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늬만 상생 말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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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늬만 상생 말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 이상헌 기자
  • 승인 2017.02.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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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회가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를 급기야 법률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개정안'이 지난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다음달 열리는 본회의에서 이를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목적으로 하는 이 법안은 11년 전 폐지된 고유업종제의 부활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중소기업과 관련 단체들은 환영하며 나섰다.

1979년 도입된 고유업종 제도는 영세한 일부 산업에 있어 대기업의 진입을 차단하는 효과를 낳기도 했으나, 외국 기업이 갖가지 반사이익을 누리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두부, LED조명, 재생타이어, 음식점, 자전거소매업, 제과점 등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2006년 폐지됐다. 특정 규모를 가진 업체의 사업권만을 보호하는 제도는 또 다른 차별을 낳는다는 게 이유였다. 

이번에 나온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3년마다 적합업종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단체는 동반성장위 등에 업종 지정을 신청하고 중소기업청은 최장 6년간 대기업에 해당 사업에 대한 진입과 확장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 

여기까지는 사실상 과거와 같은 허가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기존 사업의 이양, 축소, 철수까지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는 점이다. 때문에 한번이라도 적합업종으로 거론되거나 지정된 적이 있는 기업들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다. 

두부와 콩나물 생산에 있어 업계 1위를 달리는 풀무원, 국내 최대 식품업체 (주)대상이 위험해졌다. 백종원의 새마을식당도 안전선이 아니다. 차세대 소재를 이용한 자동차 부품, 건축 자재 개발로 시장 개척에 나선 대기업 계열사들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대기업 군단의 대대적 철수와 함께 각종 사업권을 놓고 벌어질 논란도 눈에 선하다. 제도를 악용한 특정 업종 사냥꾼도 등장할 수 있다. 법이 시행되면 단순히 11년 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희생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저성장과 반기업 정서를 등에 업은 규제 법안이 세상을 현혹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이지만 바다만 건너면 이들 대부분이 글로벌 영세업체인 것이 현실이다. 한참 더 성장해도 모자랄 기업의 사업권까지 박탈하겠다는 발상은 상생이 아닌 기업 살인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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