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등장으로 세계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의 원화가 아시아 신흥시장의 경제 향방을 보여주는 ‘무역 실적 가늠자(trade performance proxy)’로 급부상하고 있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태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등 한국을 둘러싼 국내외 불확실성에도 불구 한국의 국채와 주식시장으로 51억 달러(약 5조8400억원) 규모의 외자가 유입됐다. 원화 가치가 견조한 흐름을 떠받쳐 주고 있는 것.

스위스쿼트뱅크의 얀 퀄렌 시장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원화가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매우 민감하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몇 주안에 새로운 재정 정책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특별히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의 경제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과 함께 국정 농단한 혐의로 탄핵심판에 회부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 정책 역시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우려만 키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원화 가치는 견조한 흐름세다. 지난해 원화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2013년 대비 31% 증가한 840억 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신흥시장 통화중 중국 위안, 멕시코 페소, 홍콩 달러 다음으로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원화의 변동성은 11%였다. 말레이시아 링깃이나 인도네시아 루피아 등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보다 변동성이 심했다.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5.3%가량 올랐다.

싱가포르 소재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의 쿤 고(Khoon Goh) 아시아 리서치 팀장은 "한국 원화는 아시아 신흥시장 통화 중에서 가장 유동성이 풍부하다. 한국의 원화는 매우 발달된 금융시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지난 1월 수출은 전년 대비 11.2% 늘었다. 지난 5년 사이 최대의 증가폭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에디 청 외환 전략가는 “원화는 아시아 무역의 건전성을 반영한다”고 평했다. 청 전략가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한국내에는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많다”며 “한국의 무역지표는 일반적으로 아시아 무역이 어디에 위치한지 보여지는 좋은 지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6일 블룸버그통신은 원화와 관련돼 상반된 분석을 전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발(發) 세계 환율전쟁으로 한국의 원화와 대만 달러가 최대 위험자산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골드만삭스와 소시에떼 제네럴의 보고서를 인용해 최근 투자자들이 트럼프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아시아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한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소재 슈로더투자관리의 라지브 드 멜로 아시아채권부 대표는 “대만과 한국의 환율정책이 트럼프 행정부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드 멜로 대표는 “이제껏 한국 원화와 대만 달러에 롱포지션(매수세)을 유지해 왔지만 점차 닥치는 리스크로 볼 때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올 들어 대만 달러는 달러 대비 4.3%가 한국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6.2%가 각각 급등했다. 개방경제국인 한국과 대만이 트럼프 행정부 압력으로 자국 통화 강세를 막기 위한 시장 개입을 줄일 것이란 시장 기대감 탓이다.

노무라 증권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화란 변수 외에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따른 리스크를 안고 있다. 노무라 증권은 올해 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290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환율과 비교해 12% 높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발간한 환율정책보고서에서 중국, 일본, 대만, 독일, 한국 등 5개국을 환율조작국 이전 단계인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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