 이미 경쟁 체제도 체질을 개선했다.  

IHI마린유나이티드와 유니버설조선이 합병하면서 탄생한 재팬마린유나이티드와 미쓰비시중공업과 이마바리조선이 합쳐져 설립된 MI LNG가 그것이다. 일본 정부도 이같은 움직임에 발맞춰 선가의 최대 80% 달하는 선박금융을 제공하는 등 지원 사격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이에 따라 일본 조선업체들의 수주 실적은 20%가 증가해 올해 1월 수주 잔량이 1926만CGT을 기록하면서 1897만CGT로 추락하고 있는 한국을 앞지른 상태다. 

중국 정부도 우량 조선사를 중점 지원하는 강력한 구조 조정 작업을 진행해왔다. 결과 2010년 기준 3000여개에 달하던 중국 군소 조선소는 현재 300여 업체로 급감했다. 

2015년 9월 우량조선소 50개를 추려낸 화이트리스트(White List)를 발표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산업 고도화를 진행하면서 LNG선, 대형 컨테이너선 등 첨단 선박 수주를 위한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즉 이처럼 한·중 양강 구도였던 세계 조선시장이 한·중·일 3강 구도로 변해버린 상황에 기술경쟁력까지 추월당하면 3위로 밀리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조선산업 발전의 기틀을 닦은 업계 원로로 평가 받는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은 이와 관련 "특허출원 건수가 갑자기 떨어졌다는 것은 분명히 좋지 않은 시그널"이라며 "각 연구소마다 R&D에 대한 사명감이 많이 떨어진것 같아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맥킨지 보고서가 나올 무렵 조선인들 모임에서의 일화를 소개하며 "조선업이 아프다면 문제를 가장 잘아는 우리가 처방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의지를 보이는 사람들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신 회장은 "이번 결과는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를 계기로 우리 조선 1세대들이 가졌던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이 다시 불타 오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특허가 활성화 되지 않는다는 것은 업계 내에서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다는 점을 증명한다"며 "새로운 투자나 발명에 힘을 쏟을 인센티브가 생기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금방 추월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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