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중국 정부가 현지 게임업체들에 한국 게임 수입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한-중 게임무역에서 '한한령(限韓令)'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강행, 최근 벌어진 탄핵 반대 집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가 함께 대거 내걸린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고조된 결과로 풀이된다.

우리 게임의 중국 수출길 봉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실제로는 최근 국산 게임의 중국 현지 신규 흥행 사례 자체가 전무한데다 현지 서비스 중인 국산 흥행게임의 서비스 중단 가능성이 낮아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 정부 허가 없이도 애플 앱스토어 중국 계정을 통한 모바일 게임 출시가 가능하고, 안드로이드 마켓 출시를 가능하게 하는 '편법'도 있어 '게임 한한령'을 뚫어볼 여지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 한한령'의 실체와 사후 영향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중국 현지 업체에 근무하는 한국인 종사자가 "중국 정부가 3월부터 현지 업체에 한국 게임의 수입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한 것이 최근 알려져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에선 게임 서비스에 앞서 정부기관의 사전심의를 거쳐야 한다. 연령대별로 등급이 나눠지는 한국과 달리 모든 콘텐츠가 전체 이용가 혹은 이용불가 둘 중 하나로 나눠진다.

서비스 허가권에 해당하는 '판호'를 받기 위해선 일정수 이상의 종업원과 자본금을 갖춰야 한다. 서비스 업체 난립을 막고 시장을 통제하겠다는 취지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온라인게임과 달리 사전 심의 없이 자유로운 출시가 가능했으나 지난해 7월부터 모바일게임도 서비스 이전 판호취득을 의무화하는 '허가제'로 전환됐다. 이는 중국산과 외산게임에 동등하게 적용된다.

관련 제도가 변경된 지난해 7월 전후 국내 업계는 "사드로 인한 한-중 갈등이 국산게임의 현지 판호 취득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해왔다. '문화콘텐츠판 개성공단 철수'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류 스타들의 현지 진출이 속속 좌절되면서 그러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중국 시장에 정통한 소식통은 "제도가 바뀐 이후 판호 취득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났으나 이는 한국 게임에만 적용되는 허들이 아니었고 지난 2월까지도 국산 게임들이 정상적으로 판호를 취득해 왔다"며 "적어도 3월 이전까진 게임업종에선 한한령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밝혔다.

샨다가 한국 자회사 아이덴티티게임즈의 '드래곤네스트'를 기반으로 제작해 최근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드래곤네스트 모바일'의 경우 게임 속 캐릭터가 무공을 시전할 때 '할 수 없어요', '물러서세요' 등 한국어 대사가 효과음으로 자동 연출된다. 이 게임은 중국 앱스토어 매출 2위에 오를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 연예인의 방송 매체 노출을 금지한 것을 감안하면 게임업종이 문화콘텐츠 중 한한령에서 가장 자유로운 영역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 소식통은 "심의 당국인 광전총국이 공식적으로 한국 게임 수입 금지령을 내리지 않았으나 비공식적인 구두지침으로 3월부터 수입중단 명령을 내렸을 순 있을 것"이라면서도 "'드래곤네스트 모바일'의 사례를 감안하면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 처럼 한국 IP를 활용한 게임 서비스까지 금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애플 앱스토어를 통한 서비스가 앞으로도 가능할 전망이고, 안드로이드 마켓도 편법을 동원해 뚫어볼만한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모바일 게임 서비스 관련 법령을 사전 허가제로 바꾼 이후에도 해외 업체들은 애플 앱스토어 중국 계정으로 사전 심의 없이 게임을 출시하는 것이 가능했고, 지금도 그러한 상황에 변동이 없다.

중국 정부가 "애플 앱스토어 계정을 통해 선보인 기존 게임들도 사후 심의를 시한내에 거쳐야 하고 시한내 심의를 받지 못하면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으나 그 시한은 지난해 9월에서 12월, 올해 2월로 기약없이 연장되고 있다. 서비스 중인 기존 게임이 퇴출된 사례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사전심의 없이 등재되어 서비스 중인 게임을 '손 볼' 계획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게임 한한령이  발동되어도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 비중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iOS 마켓은 국내 업체가 계속 직접 서비스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가 암묵적인 수입 규제를 진행할 경우 안드로이드 마켓 진출은 쉽지 않다. 안드로이드 마켓은 현지 법령 상 중국 현지 업체를 통해서만 서비스가 가능하고, 판호를 사전 취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마켓도 중국 현지 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내자 판호(중국산 게임에 적용되는 판호)로 전환하거나 중국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자치구의 광전총국을 통해 판호를 받는 '편법'도 존재한다.

중국에는 문화콘텐츠 심의를 담당하는 광전총국이 지역별로 총 27개가 존재하는데, 이중 어느 한곳에서만 판호를 받아도 중국 전역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원빌드 서비스 형태였던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외엔 국내 업체가 그간 중국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 히트작을 단 하나도 배출하지 못했다"며 "이를 감안하면 현지 시장 문이 닫힌다해도 실제적인 타격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물론 규제 회피 수단이 있다 해도 국내 업체들에게 주어지는 부담은 적지 않다. 애플 앱스토어 출시 게임에 대한 사후 규제가 어느 순간 강화될 수 있고, 편법을 동원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의 매력도가 이전에 비해 떨어졌다 해도 '기회' 그 자체를 봉쇄당할 수 있다는 것은 적지 않은 손실이기도 하다.

엔씨의 '리니지 레드나이츠',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등 중국 안드로이드 마켓 출시를 위해 현지 파트너사를 선정하고 준비를 진행해온 대작들의 진로가 불투명해졌다. 

넷마블의 경우 그간 중국에서 흥행작을 내지 못했으나 '리니지2 레볼루션'의 경우 국내 흥행규모가 컸던지라 중국 시장 성과에도 기대감이 형성됐다. 관련한 기대감이 소멸될 경우 넷마블의 상장 초기 시가총액 규모 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메이플스토리2'의 판호를 사전 취득, 한숨을 돌렸으나 잠재적인 중국 시장 공략카드인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은 진출이 간단치 않게 됐다.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뮤 레전드'를 개발중인 웹젠, '크로스파이어2'의 제작을 진행중인 스마일게이트도 '게임 한한령'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향후 성장 동력 극대화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키워드
#N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