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규 코리안리 대표이사 >

[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금융위원회가 최근 재보험사 관련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방만경영과 독과점체제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코리안리의 체질개선이 이뤄질지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보험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따라 TF팀을 구성하고 재보험사 관련 규제방안 마련에 돌입했다. 금융위는 구체적 논의결과에 따라 올해 안에 관련 시행령이나 감독규정 등을 개정해 나갈 방침이다.

재보험사는 일반보험사의 보험계약 중 일부를 인수해 보상책임을 분담하는 ‘보험사의 보험사’다. 국내 재보험시장에선 코리안리가 점유율을 60%가량 차지하고 있다. 

코리안리는 금융위의 ‘재보험사 관련 제도’가 본격 개편돼 시행될 경우 수익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체로 원수보험사인 손해보험사들은 보상해야 하는 금액이 큰 기업성 보험계약의 경우 상당량을 코리안리 등 재보험사에 맡겨 왔다. 재보험사 관련 제도가 바뀌면 코리안리에 맡기는 물량이 그만큼 줄어들 경향이 크다. 원수보험은 사고의 보상책임을 지는 보험사와 고객 간 체결된 원래의 보험계약을 말한다.

금융위는 보험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그동안 보험사들이 재보험사에 지나치게 출재해 외형만 키우고 실제 사고위험을 부담치 않아 왔던 관행을 이참에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원수보험사의 자체적인 위험평가 역량 강화와 함께 재보험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데 뜻을 두고 있다. 보험사들이 원수보험을 일정한 수준 이상 보유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이 경우 재보험에 넘기는 보험계약 물량은 제한되게 된다.

실제, 미국에선 연간 수입보험료(보험매출)의 50% 이상을 재보험사에 넘기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선 개별 보험계약별로 보험금의 5% 이상을 자체적으로 보유토록 규제하고 있다.

금융위는 보험사의 경영공시 기준도 원수보험료(기업 등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에서 보유보험료(원수보험료에서 재보험사에 지급한 보험료를 제외)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보험사들이 시장점유율을 의식해 재보험사에 넘기는 보험계약 물량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손해보험사가 금융위의 제도개편에 따라 자체적인 보험요율 산출과 적용 비중을 높일 경우 코리안리로선 입지가 좁아지게 된다. 손해보험사들이 현재 일반보험의 70%가량인 기업성보험의 보험요율 대부분을 코리안리에서 만든 재보험자 협의요율을 사용해온 탓이다. 보험업계에선 보험사에서 산출한 보험요율과 코리안리에서 만든 재보험자 협의 요율간 차이가 클 경우 금융위의 제도개편에 따라 양쪽 간 마찰은 피할 수 없고 대형 보험사들의 경우 코리안리측에 재보험료를 낮춰달라고 요구 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 봤다.

재보험사 관련 규제강화는 결국 코리안리입장에선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단연, 코리안리 같은 국내 재보험사들도 태스크포스팀에 참여해 규제 관련 내용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현재 재보험료가 비교적 낮다. 위험부담이 큰 보험계약 위주로 재보험에 가입하는 속성상 재보험은 비용 측면 외에 거액의 보상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위험성 분산 기능을 함께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는 재보험사 관련 규제 강화에만 나서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 했다.

이같은 코리안리의 입장에 대해 금융권에선 코리안리가 그동안 해온 자신들의 방만 경영에 대한 진정한 참회나 반성 없이 여전히 독과점 체제를 유지하려 한다는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코리안리 경영진이 방만 경영을 해올 수 있었던 데는 그동안 적절한 견제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재무부 고위관료 출신 박종원 전 사장이 지난 15년간 코리안리를 맡으면서 사실상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이 금융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재무부 대변인 출신인 박 전 사장은 1978년에 관료 생활을 접고 코리안리의 전신인 대한재보험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대한재보험공사는 정부투자기관이었지만 부실화된 회사로 민영화된 직후였다. 박 사장은 막강한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해 대외 로비력을 발휘, 오늘날 코리안리의 명성에 걸맞도록 성장시켰다.

코리안리의 실질적 주인이 원씨 일가였지만 경영권은 박 사장에게 있었다. 코리안리는 재보험시장에서 이렇다 할 경쟁자도 없이 사실상의 ‘땅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영업이 가능했고, 무리없는 수익 창출도 할 수 있었다.

금융당국도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2000년대 후반 금융당국은 재보험시장 개선을 위해 재보험사업자에 대한 모범규준 마련에 나서는 등 대대적 개편안도 추진했다. 하지만 코리안리의 대외 로비에 막혀 늘 무산됐다.

박사장 재임시절 12억원이란 고액연봉을 비롯 한해 성과급만도 수십억원에 달한 전임자의 과다한 임금은 후임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경영행태도 물론 그대로였다. 코리안리의 독점적 영업구조엔 늘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너인 원혁희 회장의 삼남인 원종규 사장 역시 10억원에 달하는 급여를 유지했고, 장남인 원종익 고문을 비롯한 코리안리내 임원들은 수억원의 고액 연봉에 최고급 자동차까지 제공받고 호화스런 생활을 누려왔다.

코리안리의 신입사원 초봉만도 무려 6000만원(성과급 포함)에 이르는 등 한때 부실기업이 현재 ‘신의 직장’이란 명칭이 붙을 정도였다.

동일한 오너체제이자 자산규모 30배가 넘는 교보생명이 내실경영 차원서 전무급 이하 임원들이 차를 반납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온 것이 코리안리다.

금융당국도 ”코리안리의 원씨 일가를 비롯해 경영진들은 영업상 독과점 구조만 유지되는 한 회사 운영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재보험시장의 선진화보다 코리안리의 독점적 지위 유지에만 더 관심을 갖고 신경을 쏟고 있다“고 꼬집었다. 단연, 코리안리는 신생 재보험사 설립 계획이 추진될 때마다 여러 기관에 자본 참여를 하지 못하도록 유도했다는 것도 공공연히 알려진 비밀이라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최근 ‘보험업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다시금 재보험사 규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오랜기간 방만경영과 함께 재보험부문에서 독과점체제를 유지해온 코리안리가 기존 기득권을 내놓거나 금융위가 그동안 쌓아온 코리안리의 아성을 제대로 무너뜨릴지 의문이다”며 “다만, 이번 기회에 재보험사의 독과점 체제의 체질이라도 제대로 개선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 바란다. 이를 위해선 금융위의 철저한 관리 감독과 공정한 룰 마련이 먼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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