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TN캡처>

[이뉴스투데이 민 철 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범인을 검거하는 데 특전사의 ‘소리없는 활약상’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특히 주말 시민들이 붐비는 거리, 자칫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전사 군인들의 ‘얼굴없는 용기’에 찬사가 쏟아진다.

사건은 양천구 신월사거리 인근에서 벌어졌다. 지난 4일 오전 10시 경 신월사거리 대로에서 40대 남성이 양손에 흉기를 들고 길거리를 서성이고 있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 남성을 제지하려 했지만 흉기를 들고 막무가내로 저항하자 쉽사리 접근할 수 없었다.

이 남성은 100m 가량 경찰과 추격전을 벌였고, 흉기로 거칠게 위협하며 대치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삼단봉은 무용지물이었다. 15분 가량 도로와 인도 등을 오가며 흉기 난동을 이어가자 결국, 경찰이 쏜 테이건을 맞고 나서야 상황은 수습될 수 있었다. 주말을 맞아 인파가 분비는 시간대여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날 경찰이 이 남성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주말을 맞아 외출 나온 세 명의 특전사 군인들의 활약으로 추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취재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범인을 검거한 세 특전사 군인들은 같은 부대에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부대원이었지만 각기 다른 장소에서 사건 현장을 목격했고, 동시다발적으로 이 남성을 제지하기 위험을 무릅쓰고 몸을 던진 것이다. 특히 이들은 같은 부대원이었지만 팀원별로 움직이는 부대 특성상 서로를 알지 못했다. 또 주말을 맞아 군복이 아닌 사복 차림이어서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이들은 본지 취재 과정에서 그제야 같은 부대에 근무하고 있는 부대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건 당일 이모 소령과 최모 중사, 채모 중사(익명 요구)는 느긋한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이 소령은 딸아이와 사건 현장 인근을 산책하고 있었고, 최 중사는 이른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차를 이용해 인근을 지나고 있었다. 채 중사는 치아 치료를 위해 자신의 차로 이동하고 있었던 중이었다.

이들의 상황 설명에 따르면, 문제의 남성을 가장 먼저 발견한 이는 이 소령이다. 딸(8세)과 함께 산책하던 중 한 손에 흉기를 들고 거리를 서성이던 수상한 남자를 발견한 이 소령은 가장 먼저 경찰에 신고하고 딸과 함께 뒤쫓았다. 혹시 모를 시민들의 위협과 출동한 경찰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 소령은 딸아이가 범인의 흉기에 놀라 울음을 터트리는 상황에서도 경찰과 통신을 유지하며 범인의 위치를 알렸다. 검거되기까지 범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자리를 지켰다.

점심 식사와 치과 치료를 위해 사건 현장을 지나던 최 중사와 채 중사는 길가에 흉기를 든 범인을 보고 추가 범행이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에 차에서 뛰어내렸다. 양 쪽 길목에서 쏜살같이 뛰어나와 범인을 향해 몸을 던진 이들은 경찰을 도와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의 테이저건에 맞아 쓰러진 범인의 칼을 빼앗았고, 경찰이 수갑을 채울 수 있도록 팔을 제압한 이들은 범인을 경찰차량까지 인계했다. 당시 경찰이 옆에 있었지만 테이저건을 맞아 몸이 경직돼 있는 데다 격하게 저항하고 있었다. 확인 결과 이들 모두 경찰에 자신의 신분과 이름, 연락처도 남기지도 않은 채 소리없이 자리를 떠났다.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같은 부대 부대원들이 누구의 지시도 없이 자발적으로 사건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한 드라마틱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당초 사건 현장 인근에 위치한 제1공수 특전여단 소속 두 명의 군인이 흉기난동을 벌인 범인을 경찰과 함께 제압했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하던 중 이들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는 것을 확인했다. 취재 과정에서 같은 부대원인 한 명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제보자는 “한 남성이 도로에서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리는 상황에서 시민들 사이에서 두 명이 쏜살같이 뛰쳐나와 테이저건을 맞고 쓰러진 이 남성을 경찰과 함께 체포했다”며 “이 두 명의 도움으로 경찰이 이 남성에 수갑을 채울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위급하고 급박했고, 흉기를 휘두르고 있어 경찰의 접근도 쉽지 않았던 상황이었다”면서 “자신들이 다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며 “나라가 혼란스런 이  때에 이런 ‘시민정신’을 보여준 군인들의 든든한 모습에 제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제보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이 제보자에 따르면 이들이 군인이라는 사실을 TV뉴스를 통해 같이 근무하고 있는 동료로부터 전해 들었다. 그는 “어느 언론에서도 이들이 군인이었다는 사실이 보도되지 않아 제보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경찰은 이들의 존재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당시 출동했던 관할 파출소측 관계자는 “당시 테이저건으로 범인을 제압했고, 그 과정에서 사복을 입은 인근 지역 형사의 도움을 받았다”고만 말했다.

이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시민들이 위험했고,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범인을 처음 발견했던 이 소령은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군인으로서 시민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기자의 전화에 쑥스러워 했고, 최 중사는 “당황스러웠지만 시민들의 안전이 우려스러웠다”, 채 중사도 “처음에는 무섭다는 생각을 했지만 경찰도 우리 국민으로 도와야겠다고 판단해 나서게 됐다”고 언론 취재에 머쓱해 했다.

이러한 소식을 뒤늦게 접한 한 시민들은 지역의 군인들에 대해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워킹맘인 한 여성(39)은 “지역에 군부대가 있다는 데에 별다른 생각을 갖지 않았지만 그 사실을 듣고 아니 오히려 군부대가 있어 든든하게 생각된다”면서 “군인정신이란 말이 여성으로 잘 느껴지지 않았지만 왜 필요한지 조금은 알게됐다”며 세 군인들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한 시민(61)은 “서로 모르던 사이지만 군인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세 사람이 동시에 (범인을 검거하는)그런 일을 한 데에 놀랍다”면서 “안보와 함께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모습에 든든하다. (군인들이)보이지 않았지만 바로 우리 주변을 보호하고 국민 속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극찬했다.

해당 부대 관계자는 “군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며 “앞으로도 특전용사로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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