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국내 베타테스트를 앞둔 텐센트의 '천애명월도'.

[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중국 게임들이 물밀듯이 국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암묵적인 규제로 요우커들의 한국 관광 발길이 끊기고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길이 막히는 상황에서 중국 게임은 한국 내 점유율을 크게 높일 기세다.

민간기업들의 자유로운 무역을 제약할 수 없으나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 이로 인한 무역구조 왜곡으로 우리가 일방적인 피해를 입는 상황을 감안하면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새 정부가 한-중 양국 갈등을 진화할 방안을 찾고, 문화콘텐츠 업계는 최근 발동한 수입규제 이전부터 존재해온 양국 문화교역의 불공정 요소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다.

넥슨은 오는 29일부터 내달 5일까지 텐센트의 PC MMORPG '천애명월도'의 한국 내 베타테스트를 진행한다. 지난 2014년 텐센트가 본격적으로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 진출을 모색할 때 국내 배급사들이 수입을 위해 일제히 경쟁했던 타이틀이다. 빠르면 연내 정식 서비스가 가능할 전망이다.

넷마블은 텐센트의 모바일 전략대전 게임 '전설대전'을 현지화한 '펜타스톰'의 국내 베타테스트를 4월 중 진행한다. '전설대전'은 텐센트의 '왕자영요'를 기반으로 글로벌 서비스 버전으로 재개발한 게임이다.

'왕자영요'는 중국 모바일게임 부동의 1위이나,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의 캐릭터를 차용했다는 논란을 산 게임이다. '전설대전'은 캐릭터 유사성 논란을 벗기 위해 재개발한 게임이다. 원전인 '왕자영요'의 중국 현지 흥행성과 탓에 한국 내 흥행에 대한 기대도 높다.

넥슨과 넷마블은 '전설대전'의 국내 판권 확보를 위해 지난해 경합했는데, 최근 중국 게임사 샨다가 현지 서비스 중인 '드레곤네스트 모바일'의 한국 서비스 판권을 두고 경쟁중이다.

'드래곤네스트 모바일'은 샨다가 한국 내 자회사 아이덴티티게임즈의 흥행작 '드래곤네스트'를 기반으로 제작한 모바일 액션RPG다. 최근 중국 서비스를 시작한 후 텐센트의 '왕자영요'에 이어 앱스토어 매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넥슨은 중국 시장 인기작 '마스터탱커2'를 수입해오며 현지 게임에 문호를 개방한 바 있다. 넷마블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드래곤네스트 모바일' 판권 확보가 절실하다.

카카오가 14일 서비스를 시작한 중국산 모바일 MMORPG '여명'은 하루 만에 애플 앱스토어 기준 매출 10위에 등극했다. 설현을 홍보 모델로 내세우는 등 카카오의 전폭적인 마케팅 지원에 힘입어 출시전 사전예약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는 텐센트의 '아이러브니키'를 시작으로 '쿵푸팬더3', '의천도룡기', '여명', '음양사' 등 중국 게임을 대거 수입 중이다. 대형 게임사들이 카카오 게임 플랫폼에 신규 입점을 꺼리자 자체 배급사업 강화로 돌파구를 모색했는데, 이 과정에서 '값싸고 질좋은' 중국 게임 수입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중국 시장 판로 확보를 위해 설립한 카카오 중국 지사는 현지 게임을 국내 수입하기 위한 창구 역할을 수행하는 곳으로 성격이 바뀐지 오래다.

중국 게임의 국내 진입은 국내 유력 게임사들에게 투자를 집행한 텐센트가 물꼬를 텄다. 넷마블, 파티게임즈, 카카오 등 텐센트에게 투자를 받은 회사들이 텐센트 게임들을 속속 수입해 왔다.

중국 판로 확보를 위해 텐센트나 넷이즈 등 현지 유력 게임사들과 상호 호혜 관계 유지가 필요한 넥슨 등도 수입 경쟁에 나서며 중국 게임 수입 물량이 늘어났다.

룽투코리아, 신스타임즈 등 중국 게임사가 한국 상장사를 숙주삼아 우회상장한 회사들은 '검과마법', '해전 1942' 본사의 유력 게임을 한국 시장에 수입, 흥행시켰다. '열혈강호 모바일', '태양' 등 이들의 후속작이 속속 국내 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국내 중소 배급사들이 수입해온 중소규모의 중국산 게임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넷마블 백영훈 부사장은 15일 열린 '펜타스톰' 미디어 간담회에서 중국산 게임 수입의 적절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펜타스톰의 서비스 계약은 사드 관련 논란이 벌어지기 이전에 이미 결정된 것"이라며 "배급사로서, 사업을 계속 영위해야 하는 입장에서 서비스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민간기업들의 자유로운 영업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중국게임의 수입을 막을 이유도, 수단도 없다.  그러나 중국이 '인민의 정서함양과 보호'를 명분으로 게임 등 문화콘텐츠의 수입과정에서 사전검열과 수량 제한 등 규제를 진행해 온 것 자체가 이미 공정무역을 저해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실상 전면적인 수입 규제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만큼 중국산 게임 수입 과잉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월 대선을 통해 새롭게 출범할 정부가 한-중간의 갈등을 잘 조율, 관련한 문제를 잘 풀어갈 것을 기대한다"면서도 "차제에 양국간의 문화콘텐츠 교역과 관련한 원천적인 불공정 요소에 대해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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