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하만 미디어 브리핑에 참석해 하만의 제품과 기술, 비전 등을 설명하고 있는 디네쉬 팔리월(Dinesh Paliwal) 하만 CEO. 하만은 17일(미국 현지시각)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와의 합병을 승인, 빠르면 상반기 중 삼성전자의 자회사가 된다. <사진=삼성전자>

[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가운데 하만의 주주총회를 통해 이 회사와 삼성전자의 합병이 승인되어 삼성전자가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구속수감된 이재용 부회장은 18일 오전 특검에 소환되어 첫 조사를 받은 후 19일 오전 다시 조사를 받는다. 이 부회장과 삼성이 주장한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특검 수사와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험로'를 걸어야 한다.

특검의 수사는 길지 않은 시일에 종료되겠지만 법원 판결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린다. 이 부회장에게 주어진 혐의들은 유죄가 입증되면 중형을 피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자칫 이 부회장의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

삼성그룹의 총수는 대통령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인사로 꼽힌다. 그러한 위상을 가진 이 부회장과 한국 최대 기업 집단 삼성의 행보가 시계제로 상태가 된 것인데,  총수 공백 상태를 맞은 삼성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를 헤쳐나갈지 관심을 모은다.

하만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스탬포드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 삼성전자와의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하만은 인포테인먼트, 카오디오 등 전장사업 전문기업이다. 1956년 출범했고 1995년 독일의 베커에 인수된 후 전장부품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2015년 매출은 69억달러, 영업이익은 6억달러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전장사업을 미래 신성장 분야로 설정하고 관련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하만 지분 인수 거래대금 총액은 무려 80억 달러(9조2000억원)에 달한다. 우리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로는 역대 최대 금액일 만큼 파격적인 투자다.

하만 인수 성사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가 돼 왔다. 하만의 일부 주주가 "삼성전자가 인수가격으로 제시한 가격이 하만 기업 가치 평가에 비해 낮다"며 하만 경영진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낸 데다 주총을 하루 앞두고 이 부회장이 구속된 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날 주총에는 보통주 약 6988만주 중 약 4946만주의 주주(70.78%)가 참여해 찬성 4700만주(67%), 반대 210만주, 기권 43만주로 통과됐다. 

하만 최종 인수가 유력해졌다는 낭보가 전해진 지난 18일 오전 10시 경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은 서울구치소를 찾아 이 부회장을 접견했다. 이인용 사장으로부터 낭보를 전해들었을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2시경 특검 사무실로 소환돼 조사를 받고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서울구치소로 복귀했다.

특검은 19일 오전에 이 부회장을 다시 소환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다퉈온 특검과 이 부회장 양측 모두에게 '강행군'인 일정이다.

황교안 대행이 특검의 수사시한을 연장하지 않으면 특검은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수사를 오는 28일 종료해야 한다. 현재로선 연장 여부가 불투명하다. 특검은 28일 이전까지 보강조사를 진행해 이 부회장을 기소할 예정이다. 이변이 없는 한 이 부회장은 법정에 서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삼성이 이 부회장의 건강상태나 경영공백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적부심사나 보석을 신청할 수 있으나, 현 시점에서 이를 성사시키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을 승인한 법원이 구속 이후 별다른 상황 변화 없이 입장을 뒤집긴 쉽지 않다. 이 부회장 구속을 반기는 여론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부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 중 횡령만 유죄로 인정되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이 경우 집행유예를 받을 수도 없다. 조기대선을 통해 선출될 새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단행하지 않으면 이 부회장은 장기간 영어의 몸이 되고, 삼성은 사령탑을 잃은 상태에서 경영을 지속해야 한다.

정권교체가 유력한 정국을 감안하면 새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조기에 사면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 부회장의 공백이 장기화 할 경우 삼성그룹 산하 각 기업들의 일상적인 제품 출시와 연구개발, 일반적인 규모의 투자 등은 무리 없이 가능하겠지만 하만 인수와 같은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한 외연 확대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다.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와 맞물린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추진도 상당 기간 '홀딩'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삼성은 총수 일가의 공백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며 "이미 씨앗을 뿌려둔 상태인 하만 인수를  마무리 짓는 것과 '제2의 하만'을 발굴해 이를 손에 넣는 또 다른 투자를 구상하고 집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진단했다.

삼성 측은 최근 일상적인 제품출시와 마케팅 관련 자료도 배포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구속적부심 신청 여부, 어떠한 형태로 경영공백을 메울지와 관련한 입장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이 부회장의 '대타'로 거론되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경우 이 부회장이 진두지휘해온 전자 부문 등의 경험이 없다. 이 부회장 구속 후 이부진 사장이 조명 받고 호텔신라 주식이 급등하자 호텔신라 측은 "(이부진 사장의 그룹 경영 총괄 등이)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대체불가'인 오너가 자리를 비운 삼성이 향후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눈길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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