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GV>

[이뉴스투데이 유경아 기자] 국내 영화계가 '영비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렸다. CJ·롯데 등 대기업 독과점 속 독립영화 살리기 논쟁이 뜨겁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비법 개정안은 지난 1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 전체 회의에 상정됐다. 영비법 개정안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지난해 10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뜻을 함께해 발의한 것이다. 

특히 영비법 개정안은 대기업이 영화상영업과 배급업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꼽히고 있다. 이 외에도 대기업 멀티플렉스에서 한 개 이상 상영관에서 독립·예술영화를 일정 수준 이상 상영하도록 하고, 특정 영화가 많은 상영관을 점유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내용이다. 

대형 멀티플렉스와 배급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CJ와 롯데가 규제 대상에 해당된다. CJ는 CGV라는 대형 멀티플렉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CJ엔터테인먼트와 CGV아트하우스라는 배급사도 계열사로 있다. 롯데 역시 롯데시네마라는 멀티플렉스가 있으며, 계열사로 영화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있다. 

영비법 개정안은 대기업에서 영화제작과 배급을 동시에 하면서 스크린을 독점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시작됐다. 대기업의 독과점 속에서 소규모 제작사에서 만든 독립영화 등은 아무리 좋은 작품이어도 예매율이 저조한 시간대인 심야나 새벽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6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전국 417개 극장 중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빅3' 체인 극장 수는 330개로 집계됐다. 전체 극장수의 79.1%에 해당한다. '멀티플렉스 빅3'의 스크린 수는 2379개로, 이는 전체 2575개의 92.4%를 차지하는 수치다. 

CJ와 롯데는 대형 상업영화 상영에 치중됐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계열사 영화에 상영관과 상영 시간대를 유리하게 배정했다는 이유로 수십억원대 과징금을 처분 받기도 했지만 2년여만에 최근 행정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과징금 처분이 취소되고 이같은 논란을 벗기도 했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대형 상업영화 상영을 적정 수준으로 제한하고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을 확대하는 등의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등 과징금 처분 취소를 위한 노력을 보이기도 했다.

CGV는 CGV아트하우스라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을 만들어 독립영화 지원 활성에서 나서 지난해 누적관람객 13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다만 전용관이 전국 21개에 불과해 전체 상영관 수 대비 현저히 적은 개수로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도 독립·예술영화 살리기에 나선 듯한 모양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는 미비하다. 영진위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21.1%에 그쳤으며, 전체 흥행 상위 5편 중 4편이 한국영화였지만 독립·예술영화는 한 편도 없었다. 10위 권 내 독립·예술영화는 6위 '무현, 두 도시 이야기'와 7위 '글로리데이' 등 두 편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글로리데이'에는 최근 20~30대에 많은 조팬을 보유한 배우 류준열과 지수, 보이그룹 엑소의 수호 등이 출연하면서 관객몰이에 성공했다는 평도 있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는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단 한 편에 그쳤으며, CJ나 롯데 배급 영화는 단 한 작품도 없었다. 영화 개봉 홍수 속에서 대기업도 힘들기는 매 한가지라는 목소리도 적지는 않다. 지난 2015년 257편이었던 한국 개봉영화는 2016에 337편으로 늘었다. 수입영화까지 포함하면 1203편에서 1573편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배급부문 1위를 기록한 CJ E&M은 ▲'인천상륙작전' ▲'마스터' ▲'아가씨' ▲'쿵푸팬더3' 등 굵직한 영화들을 배급했지만 '부산행'만큼의 흥행은 거두지 못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독립영화를 살리기 위한 대기업의 노력도 어느정도는 있다. 하지만 독립·예술영화보다 당연히 대형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에 눈길이 더 가지 않겠냐"면서 "대기업 독과점과 독립영화간 논쟁보다 관객들이 많이 볼 영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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